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업계가 장기 공급과잉 국면에 돌입하면서 한계 상황에 다다른 패널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당장에 수요가 늘어날 요인은 보이지 않는데, 중국발 설비 투자는 지속된 탓에 일부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대열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팬디스플레이(JDI) 로고. /사진=JDI
재팬디스플레이(JDI) 로고. /사진=JDI

실크로드펀드, JDI 투자설 부인

 

지난 24일 중국 국영 실크로드펀드는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와의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실크로드펀드와 대만 TPK홀딩스가 JDI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해 600억엔(약 6200억원)을 투자할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크로드펀드가 지분투자설을 부인하면서 또 다른 지분투자 후보인 TPK홀딩스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TPK홀딩스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TPK홀딩스는 애플의 터치스크린 공급사다.

JDI가 이처럼 시장의 매물로 나오게 된 것은 최근 몇년간 시장을 중국 업체에 빼앗기면서 재무적 난관에 봉착해기 때문이다. JDI는 2017년(2017년 4월~2018년 3월)에 617억엔(약 6300억원), 지난해 2~3분기 누적으로는 144억엔(약 147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래 전망은 더 어둡다. 애플이 이르면 내년부터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를 전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JDI는 ‘아이폰XR’용 노치(notch) LCD 생산을 위해 지난해 550억엔(약 5617억원)을 시설 투자하는 등 기대를 걸어왔다. 투자 자금은 일본 LED 업체 니치아에서 어렵게 수혈했다. 그러나 투자 1년만에 애플이 OLED로 100% 전환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3분기 기준 JDI의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티안마⋅BOE⋅센추리에 이은 5위까지 떨어졌다. 대주주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 역시 지속적인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내부적으로 자금을 수혈 받을 방안도 마땅치 않다.

JDI 히가시우라 공장. /사진=JDI
JDI 히가시우라 공장. /사진=JDI

JDI가 추진해오던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OLED 연구개발(R&D) 역시 좌초될 공산이 크다. JDI는 자회사 JOLED를 통해 적⋅녹⋅청(RGB) 픽셀을 증착이 아닌 프린터로 인쇄하듯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증착 방식 OLED 경쟁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에 뒤처진 상황에서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JDI가 재무 위기에 봉착한 한 마당에 자회사인 JOLED가 조단위 자금이 필요한 잉크젯 프린팅 라인에 투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업계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팅 방식 OLED는 삼성⋅LG디스플레이도 수년간 연구해왔지만 양산에 적용할 정도로 수율이 안정화되지는 못했다”며 “기술은 물론 자금도 부족한 JDI가 양산 투자에 성공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채 위기 빠진 CPT

 

JDI에 앞서 적신호가 들어온 디스플레이 회사는 대만 청화픽처튜브스(CPT)다. CPT는 지난해 11월 룽탄과 양메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며,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룽탄 공장은 6세대, 양메이 공장은 4.5세대 LCD 패널을 각각 생산하는 공장이다.

CPT는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대비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아지며 일찌감치 위기가 감지됐다. 지난해 2분기 기준 CPT의 부채비율은 270%에 이른다. 같은 대만 업체인 AUO⋅한스타⋅이노룩스가 10% 안팎의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다.

대만 청화픽처튜브스(CPT) 부스. /사진=CPT
대만 청화픽처튜브스(CPT) 부스. /사진=CPT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나머지 3사가 그래도 흑자 기조를 유지해온 것과는 달리, CPT는 적자 폭이 커지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졌다. 지난해 1~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21%와 -16%로 악화됐다.

나머지 대만 3사가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특기인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수주를 늘려가며 나름 선방하고 있는데 비해 CPT는 이마저도 수주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워낙 구형 팹이고 비정질실리콘(a-Si) TFT 타입이라, 고화질화 되어 가고 있는 자동차용 디스플레이용으로 공급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데이비드 셰 IHS마킷 연구원은 “CPT가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재무적으로 좀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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