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0나노급 1~2세대 생산
테크 마이그레이션 위한 고육지책
수율 하락은 불가피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4세대 D램(D1a) 생산에 사용하는 EUV(극자외선) 레이어를 기존 ArF(불화아르곤)-이머전(i)기술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당 기간 EUV 장비 반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중국 우시 공장에서의 테크 마이그레이션을 위해서다. 

공정 복잡도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EUV를 도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EUV 없이 D1a 양산 추진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9만장이다. SK하이닉스 D램 생산능력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경기도 이천 공장이 D1a에 이어 10나노급 D램 5세대(D1b) 전환을 앞두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시 공장의 기술 발전 속도는 더디다. 

현재 우시 공장에서 생산하는 D램 대부분은 10나노급 D램 1~2세대에 집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이천 공장을 ‘마더 팹(Mother Fab)’으로 운영하는 전략 때문이지만, 중국에 대한 미국 행정부 제재 탓에 우시 공장으로의 장비 수급 부담이 커진 탓이기도 하다. 

미국이 올해 10월까지 중국 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라인에 대해 포괄적 장비 수입 허가를 내줬음에도 중국 공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섣불리 신규 투자를 벌이기 어렵다. 설사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 포괄적 허가를 재연장한다고 한들 EUV 장비 반입까지 허용될 가능성은 ‘제로(0)’다.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기존 ArF-i 기술을 통해 EUV 없이도 중국에서 D1a를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D1a 생산시 가장 미세한 1개 레이어에 EUV를 쓰는데, 이를 ArF-i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ArF-i는 193nm 파장의 ArF 노광장비를 근간으로 한다. 대신 렌즈와 웨이퍼 사이를 공기가 아닌 고굴절률 액체로 채워 일반 ArF보다 해상도를 높인 기술이다. 

D램 아닌 일반 로직 반도체 공정으로 따지면 ArF-i를 이용해 14nm 칩까지는 너끈하게 만든다. 중국 SMIC처럼 멀티패터닝 기술을 쓰면 7nm 칩까지 생산할 수 있다. 다만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수율이 떨어질 뿐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ArF-i는 EUV가 나오기 이전 가장 발전된 형태의 기술”이라며 “오버레이 성능 등 EUV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ArF-i만으로 D1a를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국 공장 불확실성 걷어내기는 힘들어

 

이처럼 EUV 없이 D램 생산 공정을 진전시키는 것도 한계는 있다. SK하이닉스는 D1a에 EUV 레이어를 1개만 도입했지만, 그 다음 세대인 D1b에는 최소 3개 이상의 EUV 레이어가 존재한다. 이들 3개 레이어 모두를 ArF-i로 대체하면 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기에 테크 마이그레이션으로 인한 이점을 거의 상실할 수 있다. 

D램 산업은 1년 반~2년을 주기로 새로운 세대 제품이 출현한다. 보통 최선단 제품을 기준으로 3~4개 세대 제품을 현역으로 두고, 그 이전 세대는 단종시키는 수순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보완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해당 공장의 상품성은 낮아지고, 결국은 도태된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이 D1a까지는 추가 투자 없이 테크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하겠지만, 이 그후로는 장담할 수 없다. 

ArF-i 노광 개략도.
ArF-i 노광 개략도.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EUV가 없는 경우를 가정해 일부 레이어를 한국에서 백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UV를 제외한 나머지 레이어를 우시 공장에서 처리한 후, 장소를 옮겨 한국에서 EUV 레이어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우시 공장에 끝끝내 EUV가 반입되지 못한다면 이 역시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역시 수율이 문제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미국 마이크론이 대만 타오위안⋅타이중 공장을 옮겨가며 생산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경을 옮겨가며 생산하는 전례는 없다”며 “생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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