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관계 변화 촉각
2020년 이후 SDC 청색 재료 공급 독점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호도가야와 합작 투자한 에스에프씨가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 에스에프씨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생산에 사용하는 청색 호스트⋅도판트 재료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 투자한 협력사 주식을 최근 처분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향후 양사간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에스에프씨의 유기재료 생산시설. /사진=에스에프씨 홈페이지
에스에프씨의 유기재료 생산시설. /사진=에스에프씨 홈페이지

 

삼성디스플레이 청색 재료 독점한 에스에프씨

 

에스에프씨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청색 유기재료 공급망 확보를 위해 지난 2006년 투자한 회사다. 김용관 현 에스에프씨 대표가 설립한 썬화인켐에 일본 호도가야(지분율 56.36%), 삼성디스플레이(33.88%)가 지분을 넣으면서 합작이 성사됐다. 

지난 2019년을 전후로 청색 재료 공급권을 일본 JNC(현 SK JNC)에 잠시 빼앗긴 바 있으나, 2020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회사에서만 청색 호스트 및 도판트 재료를 구매한다. 

최근 에스에프씨는 자회사 렉쎌과의 합병과 더불어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렉쎌은 호도가야가 김용관 대표와 지난 2017년 따로 신설한 회사로 OLED 재료 리사이클(재활용)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에스에프씨 실적 추이. /자료=KIPOST
에스에프씨 실적 추이. /자료=KIPOST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에스에프씨는 올해 안에 상장을 완료하는 일정으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실적이 매우 좋았고, 바이오 사업으로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어 상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3년 기준, 이 회사 매출(1331억원)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향 매출은 964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중으로는 72%다.

원래 연간 매출 500억원 안팎을 기록하던 에스에프씨는 2020년 이후 매출이 크게 늘면서 1000억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기간 ‘코로나19’ 진단키트용 염료 등 바이오 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불용자산 매각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에스에프씨가 IPO에 성공한다면, 이를 전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수년간 ‘불용자산’ 유동화 취지로 협력사 지분을 매각해왔다. 지난 2023년 연말 UTG(초박막유리) 제조사 도우인시스 지분을 뉴파워프라즈마 측에 매각했고, 앞서 에스에프에이(일부)⋅에스엔유프리시젼(전량) 지분도 처분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에스에프씨에 투자할 때만 해도 국내에 규모 있는 OLED 유기재료 회사가 없었고, 청색 재료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부 수직계열화 유인이 컸다. 그러나 현재는 에스에프씨를 비롯해 국내 유기재료 산업 기반이 갖춰졌고, 청색 재료도 대안이 없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분을 일부 매각한다 해도 당초 투자 목표였던 청색 재료 공급망 안정화에는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에스에프씨의 매출⋅영업이익은 국내 대표 유기재료 개발사인 덕산네오룩스가 지난 2021년 기록한 실적의 70% 정도다. 당시 덕산네오룩스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에스에프씨가 2021년 덕산네오룩스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평가받는다면, 상장 후 시가총액 1조원 안팎도 바라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지분(33.88%)의 가치도 3000억원 이상으로 뛴다. 

다만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가 지난 2021년과 비교하면 극히 보수적으로 변했고, 디스플레이 업황이 수년째 좋지 않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에스에프씨는 바이오 신사업도 있고 청색 재료 공급사라는 상징성도 있어서 기업 가치 평가를 달리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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