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수율, 특정 업체 독점 구조 탓
EUV 블랭크마스크 단가 요지부동
"2025년부터 인프라 크게 개선 전망"

EUV(극자외선) 공정 도입이 늘고, 협력사들 생산능력이 증가하면서 공정 운영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단가도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패턴 노광에 사용하는 블랭크마스크 단가 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양산 라인에 적용할 정도의 A급 제품 수율이 워낙 낮은 탓인데, 이 때문에 공정 조율에 쓰이는 ‘더미’ 제품도 정가의 30~50% 가격에 거래된다.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떨어지지 않는 EUV 블랭크마스크 가격

 

블랭크마스크 수율이 높지 않은 건 실리콘⋅몰리브덴층을 교대로 최소 20층, 많게는 50층까지 쌓는 과정 때문이다. EUV 공정 특성상 불량으로 판정되는 파티클이나 결함 수준이 까다롭다. 기존 ArF(불화아르곤)⋅KrF(불화크립톤) 노광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은 파티클⋅결함도 EUV 블랭크마스크에는 모두 불량으로 판정된다. 

반도체 패턴 두께가 수nm 수준이라 같은 크기의 먼지라도 EUV 라인에서는 반도체 성능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 블랭크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1개 레이어의 수율이 95%라면, 이를 20층까지 쌓았을 때 수율은 35%(0.95^20)까지 떨어진다. 

EUV 블랭크마스크 회사의 수율은 제조사가 직접 공개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추정하기 어렵다. 다만 이빔이니셔티브가 지난 2021년 4개의 일본 블랭크마스크 제조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EUV 블랭크마스크 업체들의 수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70%대에 머물다가 2020년들어 91%까지 올라왔다.  

이빔이니셔티브가 지난 2021년 조사한 EUV 블랭크마스크 업계 수율. /자료=이빔이니셔티브
이빔이니셔티브가 지난 2021년 조사한 EUV 블랭크마스크 업계 수율. /자료=이빔이니셔티브

그러나 이 수율은 양산에 투입되는 제품 외에 더미 제품까지 포함한 수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미 제품이란 일부 결함 탓에 EUV 양산 라인에 투입할 수는 없지만, 노광장비 조율이나 테스트 단계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을 뜻한다. 이들 더미 제품 역시 A급 정품 가격의 30~50% 정도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구매하는 블랭크마스크 가격이 1장당 7000만~8000만원, SK하이닉스가 1억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미 역시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EUV 블랭크마스크 점유율 1위인 일본 호야도 A급 제품 수율은 3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90%가 넘는다는 수율은 더미 제품까지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사히글래스에 센트럴글래스까지 가세

 

다만 호야가 독점력을 유지했던 국내 블랭크마스크 시장에 경쟁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가시적인 단가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2위인 아사히글래스는 이미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부터 품질 승인을 획득했고, 역시 일본 업체인 센트럴글래스 역시 승인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KIPOST 2023년 3월 3일자 <아사히글래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EUV용 블랭크마스크 공급> 참조). 아사히글래스의 경우, 이미 인텔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갈 것으로 기대된다.

아사히글래스가 생산한 EUV 블랭크마스크. /사진=아사히글래스
아사히글래스가 생산한 EUV 블랭크마스크. /사진=아사히글래스

국내 업체인 에스앤에스텍도 EUV용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비코로부터 IBD(이온빔증착) 장비를 도입했다. IBD는 블랭크마스크의 실리콘⋅몰리브덴층을 형성하는 장비로, 일본 레이저텍의 검사장비와 함께 EUV용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위한 필수 장비로 꼽힌다. 비코의 IBD, 레이저텍의 검사장비 모두 각 회사가 독점하는 품목이다.

이처럼 특정 회사에 의존적인 제조장비 역시 현재 EUV 블랭크마스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에스앤에스텍까지 EUV 블랭크마스크를 양산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구매 협상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오는 2025년부터는 블랭크마스크 단가가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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