3D D램 피치는 40~70나노
EUV 없는 CXMT, DUV 장비로 생산 가능
D램 공정 미세화가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낸드플래시 처럼 셀을 수직으로 세우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EUV(극자외선) 노광 도입을 통해 미세화 허들을 넘어왔지만 이 역시 10나노급 6세대(D1c)에 이르러 더 이상 진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엎고 D램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는 CXMT(창신메모리)가 10나노급 D램 여러 단계를 뛰어 넘고 3D D램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낸드 이어 D램도 미세공정 종식
박영욱 한양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컨퍼런스에서 “이미 10나노급 5세대(D1b)에 들어가면서 3사 모두 양산에 난관을 겪은 바 있다”며 “3D D램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 30년간 반도체를 연구한 메모리 전문가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4년간은 미국 마이크론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기존 D램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압도하지만, 3D D램 특허 분야에서는 마이크론이 앞의 두 회사에 앞선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 2022년까지 마이크론이 확보한 3D D램 관련 특허는 30개가 넘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비 2~3배 많다. 박 교수는 “해외에서는 4년여 전부터 3D D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는데 국내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D램 선폭이 미세화할수록 같은 단위 용량 당 칩 면적이 좁아지고, 이는 곧 웨이퍼 1장에서 산출되는 칩 생산량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공정을 미세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되는데, 생산량 증가분이 투자비 증가액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반도체 업계는 이처럼 공정 미세화에 따른 이점을 누리면서 투자할 수 있는 한계가 10나노급 6세대를 전후로 종식될 것으로 본다. 현재 구조에서는 EUV를 쓴다 해도 공정 미세화를 추가 달성하기 어려울 뿐더러, 투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탓이다. 미세화에 따른 이점(생산량 증가)이 늘어난 투자비를 상쇄하지 못할 수도 있다.
D램을 수직으로 세워 낸드플래시처럼 쌓아 올리자는 아이디어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낸드플래시 역시 2013년 전까지만 해도 미세공정 경쟁이 벌어지는 전장이었다. 삼성전자가 ‘V낸드'라는 이름의 수직형 구조를 양산한 이후 미세공정 경쟁이 끝났다. 대신 100단⋅200단 더 높이 쌓은 종횡비 경쟁이 시작됐다.
박 교수는 “중국 CXMT가 비록 10나노급 1세대 기술에 머물러 있지만 메이저 3사처럼 2~6세대 차례차례 진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3D D램으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는데, 이 경우 단숨에 국내 기업들과 기술적으로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3D D램, 40나노 혹은 70나노 피치
CXMT가 3D D램으로 직행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3D D램이 이 회사의 아킬레스건인 노광장비 수급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중국 회사인 CXMT가 장기적으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ASML로부터 구매할 수 있을 가능성은 ‘제로(0)’다. 오히려 그 아래 단계인 DUV(심자외선) 장비 역시 구매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3D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벌어졌던 양상이 3D D램에서 동일하게 벌어진다면 노광장비 수급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전 2D 낸드플래시 최선단 공정에는 ArF(불화아르곤) 노광장비가 쓰였다가, 3D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노광장비 수준은 KrF(불화크립톤)로 후퇴했다.
더 이상 미세 선폭을 구현하는 게 경쟁력이 아닌 만큼 최선단 노광장비가 필요 없게 된 것이다. 3D D램도 마찬가지다. 업계가 개발 중인 구조에 따라 워드라인을 수직으로 세우거나, 혹은 비트라인을 수직으로 세우게 되는데, 워드 라인을 세울 경우 약 40나노급 피치, 비트라인을 세우면 70나노급 피치 정도다. 40~70나노 피치면 KrF, 선단 장비라고 해봐야 ArF 드라이 장비 정도면 된다.
EUV 장비를 구매할 수 없는 CXMT가 기존에 구매해 놓은 장비만으로 3D D램을 양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CXMT가 이러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면 현재 3사가 유지하고 있는 4~5년의 기술적 시간차를 3D 기술로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양쯔메모리)는 다이렉트 본딩 기술을 선제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3D 기술에 적극 투자하면서 기술적 수준에서 선두 업체들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양상이 D램 시장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박 교수는 “이제 3D D램은 여러 기술들을 평가해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고 이미 확보한 기술들을 컨버전(전환)해서 양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