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레일, 작년 10월 BIS 규제의 부분집합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미 중국 투자 최소화
"항구적 특별허가 없이는 중국 투자 재개 어려워"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법(CHIPS Act) 상 보조금을 수령하는 기업을 상대로한 규제안을 확정했다. 향후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을 5% 이상 확대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러한 규제는 지난해 10월 미국 BIS(산업안보국)가 내놓은 수출 제한 조치 하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 추가적인 제재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첨단 반도체 5% 이상 증산시 보조금 반환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미국서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공장 생산능력을 5%(범용 반도체는 10%) 이상 늘릴 경우, 보조금을 전액 반환토록 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안을 공개했다. 가드레일 초안은 앞서 지난 3월 공개됐는데, 이후 우리 정부는 증설 허용 기준을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안은 초안에서 변경 없이 확정됐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가드레일에 관심을 가졌던 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중국 시안(낸드플래시)과 우시(D램)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첨단 패키지 공장 투자를 약속한 상태다. 미국서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확장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반도체법은 근본적으로 국가 안보 이니셔티브”라며 “이 같은 가드레일은 우리가 동맹국 및 파트너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글로벌 공급망을 강화하고, 미국 정부 자금을 받는 기업들이 우리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가드레일, BIS 규제의 부분집합

 

다만 이번에 발표한 가드레일은 미국 BIS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16/14nm 이하 로직칩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모든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는 원칙에 포섭되는 규정이다. BIS 수출 통제가 가드레일 대비 훨씬 포괄적 조치이므로, 가드레일이 국내 업계에 추가적으로 미칠 영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시안⋅우시 공장 내 장비 반입을 위해 1년짜리 특별 허가를 받은 상태다. 미중간 반도체 분쟁이 격화되면서 언제까지 특별 허가를 연장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보완 투자에만 수조원이 들어가는 지출을 용인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해 10월 BIS 수출 통제조치가 나온 이후,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중국 생산라인 투자를 사실상 중단됐다. 

삼성전자 우시 공장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에다, 최근 극심한 수요 부진을 겪는 레거시 제품 중심이어서 굳이 투자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SK하이닉스는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 기존 반입된 장비를 이용해 생산 제품을  업그레이드 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우시 공장에서는 10나노급 2세대(D1y)⋅3세대(D1z)급 제품을 생산하는데, 4세대(D1a)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특별허가에도 불구하고 EUV 노광장비는 중국으로의 반입이 원천 봉쇄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기존 DUV(심자외선) 장비를 ‘멀티패터닝' 하는 방식으로 D1a 생산을 추진한다(KIPOST 2023년 7월 21일자 <SK하이닉스, 중국서 D1a 생산에 EUV 대신 ArF-i 기술 적용 추진> 참조).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EUV 없이 D1a를 생산하면 수율 저하가 불가피하지만 우시 공장을 레거시 제품만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며 “항구적으로 특별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지 않고서는 앞으로 중국 공장 투자는 최소한으로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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