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HBM3E 이어 HBM4에도 1b D램
2026년 HBM4 출시에 맞춰 1b 생산량 증대

SK하이닉스가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D램 설비투자 비중을 10나노급 5세대(1b, 펫 네임 '루시')에 집중한다. 최근 D램 최선단 공정이 10나노급 6세대(1c, 펫 네임 '스피카')로 옮겨가고 있지만 주력 제품인 HBM(고대역메모리) 코어다이는 다음 세대까지 1b D램이 전량 적용되기 때문이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 /사진=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M16 3만장 추가분 전량 ‘루시'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M16에 연말까지 월 3만장분 D램 증설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추가 라인에서는 HBM 최신 세대인 HBM3E용 1b D램이 전량 생산된다. 해당 설비가 입고되면 M16에는 월 2만장 안팎을 투자할 수 있는 공간만 남는데 여기에도 1b D램 생산설비 투자가 유력하다. 

따라서 내년 중 M16은 설비 용량을 가득 채우게 되며, 이후에는 청주에 짓고 있는 M15X가 차기 투자 공간이 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계획상으로는 내년 연말 M15X 역시 ‘루시' 생산에 맞춰 라인 퀄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양산 가동될 2026년 실제 생산되어 나올 제품이 루시일지 스피카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이처럼 1b D램 생산에 올인하는 건 HBM3E에 이어 차세대 HBM인 HBM4에도 코어다이로 1b D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코어다이는 HBM을 구성하는 핵심으로 SK하이닉스는 1b D램 8개, 혹은 12개를 쌓아 HBM3E를 만든다. 역시 1b D램이 적용될 HBM4는 내년에 출시돼 실제 대규모 양산되는 건 내후년이다. 따라서 HBM3E와 함께 HBM4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 연말부터 1b D램 설비투자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SK하이닉스의 1b와 1c D램은 플랫폼이 거의 동일하다”며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1c 전환이 필요하면 소규모 투자를 통해 라인을 재빨리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자료=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M15X 건설 조감도./자료=SK하이닉스

1b D램에 올인하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코어다이 세대구성을 차별화한다. 현재 삼성전자 HBM3E의 코어다이는 SK하이닉스 대비 한 세대 늦은 1a(10나노급 4세대) D램이다. 차세대인 HBM4는 1b를 뛰어 넘고 1c로 직행하기로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향후 HBM4 생산 대비를 위해 1c 설비투자 템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시작되는 HBM4 퀄 전쟁

 

다만 이처럼 달라지는 코어다이 구성이 향후 엔비디아 등 GPU(그래픽처리장치) 고객사들의 퀄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1b D램으로 코어다이를 구성하느냐, 1c D램으로 코어다이를 구성하느냐는 당락과는 관계 없다. 어차피 HBM 규격은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에서 정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그 기준(대역폭, 용량 등)만 통과하면 된다. 

따라서 HBM 코어다이를 어떤 기술로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제조사의 생산 현황에 달려 있다. 퀄을 진행하는 시점에 가장 검증되고 생산능력이 충분한 D램 기술을 코어다이로 선택한다. 

HBM4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시작해 GPU에 본격적으로 탑재돼 출하되는 건 내후년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D램 시장 테크 마이그레이션과 라인 상황을 감안할 때 1c D램 탑재가 2026년 양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양산을 위해서라도 1b D램 투자를 대규모로 단행해 두었기 때문에 HBM4에도 1b D램 탑재가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 '블랙웰' GPU. /사진=엔비디아

한편 엔비디아는 오는 2026년 HBM4를 탑재하는 GPU ‘루빈', AMD는 ‘MI400’을 각각 출시한다. 따라서 내년 중 HBM4 12단 제품부터 메모리 기업들의 치열한 퀄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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