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LGD⋅BOE 3사 모두 중용하는 국내 기업은 LG화학 유일
삼성⋅BOE 간 특허소송전 확대도 영향
LG화학이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중국 BOE에서도 주요 유기재료 공급사로 등극했다. 국내 유기재료 공급사 중 OLED 3사 모두가 중용하는 회사는 LG화학이 유일하다.
BOE가 삼성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삼성SDI를 배제한 것도 LG화학의 재료 공급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BOE에 녹색⋅청색 호스트 공급
LG화학은 현재 BOE에 녹색 호스트 재료와 청색 호스트 재료를 양산 공급하고 있다. BOE의 유기재료 세트는 애플 향 패널 생산에 쓰이는 ‘L 시리즈’와 로컬 스마트폰 회사들을 위해 사용하는 ‘Q 시리즈’로 나뉜다. LG화학은 L10에는 녹색⋅청색 호스트를, Q10에는 청색 호스트 재료를 각각 공급하고 있다.
청색 호스트 재료는 지난 2023년부터 BOE에 공급되고 있었으나, 녹색 호스트는 비교적 최근 신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원래 BOE의 녹색 호스트 재료는 삼성SDI가 BOE의 6세대(1500㎜ X 1850㎜) OLED 양산 초창기부터 줄곧 공급해왔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녹색 호스트를 독점 공급해오면서 관련 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BOE는 L10 녹색 호스트 공급사를 LG화학으로, Q10 녹색 호스트 공급사를 중국 LT옵토(LTOM)로 각각 대체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OLED 특허 소송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2년부터 BOE와 OLED 특허 소송을 벌여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삼성전자 VD사업부(TV)까지 걸고넘어지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BOE는 지난 2023년 5월 삼성전자⋅디스플레이가 자사 LCD 특허를 침해했다며 중국 내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디스플레이⋅BOE 간 소송전이 그룹 전면으로 번지자 그동안 애용해오던 삼성SDI가 녹색 호스트 재료 공급권이 박탈되는 유탄을 맞은 셈이다.
따라서 당분간 삼성SDI가 BOE측에 다시 녹색 호스트 재료를 공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BOE는 오는 5월 양산을 목표로 Q10의 차세대 버전인 Q11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Q10용 녹색 호스트를 공급했던 LT옵토의 재료 성능이 좋지 않았으나, BOE는 LT옵토와 함께 역시 중국 회사인 썸머스프라우드 재료 사용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재료 업계 전문가는 “Q11의 녹색 호스트 재료 성능이 문제가 되자 엔지니어들 사이에서 다시 삼성SDI 재료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그러나 ‘탑다운’ 방식으로 LT옵토⋅썸머스프라우트 두 회사를 중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기에 대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색⋅녹색⋅청색으로 이뤄진 OLED 화소 가운데 휘도(밝기)에 미치는 영향력만 놓고 보면 녹색이 가장 중요하다. 이 같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삼성SDI를 배제하는 건, 그만큼 삼성에 대한 감정적 불편함이 크다는 뜻이다.
LG화학, 3사 모두에서 메이저 공급사로 등극
OLED 패널 업체들은 벤더 의존도 관리를 위해 어지간해서는 한 개 회사에서 2개가 넘는 재료를 공급받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특정 패널 업체에 공급할 수 있는 유기재료 가짓수는 2개가 최대다. LG화학으로서는 BOE에 공급할 수 있는 최대치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에는 aETL(HBL⋅정공방어층)⋅p도판트 등 공통층은 물론 적색⋅녹색⋅청색 호스트 재료까지 폭넓게 공급하는데, 이는 같은 그룹 계열사여서 가능한 구조다.
삼성디스플레이에는 ETL(전자수송층)⋅aETL 등 역시 2개의 재료를 공급하고 있다. 이처럼 3사 모두에서 메이저 공급사로 등극하면서 LG화학의 유기재료 사업 외형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DSCC는 LG화학이 OLED 재료 시장에서 미국 듀폰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작년 LG화학의 OLED 재료 매출은 2억5000만달러(약 3600억원) 안팎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