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삼성SDI OLED 재료 의도적 배제
최주선 삼성SDI 대표, SDC 대표시절 BOE 소송 첫 제기

중국 BOE가 삼성SDI로부터 조달하는 OLED 재료 비중을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향후 삼성SDI가 p도판트 공급권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p도판트는 삼성SDI 자회사 노발레드 독점 품목이었으나 지난 2023년 LG화학이 처음 이원화에 성공했다. 

BOE는 최근 미국 UDC(유니버설디스플레이)의 녹색 도판트도 일부 자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독점 재료에 대한 조달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연구원이 p도판트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LG디스플레이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연구원이 p도판트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LG디스플레이

 

삼성SDI, 현재 BOE에 p도판트만 공급

 

현재 삼성SDI가 BOE에 공급하고 있는 OLED 재료는 p도판트가 유일하다. 그동안  BOE로의 공급량을 늘려온 녹색 호스트 재료는 LG화학과 LT옵토(LTOM)에 공급권을 빼앗겼다(<LG화학, BOE 유기재료 공급망에서도 메이저 등극...삼성SDI 배제 효과> 참조). 

p도판트는 OLED 내 HTL(정공수송층)에 소량 섞어 쓰는 재료다. HTL 증착량의 0.1% 정도를 쓰는데 그치지만 p도판트를 씀으로써 OLED 전자이동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전자이동도가 높아진다는 건 OLED가 적은 에너지로도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지난 2014년 노발레드를 인수, 자회사한 이래 10년 가까이  p도판트 시장을 독점했다. 지난해 노발레드가 올린 당기순이익만 36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2023년 LG화학이 10년 개발 끝에 p도판트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애플 ‘아이패드’용 OLED 패널 생산에 LG화학 p도판트를 양산 적용했다. 관련 시장이 처음 이원화 된 것이다. BOE가 공급사 교체 의지를 갖고 있다면 p도판트 시장에 LG화학이라는 대안 회사가 생긴 셈이다(<LG디스플레이, p도판트 공급망 삼성SDI로부터 이원화> 참조).

특히 BOE는 최근 해외 기업이 특허를 앞세워 독점 공급하던 재료에 대해 조달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BOE가 ‘Q10’ 재료 세트에 사용하는 녹색 도판트는 중국 회사인 써머스프라우트가 공급한다. 녹색 도판트 재료를 UDC 아닌 다른 회사로부터 구매해 사용하는 건 BOE가 유일하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BOE가 쓰는 OLED 유기재료 세트는 애플 패널 생산에 쓰이는 ‘L시리즈’와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을 위한 ‘Q시리즈’로 나뉜다. Q시리즈의 경우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 등이 중국 내수용으로 생산하는 스마트폰 패널에만 사용된다. 애플용 ‘L10’에는 여전히 UDC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UDC가 해외에서 써머스프라우트⋅BOE에 대한 특허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중국 내에서 특허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그동안 중국 기업에 유리하게 진행됐던 중국 내 관례를 비춰볼 때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 

p도판트는 LG화학 재료를 도입할 경우 특허 관련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한 OLED 재료 산업 전문가는 “일단 재료비 절감을 위해 Q시리즈부터 p도판트 이원화를 시도해 볼 수 있다”며 “아이패드 패널 생산 당시 LG화학 p도판트에 대한 애플의 평가도 매우 좋았기에 삼성SDI의 p도판트 공급권이 과거처럼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협받는 삼성SDI OLED 유기재료 사업

 

그동안 강점을 유지했던 녹색 호스트 재료에 이어 p도판트 시장까지 잠식되면 삼성SDI의 OLED 유기재료 사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삼성SDI의 OLED 재료시장 점유율은 UDC⋅LG화학⋅듀폰에 이은 세계 4위다. 지난 2023년까지 LG화학과 엇비슷한 규모였으나, 최근 2년 사이 LG화학이 2위까지 오르는 동안 삼성SDI는 제자리걸음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
최주선 삼성SDI 대표.

이는 OLED 재료 시장 역학관계상 불가피한 귀결이다. OLED 재료 구매력이 높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내 점유율은 삼성SDI⋅LG화학이 각각 점유한다면, 결국 BOE를 차지하는 회사가 OLED 유기재료 시장 성장세에 편승하는 구조다.

그러나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와 BOE 간 특허 소송이 비화되는 상황에서 삼성SDI가 BOE 구매 우선순위에 오르기는 어렵다. 공교롭게도 최주선 삼성SDI 신임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시절, BOE와의 특허 소송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다. 지난해까지 첨예한 특허 공방을 벌이다 해가 바뀌어 BOE에 유기재료를 공급해야 하는 ‘을’의 위치로 뒤바뀐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둘 간의 특허 소송 이후 BOE가 삼성전자에 공급했던 LCD 패널 물량 역시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며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BOE의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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