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하프늄 가격 3~4년새 2배 이상 급등
엘케이켐, 전구체 제조사와 국산화 추진
반도체 업계가 고율전율 재료로 사용하는 CP(Cyclopentadienyl)-하프늄 원천소재(염화하프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자연 광석 내 함유량이 극히 적은데다 최근 방산 분야에서 수요가 크게 늘면서 물량 확보 경쟁을 벌어야 하는 탓이다.
CP-하프늄 소재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도체 업계 사정을 감안하면 염화하프늄부터 공급망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염화하프늄, 3~4년 만에 가격 100% 이상 인상
CP-하프늄은 D램 캐패시터나 메탈게이트 절연막 형성에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고유전율(하이케이) 전구체다. 반도체 업계는 고유전율 재료로 CP-지르코늄을 주로 사용하다 2020년 전후로 CP-하프늄으로 이전 중이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더 얇은 두께로도 더 많은 전하를 가둘 수 있게하기 위해서는 하프늄의 높은 유전율이 필요했다.
문제는 CP-하프늄의 원재료인 염화하프늄부터 조달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사용하는 CP-하프늄은 100% 해외서 수입한 염화하프늄으로 만든다. 이 시장을 글로벌 3사가 과점하고 있어서다. 세계 염화하프늄 시장은 미국 ATI, 프랑스 아레바, 중국 화진이 잠식한 상태다. 이 가운데 국내로 들여오는 염화하프늄은 ATI 제품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전후 염화하프늄 수입가격은 1㎏ 당 600~700달러선이었다. 그러나 작년 말 기준으로는 같은 무게에 1500달러 안팎까지 가격이 인상됐다.
염화하프늄 가격이 폭등하는건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 이슈가 많아서다. 하프늄은 광석인 지르코늄샌드에서 지르코늄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극소량 추출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지르코늄샌드 광산을 소유하거나, 광석 수급이 원활한 일부 기업만 하프늄을 부산물로서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2020년 이후 방위⋅우주산업에서 하프늄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염화하프늄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다. 하프늄은 니오븀과 함께 발사체 부스터에 사용된다. 원자력 발전소 내에서 원자로 제어봉 및 보호회로 장치로도 하프늄이 사용된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국내 회사들이 의존하고 있는 ATI는 하프늄 사업이 수많은 제품 포트폴리오 중의 하나이기에 생산능력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적극 호응하지 않는다”며 “염화하프늄 가격은 앞으로도 상승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전율 소재 수요 늘어나는 반도체 업계
이처럼 염화화프늄 수급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의 수요는 당분간 계속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QY리서치에 따르면 CP-하프늄을 포함한 반도체용 고유전율 재료 시장은 작년 기준 10억8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정도다. 이 수치는 오는 2028년 18억8000만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메모리⋅비메모리 할 것 없이 미세 공정 수준은 갈수록 발전할 수 밖에 없기에 고유전율 재료 수요 증가는 불가피하다. 따라서 CP-하프늄은 물론 원소재인 염화하프늄에 대한 국산화 작업도 절실하다. 국내 반도체용 CP-하프늄은 일본 아데카와 SK트리켐 두 회사가 과점하고 있다. 그나마 내년 11월이면 일본 TCLC(트리케미칼)가 보유한 하프늄 소재 관련 원천특허가 만료된다. 이후로는 국내외 다양한 전구체 회사들이 CP-하프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달리 CP-하프늄의 원소재인 염화하프늄 조달 확대 방안은 여전히 다양하지 않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구체 원재료 제조사인 엘케이켐은 국내 전구체 회사와 염화하프늄 국산화 과제를 진행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르코늄에서 하프늄을 추출 분리하고, 염화 반응을 일으켜 고순도 정제하는 과정까지를 엘케이켐이 담당한다. 이후 이를 전구체로 만드는 공정은 파트너사가 진행, 반도체 회사에 최종 건네지는 방식이다.
엘케이켐측은 “현재 연간 3000톤 규모의 지르코늄샌드 공급망을 확보해둔 상태”라며 “우선 올해 초 1톤 가량의 시제품을 입고한 뒤 추가 분석을 통해 사업성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엘케이켐은 하프늄 추출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지르코니아(ZrO2)는 배터리 업계에 공급해 사업성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지르코니아는 배터리 양극재에 도핑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데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