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중 조달처 물량 비중 조정
하이케이 재료, 미세공정 발전에 따라 사용량 증가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 재료인 CP(Cyclopentadienyl)-지르코늄 조달처 조정에 나선다. CP-지르코늄은 게이트 절연층 성막이나 D램 캐패시터 형성에 사용한다. 최근 미세공정 고도화와 함께 CP-지르코늄 대신 CP-하프늄을 쓰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CP-지르코늄도 주요 하이케이 재료 중 하나다.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램. /사진=삼성전자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램.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1분기 중 한솔케미칼 CP-지르코늄 조달 늘린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인에 투입해 온 CP-지르코늄은 일본 아데카와 국내 전구체(프리커서) 제조사인 디엔에프가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해왔다. 전체 공급비중으로는 아데카가 절반 이상을 공급해 압도적이며, 그 다음이 디엔에프다. 여기에 한솔케미칼도 소량 공급을 담당해왔다. 

다만 삼성전자는 1분기 중 디엔에프로부터 조달하던 CP-지르코늄 물량 일부를 한솔케미칼로 이전할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구체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한솔케미칼로부터의 CP-지르코늄 조달 비중을 점차 늘려 나가면서 장차 하이케이 재료 제 2 공급사로 지위를 격상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이면 차세대 하이케이 재료인 CP-하프늄 특허가 만료된다는 점에서 한솔케미칼은 향후 산화하프늄 공급 역시 노려볼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100% 아데카로부터만 CP-하프늄을 공급받고 있다. 공급사 이원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삼성전자가 전구체 조달처 조정에 나선 이유는

 

삼성전자가 디엔에프를 대신해 한솔케미칼 하이케이 재료 조달을 늘리는 것은 다소 뜻밖의 조치로 여겨진다. 삼성전자가 지난 2021년 디엔에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209억원 규모)에 참여해 지분 7%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아데카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할 목적으로 디엔에프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이해했다. 

디엔에프로부터의 전구체 조달을 늘릴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한솔케미칼을 키워주는 대신 디엔에프와의 연결고리는 느슨해지는 수순이다. 

이번 결정은 지난 2023년 12월 솔브레인이 960억원을 들여 디엔에프 지분 17.28%를 인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 공정에 사용하는 고유전율 소재로는 지르코늄, 하프늄 등이 있다. /자료=삼성전자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 공정에 사용하는 고유전율 소재로는 지르코늄, 하프늄 등이 있다. /자료=삼성전자

당초 삼성전자가 디엔에프에 지분을 투자한 건 취약한 하이케이 전구체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솔브레인도 국내 회사로 아데카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문제는 솔브레인은 SK하이닉스와도 여러 품목에 걸쳐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구체는 어떤 소재를 얼마만큼 사용하느냐를 파악하면 반도체 제조사의 제품군과 생산비중, 로드맵 등을 소상하게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와의 벤더 공유가 기피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하이케이 전구체 공급사는 SK트리켐⋅유피케미칼⋅머크다. 당장 솔브레인이 SK하이닉스 주요 전구체 공급사는 아니지만, 디엔에프를 통해 전구체 조달을 내재화 수준으로 고도화 하려 했던 삼성전자로서는 전략 차질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에 솔브레인이 디엔에프를 인수할 당시, 한솔케미칼도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는 솔브레인이 디엔에프의 새 주인이 됐다. 삼성그룹 방계회사인 한솔케미칼이 디엔에프를 인수했다면 삼성전자로서는 가장 유리한 구도가 완성됐을 수 있다. 그러나 솔브레인이 디엔에프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는 조달처 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한때 SK트리켐이 하프늄 특허를 지렛대로 삼성전자 하프늄 공급망에 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SK하이닉스 관계사라는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만큼 반도체 업계에서 전구체 공급사 공유는 받아들이기 힘든 이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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