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업체 진입, 기존 제품 지렛대로 단가 협상
SK하이닉스 구매 단가는 삼성 대비 높아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양산이 4년차로 접어들면서 PR(포토레지스트) 가격도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한 노광장비와 달리 PR은 상대적으로 공급사 다변화가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단가 협상이 용이하다. 

동진쎄미켐⋅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국내 업체도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어 향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협상력이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사진=사이머
ASML EUV 노광장비에 장착된 광원. /사진=사이머

 

삼성전자 향 EUV PR 단가, 2000만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통상 PR은 제조사가 반도체 업계로 공급할 때 1갤런(약 3.785L) 단위로 전달한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가 EUV 공정으로 7nm 로직칩을 처음 양산할 당시, 일본 JSR이 공급한 PR 가격이 1갤런에 1만6000달러(약 2000만원) 정도였다.

이후 연차를 거듭하며 PR 가격은 1만6000달러에서 1만2000달러로 내려왔고, 현재는 삼성전자가 JSR로부터 수급하는 PR 단가가 한화로 900만~1200만원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초 2000만원 안팎에 구매하던 것과 비교하면 4년만에 절반 수준으로 단가가 내려온 셈이다. 

PR 1갤런이면 300㎜ 웨이퍼 4000장 정도(1장 당 0.8㏄ 가정)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제는 4년 전 같은 가격에 8000장 이상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PR 가격은 어떤 제조사가 어느 고객사에, 어떤 레이어용으로 공급하느냐에서 따라 천차만별이다. 고객사별로 EUV 적용 레이어 수와 난이도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D램 두 가지 사업에 EUV 공정을 도입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오직 D램 생산에만 EUV를 쓴다. 삼성전자 D램(D1a)에 EUV 레이어는 3개지만, SK하이닉스는 1개 레이어 패터닝에만 EUV를 동원한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가 구매하는 EUV PR 양은 삼성전자 대비 훨씬 적고, 단가는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호리바
반도체 웨이퍼. /사진=호리바

그래도 SK하이닉스가 도입하는 EUV PR 가격 역시 2년 전 1갤런에 250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2000만원 안팎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이 수준을 1500만원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EUV PR은 한번 공급사가 정해지면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단가 협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반도체 업체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PR 가격 협상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산화 및 여타 공급제품 지렛대로 단가 협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EUV PR 단가를 끌어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산 PR 업체의 진입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동진쎄미켐과, SK하이닉스는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와 EUV 공정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 2019년 일본 첨단소재 수출 제한 사태로 말미암아 삼성전자 EUV 라인에 일부 PR을 공급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역시 SK하이닉스에 EUV PR 양산 공급 단계를 목전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양산 진입에 가까워질수록 기존 EUV PR 공급사들은 견제를 위해서라도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사진=인프리아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사진=인프리아

반도체 업계는 또 ArF(불화아르곤)⋅KrF(불화크롬) 등 PR 업체들의 기존 제품을 지렛대로 단가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EUV PR은 특정 레이어에 대해 JSR⋅신에츠⋅TOK 등이 독점력을 갖고 있지만, 이들이 공급하는 ArF⋅KrF PR은 이미 이원화⋅삼원화가 잘 구성돼 있다. 

한 PR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의 경우 EUV PR 단가 인하폭에 ArF 구매 물량과 단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컨트롤했다”며 “덕분에 일본 PR 업체들의 독점력을 약화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EUV PR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ArF나 KrF 시장을 경쟁사에 내줄 수 있는 구조인 탓에 단가가 조기에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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