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 D램 공장에 EUV(극자외선) 장비가 끝내 반입되지 못하면 국내 공장에서 관련 레이어만 백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D램 전체로 보면 EUV 공정을 쓰는 레이어가 소수인 만큼, 나머지 공정만 중국에서 처리하고 한국으로 옮겨와 EUV 공정을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EUV가 없는 경우를 가정해 D램 팹을 확장한다고 보면 일부 레이어를 한국에서 백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일부 코스트 상승은 있겠으나 아주 크리티컬한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D램 4세대(D1a) 제품부터 EUV 공정을 적용했다. 현재 SK하이닉스 D램 생산비중 중 D1a 제품은 약 20% 정도로, 전량 국내서 생산하고 있다. 향후 D1a 판매 비중이 증가하면 우시 공장에도 EUV를 도입해야 공정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봉쇄에 나서면서 장비 반입이 어려워지고 있고, 특히 EUV 설비의 경우 미국 상무부 허가를 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최악의 경우 중국 우시 팹은 공정이 뒤처진 제품들만 생산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셈이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EUV를 활용해 양산하는 10나노급 4세대 D램/사진=SK하이닉스

이에 SK하이닉스는 EUV 공정이 필요한 레이어를 제외한 공정만을 중국서 처리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백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EUV 공정이 필요한 D1a도 실제 EUV 장비가 사용되는 레이어는 5개 이내다. 나머지는 기존 ArF(불화아르곤) 및 그 이전 노광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생산하면 일괄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서는 당연히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래도 현지 생산시설을 매각하거나, 국내로 팹을 이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7% 줄고, 영업이익은 60% 감소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61%씩 줄었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내년 역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을 감안해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는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인프라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하고, 대신 장비 반입량을 줄여 생산능력이 확대되는 것을 지연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10조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썼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5조원대로 지출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행공정으로의 이행(마이그레이션)도 스케줄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웨이퍼 투입량이 크게 줄어드는 감산은 아니지만, 생산량 증가분을 최대한 억제하는 방식의 소극적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품 믹스 및 장비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어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웨이퍼 캐파의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첨단 공정의 비중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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