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셋업 분량, 장비 발주 중
SK하이닉스, 재원 부담 덜고 HBM 생산능력 확대
청주 M15 내 HBM 라인, 엔비디아 전용으로 운용 전망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선수금을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엔비디아 H100⋅A100 등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용 HBM 수요가 폭증하는데 비해 최근 적자 탓에 SK하이닉스 투자 여력이 크지 않아서다. 

선수금 수령 및 특정 고객사 전용 라인 구축은 그동안 로직 반도체 업계서 통용되던 방식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전례가 없다. 

 

SK하이닉스, 선수금 받고 M15 투자

 

13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청주 M15 내 HBM 전용 라인 투자 재원은 엔비디아로부터 받은 선수금”이라며 “선수금 규모는 수천원억 수준이며, 조단위에는 못미치는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초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요청한 HBM 공급량은 총 5조원 규모”라며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이 절반에 미치지 못해 급하게 선수금을 받고 전용라인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기준 월 3만~4만장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전량 경기도 이천 공장에서 생산된다. 최근 SK하이닉스는 M15에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해 HBM 생산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KIPOST 2023년 8월 16일자 <SK하이닉스, 청주 M15에 HBM 전용 라인 들인다> 참조).

M15는 지난 2018년 준공했지만, 아직 절반 이상의 공간이 비워져 있다. 이 공간을 가득 채울 경우 HBM 월 7만장분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내년 6월까지 3만장분을 채운 뒤, 이후 4만장분도 추가 셋업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A100.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 A100. /사진=엔비디아

선수금을 받고 투자하는 만큼 라인 셋업이 완료되면 M15 내 HBM 라인은 한동안 엔비디아 전용 라인으로 운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금을 수령한 규모에 비례해 엔비디아에 우선적으로 HBM을 공급하는 것이다. 최근 HBM 공급이 타이트한 상황을 감안하면 엔비디아로서는 안정적인 조달을 도모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재원 부담을 덜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이다. 

이 같은 방식은 그동안 일부 파운드리와 중소형 OLED 라인 구축시 활용돼 왔다. 파운드리와 중소형 OLED는 특정 고객사향 제품을 제품을 생산하는 ‘수주형 사업'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D램⋅낸드플래시처럼 범용성이 강한 제품이라면 특정 고객사 향 라인으로 구축하는 게 어렵겠지만, HBM은 고객사와 개발 및 투자전략을 공유하는 수주형 사업이다. 

 

제우스⋅엘에스이 등 장비 수주

 

이미 내년 6월까지 셋업할 3만장분에 대한 발주는 나오고 있다. 세정장비는 국내 업체인 제우스⋅엘에스이, 일본 TEL(도쿄일렉트론)이 각각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KLA⋅오로스테크놀로지 등에 계측장비 발주가 나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에 장비를 수주한 업체들로 하여금 당초 공지보다 한두달여 빠른 시점에 장비를 입고시켜줄 것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HBM 생산능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급박한 상황은 HBM 투자지가 M15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HBM은 첨단 AI(인공지능) 기술 구현을 위한 총아로 부각됐지만, 실제 생산 기술은 레거시 팹 공정에 가깝다. HBM을 위한 포토공정 역시 i라인⋅KrF(불화크립톤) 정도에 그친다. 이는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 대비 3~4 세대 이전 기술이다. 이 때문에 최신 생산라인인 M15 보다는 이천 M10 같은 오래된 공장에서 생산해도 충분하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M15는 HBM 생산라인으로 쓰기에는 지나치게 최신 공장이라 SK하이닉스에게는 손해”라며 “그만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사정이 다급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M10은 최근 가동률이 높지 않은 CIS(이미지센서) 생산라인이 자리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설비들을 이전하고 HBM 라인을 투자하는 방안도 타진했으나,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이설 작업 탓에 계획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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