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중심' 청주에 첫 D램 제품군
현 생산능력의 두 배 증설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 M15에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라인을 신설한다. 그동안 낸드플래시 생산 기지로 활용되던 청주 캠퍼스에 D램 제품군이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좀처럼 시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낸드플래시 투자 속도를 늦추는 대신, 수요가 급증한 HBM 시장에 재빨리 대응하기 위한 변칙 전략이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 M15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첫 D램 제품군

 

SK하이닉스는 내년 6월 청주 M15 라인에서 HBM을 양산하기 위해 4분기 중 장비 셋업을 시작한다. HBM 관련 설비 업체들과 스펙 및 장비 반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3~4만장 정도로 추정된다. 이번에 M15에 신규 셋업될 HBM 라인은 최대 7만장 수준이다. 현 생산능력의 두 배를 투자하는 셈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SK하이닉스는 우선 내년 6월까지 월 3만장분을 신규 셋업한 뒤, 이후에 3~4만장분을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천(D램), 청주(낸드플래시), 중국 우시(D램), 다롄(낸드플래시) 등 지역별로 생산품을 안배했던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로 관례를 거스르게 됐다. 당초 ▲이천 M10 공장의 CIS 생산라인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HBM 신규 라인을 넣는 방법 ▲이천 M14 내 낸드플래시 장비들을 청주로 내려 보내고 그 자리에 투자하는 방법 등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종 결정지는 M15로 낙점됐다.  

청주 M15는 SK하이닉스의 가장 최신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으로, 지난 2018년 준공했다. 아직 내부 공간의 30~40% 정도만 채워지고, 나머지는 비워져 있다. M10·M14처럼 기존 장비들을 이설하는데 시간을 쓸 필요가 없다. 공간이 이미 마련된 만큼 어떤 장비든 최대한 빨리 들여올 수 있는 카드다.

계획대로라면 M15에는 200~300단 이상의 초고다층 낸드플래시 생산설비들이 들어와야 하지만, 이제는 HBM 생산에 쓰이는 TSV(스루실리콘비아)와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 설비 등이 들어오게 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21단 4D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21단 4D 낸드플래시.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기존 팹 운영 원칙을 깨면서 청주에 HBM 라인을 들이는 건, 최근 시황을 감안했을 때 낸드플래시 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마이크론 컨퍼런스콜에서도 확인되듯, 메모리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감산폭을 늘리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감산폭도 35%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낸드플래시 생산능력 투자에 나서게 될 가능성은 낮다..

이에 비해 HBM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AI 반도체의 대표격인 엔비디아 A100⋅H100 옆에는 SK하이닉스의 HBM이 2.5D 패키지 방식으로 옹기종기 붙어 있다. ‘챗GPT’ 등 생성형 AI 기술 발전에 따라 A100⋅H100은 물론, 중국향 제품인 A800⋅H800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이 내년 연말까지 선구매한 A800⋅H800만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어치가 넘는다. 이는 SK하이닉스 HBM 수요까지 동시에 창출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전체 D램 시장이 좋지는 않지만 HBM 만큼은 수요를 걱정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품목”이라며 “청주 M15에서는 HBM3와 이후 버전이 집중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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