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HBM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는 유지
"생산량 영향받는 것은 불가피"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올해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예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 지난해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면서 고객사는 물론 사내 재고까지 산적한데 따른 대응이다. 올해 역시 시황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모바일 부문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고 있고, 서버향 신규 플랫폼 출시 덕에 DDR5 규격 D램 출하가 호조를 보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1일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50% 이상 줄인다고 밝혔다. 작년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총액이 19조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10조원 이하까지 축소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는 전날 삼성전자가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는 설비투자를 통해 웨이퍼 투입량을 늘릴수록 원가경쟁력이 높아진다. 점유율 1위 회사가 투자하는 시기에 후발주자가 비슷하게라도 쫓아가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도태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날 컨러런스콜에서는 투자 축소가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SK하이닉스측은 “설비 투자를 줄이더라도 EUV(극자외선) 공정과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미래 신시장을 위한 투자는 계획대로 집행된다”며 “다만 생산량 자체는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SK하이닉스
/자료=SK하이닉스

이 같은 비즈니스 논리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는건 그만큼 시장에 재고가 많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측은 “현재 고객사 재고는 지난 2019년 다운턴과 유사하지만 공급사 재고까지 합치면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2019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하락한 당시는 글로벌 경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지금처럼 금리인상 이슈와 전쟁 변수가 발발했던 것도 아니다. 덕분에 2019년은 다운턴 길이가 길지 않았으나 올해는 IT 경기는 물론 경제 불확실성 자체가 커진 상황이라 메모리 반도체 시황을 더 끌어내린다는 설명이다. 

올해 수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를 걸어볼만한 포인트로는 모바일향 제품과 서버용 DDR5 D램이다. 중국이 코로나19 ‘리오프닝’ 정책에 따라 경기가 호조를 보일 경우 모바일향 재고가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 특히 최근 D램 가격이 낮아지면서 스마트폰 업체들이 고용량의 반도체를 탑재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향후 시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날 삼성전자 컨퍼런스콜에서도 밝혔듯 인텔의 4세대 서버용 CPU(코드명 사파이어래피즈) 출시는 DDR5 수요를 빠르게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측은 “현재 시장에 DDR5 재고는 거의 없다시피하다”며 “향후 DDR5 재고를 축적하기 위한 고객사들의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4조 2195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것은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4분기 매출과 순손실은 각각 7조6986억원과 3조5235억원이었다.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으로 2021년 대비 43.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44조 648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조 4389억원으로 74.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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