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도입 끝까지 미루는 마이크론
1분기 최선단 공정 양산 비중은 3사 중 가장 높아
뒤늦게 EUV 수업료 치를수도

미국 D램 생산업체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10나노급 6세대 제품인 ‘D1γ(감마)’에서도 EUV(극자외선) 공정을 쓰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다. 앞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3세대(D1x) 제품부터, SK하이닉스는 4세대(D1a) 제품부터 EUV 기술을 D램 생산에 적용해왔다. 

당초 마이크론은 6세대 제품부터 EUV 기술을 양산에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마이크론의 글로벌 생산기지 중 하나인 싱가포르 공장. /사진=마이크론
마이크론의 글로벌 생산기지 중 하나인 싱가포르 공장. /사진=마이크론

 

일본→싱가포르 이동하며 EUV 공정 적용?

 

최정동 테크인사이트 박사는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SMC코리아 기조연설에서 “내년에 마이크론이 D1γ 제품 양산시 EUV를 쓰는 방안과 기존 ArF(불화아르곤) 이머전 공정으로만 생산하는 방안 모두를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EUV를 끝내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마이크론의 D1γ는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히로시마에는 EUV 장비가 없으므로 EUV 공정을 위해 반제품 웨이퍼를 싱가포르 팹으로 옮겨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팹15’는 지난 2012년 파산한 일본 엘피다를 마이크론이 인수하면서 운영하게 된 시설이다. 현재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9만장 수준으로 추정된다. 

자체 자본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을 확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단일 팹 운영을 고수하는 것과 달리, 마이크론은 일본⋅대만에서 파산한 D램 회사들을 M&A를 통해 흡수하며 성장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흩어진 팹들을 한몸처럼 운용하는 노하우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다 높다. 

예컨대 마이크론 D램 생산능력의 60%를 차지하는 대만에서 전공정은 타오위안 공장(옛 렉스칩), 배선공정은 타이중(옛 이노테라)에 각각 배치해 운용한다. 역시 반제품 웨이퍼를 옮겨가며 생산하는 방식이다.

그런 마이크론도 일본~싱가포르처럼 원거리로 떨어진 공장을 옮겨가며 생산하는 건 간단치 않은 문제다. 최 박사는 “현재 싱가포르에도 EUV 설비는 한 대 밖에 없기에 양산을 위해서는 추가 장비 도입이 필요하다”며 “EUV를 D1γ에 쓴다고 해도 단 1개 레이어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용효율 떨어지는 EUV

 

마이크론이 이처럼 EUV에 소극적인 이유는 EUV 기술이 D램 생산에 도입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이유 때문이다. D램처럼 규격화된 제품은 어떤 기술을 이용해 생산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같은 DDR5 제품을 싸게 생산하면 그만이다. 

지난 1분기 각 D램 업체별 노드 별 생산비율을 보면 삼성전자의 D1a(10나노급 4세대) 제품이 7%에 그쳤던 반면, 마이크론은 54%에 달했다. D램 생산품목 절반 이상이 D1a였다. 이처럼 D램 선단공정 제품 생산비중에서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에 앞서는 건 이 회사가 기존 ArF 기술을 이용해 D1a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서다. 

값비싼 EUV를 써가며 D1a를 생산해야 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달리, 마이크론은 이미 안정화된 ArF 기술을 고도화해 제품을 양산한다. D램 생산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이 생산장비의 감가상각비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마이크론이 선단공정 양산 비중을 높이기가 가장 유리하다.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10나노대 3~4세대 제품부터 EUV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D램 노드를 줄여나가는데 ArF로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면 EUV를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 수업료를 치르자는 게 두 회사의 생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에서도 EUV 인프라를 대규모로 쓰기에 장비 운용시 유연성이 높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끝까지 EUV를 쓰지 않을 방법이 있었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조원씩 지출해가며 EUV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마이크론은 뒤늦게 EUV 도입에 따른 수업료를 홀로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D램이 낸드플래시처럼 3D 개념이 등장하기 전 2~3개 정도의 세대가 더 정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2~3개 세대가 주류가 될 2025~2030년 사이 마이크론이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따라 EUV 도입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현재의 전략이 재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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