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EUV 반입 못하는 규제 한계
D램 생산능력 40% 차지하던 우시 공장 활용도 축소

그동안 D램 생산능력 할당시 국내와 중국 공장과의 균형을 맞춰온 SK하이닉스가 국내 생산량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0나노급 4세대 제품부터는 EUV(극자외선) 기술 적용이 불가피한데 중국 우시 공장으로의 장비 반입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최근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의 할당을 늘린 탓에 생산량이 제한적이었던 일반 D램 생산능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M16에 월 7만장 규모 추가 투자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HBM을 제외한 나머지 생산품목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해왔다. 지난해에는 강도 높은 감산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라인 가동률을 떨어뜨린 상황이라 D램⋅낸드플래시 모두 투자가 실종됐다.

그러나 움츠렀던 D램 설비투자는 올해 4분기 재개된다. 가장 최근 완공된 경기도 이천 M16을 중심으로 신규 D램 설비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내년 연말까지 목표로 하는 웨이퍼 투입량 증대분은 300㎜ 기준 월 7만장 수준이다. 

통상 SK하이닉스의 D램 생산능력을 300㎜ 기준 월 45만장 정도로 본다. 이 가운데 경기도 이천공장이 60%, 중국 우시 공장이 40%씩 생산을 분담한다. 이번 증설 투자가 완료되면 이천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만 월 35만장 수준으로 증가한다. 우시 공장 대비 두 배의 웨이퍼 투입능력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때 우시 공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SK하이닉스가 다시 국내 공장 투자로 무게 중심을 옮긴 건 EUV 반입 제한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10나노급 4세대 D램(D1a)부터 EUV 공정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최선단 D램은 10나노급 5세대(D1b)다. 올해 연말을 전후해 10나노급 6세대(D1c) 생산도 시작될 전망인데, 세대가 거듭될수록 EUV 적용 레이어 수는 늘어난다.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EUV 노광장비 내부. /자료=ASML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EUV 기술을 도입한 D1a에는 1개 레이어 패터닝에만 EUV가 사용됐고, D1b는 3~5개 레이어를 EUV로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D1c에는 재차 비슷한 비율로 EUV 레이어 수가 늘어난다. 

이처럼 EUV 활용도는 높아지는데 중국 공장으로의 EUV 장비 반입이 불가능하다보니 국내 공장 투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을 EUV 없이도 D1a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개조하려 했으나 지난해 연말 이 같은 계획을 접었다. 대신 국내서 EUV 공정을 대신해주는 방식으로 생산 흐름을 바꿨다. 우시 공장에서 EUV를 제외한 나머지 레이어를 패터닝 한 뒤, 국내로 웨이퍼를 가져와 EUV 공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EUV를 도입할 수 없는 우시 공장을 계속 활용할 수 있는 방책이지만, 단일 공장에서 D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SK하이닉스 D램 생산능력의 40%를 차지했던 우시 공장 비중은 EUV 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축소되는 수순이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작년 연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중국 공장으로의 반도체 장비 반입과 관련해 포괄적 허용 방침을 밝혔지만 EUV 품목은 엄격하게 제한된다”며 “EUV 반입이 허용되지 않으면 우시 공장의 활용도는 갈수록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D램 투자 늘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M16 투자 재개와 함께 DDR5 등 일반 D램 생산능력도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 D램 라인에서 생산된 메모리 다이를 HBM용으로 대규모 할당한 탓에 상대적으로 일반 D램 출하량은 제한됐다. 

HBM은 같은 용량의 D램과 비교하면 다이 사이즈가 크다. TSV(실리콘관통전극) 연결을 위한 면적을 다이 위에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300㎜ 웨이퍼 위에서 DDR5용 다이가 1000개 산출된다면, HBM용 다이는 600개 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HBM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비트 기준 D램 생산능력은 더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HBM은 같은 용량의 일반 D램 대비 다이 사이즈가 크다. HBM 생산량을 늘릴수록 일반 D램 생산능력은 더 크게 줄어든다.
HBM은 같은 용량의 일반 D램 대비 다이 사이즈가 크다. HBM 생산량을 늘릴수록 일반 D램 생산능력은 더 크게 줄어든다.

현재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 웨이퍼 할당 비중은 20~3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많은 양의 웨이퍼를 HBM을 위해 투입하다 보니 DDR5 등 일반 D램을 위한 웨이퍼가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14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페인지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서버용 D램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 전 분기 대비 15~20% 인상된 수준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HBM 생산량 증가가 일반 D램 출하를 제한하고 가격 인상을 부추기면서 SK하이닉스로서는 관련 생산량 증대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최근 일반 D램 가격이 오르면서 HBM의 상대적인 프리미엄이 약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며 “SK하이닉스의 움직임은 일반 D램 시장도 놓칠 수 없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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