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허약한 중국 로컬 메모리
중국 기댈 곳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뿐
10월 반도체 장비 반입 금지 유예 시한
미국 정가 뜻 거스르기 어려울 듯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제재에 중국이 마이크론테크놀러지 보이콧으로 응수하면서 한국 메모리반도체 업계가 외통수에 빠졌다. 중국이 당장 마이크론을 대체할 제품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택하겠지만, 선뜻 반사이익을 누리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 

10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금지 유예 기간을 연장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미 정가의 뜻을 거스르기는 불가능하다. 

/사진=마이크론
/사진=마이크론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 한국에 쏠리는 눈

 

인스퍼⋅레노버 등 중국 최대 IT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반도체가 들어있는 부품의 사용 중단에 나섰다고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소식통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SCMP는 상황을 잘 아는 공급업자를 인용, 인스퍼와 레노버 등이 중국 정부가 마이크론 제품에 제재를 가한 후 협력업체들에 마이크론 반도체가 포함된 부품의 출하 중단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인스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AI(인공지능) 서버 제조업체로, 중국 서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레노버는 중국 최대 PC 기업이다. 두 회사를 포함해 마이크론 전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달한다. 

세계 최대 메모리 수요국인 중국 입장에서는 IT 시장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대규모 메모리 공급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가 중국 로컬 메모리 회사들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 CXMT⋅YMTC⋅CHJS 등 현지 업체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은 마이크론을 대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D램 생산업체인 CXMT(창신메모리)는 20nm(나노미터) 이상 선단공정으로의 진출을 당분간 포기한 상태다. 낸드플래시 제조사 YMTC(양쯔메모리)도 우한에 짓고 있는 두 번째 생산라인 건설을 홀딩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국 BIS(산업안보국) 규제에 따라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급길이 막혔다. 기술 업그레이드나 생산능력 확대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CHJS는 18.8nm 기술을 기반으로 D램을 생산하지만,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5000장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들쭉날쭉한 수율 탓에 제대로 라인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역시 앞의 두 회사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장비 구매길도 막혔다.

이처럼 자국 메모리 업체들 생산 기반이 허약하다 보니 중국 정부 및 기업들이 기댈 곳은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과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 생산공장 뿐이다. 다만 당장의 반사이익이 기대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심경은 편치 않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합동으로 두 회사가 마이크론의 빈 자리를 채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어서다. 

 

10월 유예조치 연장 걸린 한국 메모리…미 눈치 봐야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미 상무부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에 부여한 (장비) 수출 허가가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동맹 한국은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직접 (마이크론과) 정확히 같은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만큼 (한국 기업이 마이크론) 공백을 메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무부 산하 BIS 로고. /자료=BIS
상무부 산하 BIS 로고. /자료=BIS

갤러거 의원의 발언은 반대로 말하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메운다면, 오는 10월 두 회사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반입 금지 유예조치를 연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미국 BIS는 ▲16/14nm 이하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모든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바 있다. 삼성전자 시안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1년간의 유예조치를 받음으로써 제재를 피해갔지만, 오는 10월 유예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놓고 미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앞서 백악관 역시 대 중국 압박을 위해 두 회사가 적극 역할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 및 기업들과의 거래를 끊으라는 얘기다. 

이처럼 미국 정가의 의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메모리 점유율을 높였다가는 오는 10월 반도체 장비 반입 유예를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만약 중국 메모리 공장에 미국산 장비를 반입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선단공정 투자는 불가능하고, 시간이 갈수록 원가 경쟁력은 낮아지게 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미국은 메모리 3사 중 유일한 자국 회사인 마이크론이 혼자서 손해보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일단 미국 행정부 뜻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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