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월 순차 PO 받을 것
"비전옥스, 2001년 PM OLED부터 실력 키워"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비전옥스가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3개 라인에 대한 설비를 한 번에 발주했다. 1개 라인 당 2조원 정도가 소요되는 플렉서블 OLED 장비는 양산 수율을 봐가며 순차적으로 투자하는 게 보통이다.

양산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한번에 발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격협상력을 감안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VO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GVO 홈페이지
GVO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GVO 홈페이지

비전옥스, 플렉서블 OLED 15K+45K

 

비전옥스는 현재 베이징 남쪽 구안현에 6세대(1500㎜ X 1850㎜)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의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비전옥스는 3개라인, 원판투입 기준 월 4만5000장 분량의 OLED 장비를 추가로 발주했다.

신규 3개 중 1개 라인은 구안현 기존 라인과 동일한 위치에, 나머지 2개는 안후이성 허페이 V3 공장에 들어갈 예정이다. 입고는 내년 1~2분기 중에 시작한다. 양산 가동 시점은 내후년 초다.

비전옥스는 이미 일부 핵심 장비에 대해서는 발주 작업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장비들도 6~7월에 걸쳐 구매주문(PO)가 나온다. 현재까지 발주 완료된 품목은 노광장비(니콘)⋅스퍼터(H&이루자)⋅이온임플란터(니신이온)⋅증착장비(캐논도키) 등이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기타 장비들도 서류 작업만 남았을 뿐, 공급사 윤곽은 거의 확정된 상태”라며 “구매의향서(LOI)를 받아 놓은 곳도 많다”고 말했다.

비전옥스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는 기존 OLED 투자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1개 라인 당 2조원 안팎이 투입되는 중소형 OLED는 통상 단계를 나눠서 투자한다. 수율과 고객사 영업 상황을 봐가면서 속도를 저울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GVO의 플렉서블 OLED 투자 스케줄. /자료=미래에셋대우
GVO의 플렉서블 OLED 투자 스케줄. /자료=미래에셋대우

플렉서블 OLED에 투자하기 전 비전옥스는 쿤산 공장에서 기판이 딱딱한 리지드 타입의 OLED(5.5세대)를 양산해왔다. 지난해 약 900만개 안팎의 리지드 OLED를 출하한 것으로 추정된다. 플렉서블 OLED는 지난해 반입한 구안 1라인이 처음인데, 이번 분기 들어 막 가동을 시작했다.

구안 1라인은 외부에는 가동률 70%로 공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보다 낮고, 아직 수율도 미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서는 구안 1라인의 본격 양산 시점을 올 연말 정도로 보고 있다.

한 유기재료 업체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중소형 OLED 시장을 겨냥해 설립한 회사이기는 하지만 플렉서블 OLED 생산에는 적지 않은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장비 업체 대표는 “그래도 비전옥스가 2001년 설립 이후 수동형(PM) OLED부터 실력을 쌓아 와서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라며 “지금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향후 양산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시 주문시 네고 폭 감안...BOE⋅티안마 등 경쟁업체 견제

GVO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SID 동영상 캡처
GVO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사진=SID 동영상 캡처

이 떄문에 비전옥스가 한 번에 3개의 플렉서블 OLED 라인용 장비를 발주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플렉서블 OLED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고, 최근 중소형 OLED 시장 성장세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 번에 장비를 발주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추가 협상력을 감안했을 수 있다. 장비들마다 할인폭은 다르지만, 여러 라인 장비를 한 번에 발주하면 그 만큼 협상력을 높여 금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OE와 티안마 등 중국 내 경쟁사들이 양산 능력에서 앞질러 가는 것을 하루 빨리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BOE가 B7(청두)⋅B11(몐양)에 이어 B12(충칭) 투자를 결정하면서 이미 멀찌감치 달아났다. 중소형 LCD 절대강자인 티안마도 OLED 부문 부진을 털고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소형 쪽에서는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 역시 올해 안에 두 번째 중소형 OLED 라인 투자에 돌입한다.

최근 반도체 굴기(倔起)가 막힌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쪽으로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자금을 집행하면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미뤄뒀던 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비전옥스 역시 이 같은 추세에서 밀려 나지 않기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비전옥스의 V3 라인은 허페이시와의 합작을 통해 건설된다.

업계 관계자는 “BOE에 영입됐던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인사들 중 일부가 최근 비전옥스로 이직했다”며 “향후 중국 중소형 OLED 시장에서 비전옥스가 BOE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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