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밀도 LFP·NCM 대비 낮아
영하 20도 이하서도 성능 유지

전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1위 업체 중국 CATL이 업계 최초로 소듐이온(sodium-ion) 배터리를 공개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코발트 등 희귀 광물을 주재료로 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낮은 온도에도 배터리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향후 리튬 프리 배터리 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배터리로 손꼽힌다. 


에너지밀도 LFP·NCM 대비 낮아...영하 20도 이하 성능 유지는 장점

쩡위췬 CATL 회장. /사진=CATL

CATL은 29일 첫 온라인 신제품 발표회 '테크존(Tech Zone)' 행사를 통해 1세대 소듐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업체는 2023년까지 관련 산업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소듐(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생산 단가가 저렴하다. 리튬의 경우 칠레, 호주, 중국 등 일부 지역에 자원이 한정돼 있는 반면 나트륨은 전세계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하고 지역별로 고르게 분산돼 있다. 뿐만 아니라 소듐이온은 리튬이온과 화학·물리적 구조가 유사해 많은 업체들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배터리로 연구개발을 진행해왔다. 

CATL이 공개한 1세대 소듐이온 배터리 셀의 에너지밀도는 160Wh/kg에 달한다. 이 업체가 테슬라에 공급하는 주력 배터리 셀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에너지밀도는 현재 200Wh/kg 정도다. NCM(니켈·코발트·망간)811 배터리는 그보다 더 큰 300Wh/kg 정도로 다소 격차가 있다. 쩡위췬 CATL 회장은 그러나 소듐이온 배터리 2세대는 LFP의 에너지밀도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신형 배터리는 15분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또한 낮은 온도에서도 성능을 유지할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섭씨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성능의 90%가 유지된다. CATL에 따르면 소듐이온 배터리는 열 안정성 측면에서도 자국 내 기준을 충족시킨다. 귀센 황(Qisen Huang) CATL 부 연구 센터장은 "소듐 이온 배터리 생산 설비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호환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빠르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프루시안 화이트' 양극재, 다공성 흑연 적용

소듐이온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한 화학 구조를 가진다. 리튬이온 대신 소듐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하를 이동시킨다는 차이가 있다. 다만 소듐이온은 리튬이온 대비 이온 직경이 크고 이에 따라 추가적인 안정화 작업이 필요해 그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소듐이온은 리튬이온 대비 직경이 1.3배 가량 크다. 이온 직경이 클 경우 충방전에 의해 수명이 짧아진다는 문제가 있다. 리튬이온 등은 양음극을 오갈 때 전해액을 비롯한 주변 물질과 접촉을 거치게 되는데 이온의 크기가 클 경우 음극으로 이동 전에 다른 물질과 예상치 않은 반응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CATL이 공개한 소듐이온 배터리.
CATL이 공개한 소듐이온 배터리.

CATL은 수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양극재의 경우 CATL은 '프루시안 화이트(Prussian White)’ 소재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옷감의 염료로 많이 사용되는 프루시안 블루의 이온을 치환시키면 프루시안 화이트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진봉수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지연구센터 연구원은 "프루시안 화이트를 사용해 소듐이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라면서도 "그러나 실제 상업화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음극재의 경우 이 업체는 다공(porous) 구조 흑연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크기가 작은 리튬이온은 층층의 구조로 되어 있는 흑연 사이에 안착돼 안정화를 이루기 쉽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소듐이온은 안정화를 위해 층간 공간을 확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듐이온·리튬이온 결합 단일 배터리팩 구성 예정

이번에 공개된 CATL의 소듐이온 배터리는 향후 리튬이온 배터리와 함께 사용되는 식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업체는 이날 리튬이온 배터리와 소듐이온 배터리를 단일 팩에 결합하는 기술인 'AB 배터리 팩 솔루션'을 함께 공개했다. 

CATL은 특정 비중으로 소듐이온 배터리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단일 팩으로 결합한 뒤 자체 개발한 BMS(배터리관리시스템) 알고리즘으로 이를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소듐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출력을 유지한다. 

다만 오랜 기간 소듐이온 배터리를 연구해온 한국전기연구원 측은 이번에 CATL이 발표한 소듐이온 배터리가 기술적 혁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 연구원은 "프루시안 화이트 양극재를 사용했다 하더라도 수명이 짧아지는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만일 결정수가 있는 상태라면 향후 결정시 물이 새어나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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