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제재에 저자세 대응
제재 수위 더 빨리 높아질까 우려

/사진=S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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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매출 정도만 공개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달리, 중국 SMIC는 지난 2020년 1분기까지만 해도 각 공정 노드별 매출 비중을 상세히 공개했다. 그러나 같은 해 2분기부터는 핀펫(FinFet) 기술이 적용되는 14nm(나노미터) 공정 매출 비중을 28nm와 합쳐서 발표한다. 핀펫 매출 규모를 외부에서 추정하지 못하게 감춘 것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SMIC가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에 ‘로키(Low-key, 저자세)’로 대응하기 위해 핀펫 매출을 감췄다고 17일 보도했다. 핀펫은 기존 2D 평면 구조인 반도체 트랜지스터를 3D 입체 구조로 바꾸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누설전류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삼성전자⋅TSMC 등 파운드리 업계는 2D 구조 미세공정이 한계에 봉착하자 14nm 공정부터 핀펫 기술을 도입했다. 

SMIC 역시 지난 2019년 14nm 양산부터 핀펫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2020년 1분기를 기준으로 이 회사 매출 중 14nm 매출 비중은 1.3% 수준이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지는 않지만,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 중 유일하게 핀펫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SMIC는 2020년 2분기부터는 14nm 공정 매출 비중을 따로 발표하지 않고, 28nm와 합쳐서 공개한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핀펫 설비 투자가 어느 정도로 진척됐는지 추정하기 어려워졌다. 디지타임스는 SMIC가 핀펫 양산 능력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지면 미국 상무부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종의 ‘표정관리’를 한다는 뜻이다. 

실제 SMIC가 지난해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전혀 쓰지 않고도 7nm 칩을 양산 출하하자 미국 반도체 업계는 물론, 행정부와 의회까지 위기감을 표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SMIC 스스로 7nm 칩 양산을 발표한 적은 없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시중에 유통되는 비트코인 채굴용 SoC(시스템온칩)을 ‘리버스엔지니어링(역설계)’하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발견된 것이다. 

증시에 상장된 파운드리 기업이 최신 기술을 이용해 칩을 출하하고도 외부에 함구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SMIC가 미국 상무부를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다만 이 같은 SMIC의 저자세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수위를 높임으로써 더 이상 SMIC의 설비 투자는 진척되기 어려워졌다. 디지타임스는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들의 설비투자가 40nm 이전 레거시 공정에 머물 것이며, 공정 개발 역시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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