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무효 소송에서 침해 소송으로 번져
삼성디스플레이 向 재료 공급권 확보가 목적
SK JNC "지적재산권 보호 위해 소송"

SK와 일본 JNC와 합작설립한 SK JNC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 업체 SFC와 특허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SFC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 OLED 재료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SK JNC와 SFC는 상대가 보유한 일부 특허에 대해 국내 특허심판원에 특허 무효심판도 제기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갤럭시S22 시리즈. SK JNC와 SFC가 공방을 벌이는 특허는 OLED 디스플레이 내 청색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SK JNC와 SFC가 공방을 벌이는 특허는 OLED 디스플레이 내 청색을 더욱 짙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사진=삼성전자

SK JNC-SFC, 특허 무효소송 이어 침해 소송

 

SK JNC와 SFC가 침해 여부를 다투고 있는 특허는 ‘다환 방향족 화합물(KR1955647B1)’ 기술이다. 이 특허는 붕소 화합물을 OLED 내 청색 도판트 제조에 사용하는 게 골자다. 

붕소 화합물을 이용한 청색 재료는 기존 도판트 재료 대비 ‘반치폭’을 줄여 극청색을 낼 수 있다. 반치폭은 특정 물질이 발산하는 빛의 파장 영역을 뜻하는데, 반치폭이 좁을수록 더 정확한 색감을 낼 수 있다. ‘푸르스름한 청색’을 ‘진청색’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SK JNC는 지난해 11월 SFC가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SFC가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지난 10일 ‘무변론 판결’이 날 예정이었다. 무변론 판결은 피고가 변론 의지가 없다고 보고, 원고(SK JNC) 주장에 근거해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다 SFC가 뒤늦게 소송대리인을 지정하고 답변서를 제출, 현재는 무변론 판결 결정이 취소됐다. 다시 정식 재판 절차로 돌아왔다. 앞으로 법정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다툴 예정이다. 

두 회사의 특허 공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SK JNC와 SFC는 지난 2020년부터 특허 무효 소송을 벌여 왔다. SFC는 SK JNC의 KR1955647B1 특허에 대해, SK JNC는 SFC의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 및 이를 이용한 유기발광소자(KR20190127622)’ 특허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특허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갤럭시S10의 색상 스펙트럼. 스펙트럼의 반치폭이 좁을수록 샤프한 색감을 낸다.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갤럭시S10의 색상 스펙트럼. 스펙트럼의 반치폭이 좁을수록 샤프한 색감을 낸다.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이 중 아직 결론난 케이스는 없고, 가장 먼저 SFC가 SK JNC를 상대로 2020년 6월 제기한 특허 무효 심판이 오는 6월을 전후로 결론날 것으로 알려졌다. 한 OLED 재료 업체 대표는 “두 회사간 특허 공방은 작년 초 화해로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오히려 침해 소송으로 확전되는 모양새”라며 “앞선 소송들 결과가 나와야 한 쪽이 승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공급권 확보 및 방어가 목적

 

두 회사가 이처럼 첨예한 특허 공방을 벌이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 향(向) OLED 재료 공급권 때문이다. 원래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JNC(SK와의 합작 전)로부터 청색 도판트를 공급받다 2020년들어 공급사를 SFC로 바꿨다. 

SFC는 일본 호도가야화학의 자회사로, 삼성디스플레이⋅삼성벤처투자가 33.88%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 보면 청색 재료 공급사를 외부 업체에서 내부 지분 투자사로 바꾼 셈이다. 1년만에 재료 공급권을 박탈 당한 JNC는 이후 SFC의 특허 침해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 왔다.

2020년 SFC가 KR1955647B1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한 건 SK JNC가 더 이상 특허권을 걸고 넘어지지 못하도록 SFC가 손을 쓴 것으로 이해된다. 

SK JNC는 원래 SK머티리얼즈와 일본 JNC 간의 합작사였으나, 지난해 (주)SK가 SK머티리얼즈 지주부문을 흡수 합병하면서 이제는 (주)SK의 자회사가 됐다. /사진=SK머티리얼즈
SK JNC는 원래 SK머티리얼즈와 일본 JNC 간의 합작사였으나, 지난해 (주)SK가 SK머티리얼즈 지주부문을 흡수 합병하면서 이제는 (주)SK의 자회사가 됐다. /사진=SK머티리얼즈

SK JNC는 특허심판 및 침해소송 결과에 따라 다시 삼성디스플레이 공급망으로 진입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특허 소송이 마무리되면, 승소한 회사를 공급망에 진입시키는 조건으로 그간의 분쟁을 털고 간 관례가 적지 않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임원은 “지난 2015년 이데미츠코산이 삼성디스플레이 HTL(정공수송층) 재료 공급권을 따낸 것도 당시 SFC와의 특허 소송전 이후 보상 차원이었다”며 “아직 삼성과 거래를 트지 못한 SK JNC는 소송을 통해 지렛대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JNC측은 "특허 소송은 자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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