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밍 공정부터 적용하거나, 레이저 가공 기술 도입도
"SDC, 도우인시스 통해 UTG 생산능력 3배 확대"

초박막유리(UTG)가 폴더블 스마트폰의 커버윈도 소재로 부각되면서 뒤이어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현재의 UTG 공정이 완전히 안정화 되지 않은 탓에 생산원가가 높은 점이 신규 업체 진입을 자극하고 있다.

공정 혁신으로 1장 당 40달러 안팎인 UTG 가격이 내려가면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폴더블 스마트폰 대중화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쇼트가 생산한 UTG 원장. /사진=쇼트
쇼트가 생산한 UTG 원장. /사진=쇼트

유리가공 업체들, UTG 신규 사업 진출

 

현재 국내서 UTG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체는 JNTC⋅켐트로닉스⋅유티아이⋅큐알에스⋅중우엠텍⋅피닉스아이엔씨⋅코세스지티 등이다. JNTC는 스마트폰용 곡면 커버유리 전문업체로, 유리가공과 관련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UTG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 켐트로닉스는 기존 씬글래스 사업에서 쌓은 기술을 UTG에 접목한다. 

유티아이는 커버글래스, 큐알에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용 소프트웨어, 중우엠텍은 OLED 조명회사다. 피닉스아이엔씨는 산업용 자동화시스템, 코세스지티는 곡면유리용 인쇄설비 전문업체다.

UTG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체들의 공통점은 크든 작든 디스플레이, 혹은 유리가공 관련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 장당 40달러에 달하는 UTG 가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 사업에 뛰어 들었다.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에 UTG를 공급하는 도우인시스의 UTG 가공 수율은 20~30%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UTG가 워낙 얇아 가공하는 과정에서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우인시스는 독일 쇼트에서 30마이크로미터(μm) 두께의 원장 유리를 구매해 이를 10층으로 적층한다. 유리 사이사이는 레진으로 채운다. 원장 유리를 10장 적층하는 것은 UTG가 워낙 얇아 이를 한 장만 핸들링하기가 쉽지 않고, 절삭하는 과정에서 레진의 탄성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A4 용지를 한장만 쥘때 보다 10장 겹쳐져 두꺼운 상태로 들면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대신 절삭 후에는 산 용액을 이용해 레진을 녹이고, 이를 낱장으로 뜯는 공정을 따로 거쳐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컴퓨터수치제어(CNC) 머신으로 절삭하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결함(치핑, Chipping)이 생기는 건 불가피하다. UTG가 물리적으로 20만회의 반복적인 굽힘을 버텨 내야 한다는 점에서 작은 결함이라도 생길 경우 불량으로 분류된다. 한 검사장비 업체 대표는 “UTG는 실제 깨지는 사례 보다 치핑이 생겨 불량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두꺼운 원장 쓰거나, 레이저 가공법도

 

UTG 후발 주자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유리 원장을 비교적 저렴한 두꺼운 제품을 사서 슬리밍(Slimming) 공정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도우인시스는 쇼트로부터 30μm 원장을 사와서 별도의 슬리밍 작업을 하지 않는다. 쇼트는 30μm 외에 50μm⋅70μm⋅100μm 두께 원장도 판매하는데, 한 단계 낮아질 때 마다 약 30%씩 가격이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UTG와 투명 PI를 적용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전망. /자료=DSCC
UTG와 투명 PI를 적용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전망. /자료=DSCC

50μm⋅70μm 원장을 사와서 자체적으로 슬리밍하면, 산술적으로 30~50% 정도의 재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뒷공정에서 불량이 일부 발생하더라도 아낀 재료비에서 벌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 같은 방법은 슬리밍 과정에서 얼마나 표면을 균일하게 가공할 수 있으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유리 원장 슬리밍에는 불산(HF) 용액이 사용되는데, 가공 과정에서 평탄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유리가공 업체 관계자는 “일단 유리 표면에 어떤 가공이라도 거치면 치핑이 생기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며 “슬리밍을 하다가 오히려 아낀 재료비 이상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에 UTG 자체 라인을 구축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미국 코닝에서 50μm 원장을 사서 사용하는데, 슬리밍 공정 없이 바로 가공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슬리밍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 때문인데, 50μm 원장을 그대로 쓰면 곡률반경(유리가 접히는 각도)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UTG가 접힌 모습. UTG 두께가 두꺼울수록 곡률반경을 크게 유지해야 한다. /사진=쇼트
UTG가 접힌 모습. UTG 두께가 두꺼울수록 곡률반경을 크게 유지해야 한다. /사진=쇼트

기재가 두꺼울수록 접히는 각도도 커지고, 폴더블 스마트폰 전체 두께를 얇게 만들기 어렵게 된다. 30μm UTG를 쓴 ‘갤럭시Z 플립'의 곡률반경은 1㎜(접었을때 생기는 원의 반지름) 수준이다.

큐알에스처럼 절삭 공정을 CNC 머신이 아닌 레이저로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레이저가 물리적인 충격 없이 좀 더 정교하고 빠르게 원장을 잘라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레이저 컷팅은 기존 OLED 제조 공정에 폭넓게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접목시킬 여지가 크다. 다만 레이저로 컷팅 시 유리 원장에 열이 가해져 절단면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난제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UTG를 적용한 폴더블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7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플라스틱 소재인 투명 폴리이미드(PI)를 적용한 제품은 30% 선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로스 영 DSCC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도우인시스에 큰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에 따라 도우인시스의 UTG 생산능력은 향후 2년간 지금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Z 플립'용 OLED 패널 원가 구조 및 판매가 동향. 초록색 부분이 UTG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자료=DSCC
'갤럭시Z 플립'용 OLED 패널 원가 구조 및 판매가 동향. 초록색 부분이 UTG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자료=DS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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