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서 D램 기술 유출됐나
중견 반도체 설계 회사 A사도 내사
CHJS, 진세미측 지분 희석돼 청두시로 넘어갈 듯

검찰과 국가정보원(국정원)이 국내 D램 생산기술이 중국 D램 생산업체 CHJS(청두가오전, 成都高真科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CHJS는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인 최진석 대표가 설립한 회사다. 

18nm(나노미터)급 D램 파일럿 생산 단계에서 프로젝트가 좌절됐으나 최대 200여명의 한국 출신 엔지니어가 근무했었던 만큼, 적지 않은 기술이 유출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CHJS 전경.
CHJS 전경.

 

CHJS, 국내 D램 기술 유출했나

 

9일 업계 및 사정당국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국정원은 CHJS가 중국 청두에 건설한 D램 생산라인 건설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인프라 설계 도면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삼성전자의 경기도 화성 16라인 설계 도면이 CHJS로 전달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16라인은 원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으로 기획됐다가 지난 2018년 D램 생산라인으로 전환한 곳이다. 현재는 대부분 D램 생산라인으로 들어차 있다. 16라인은 EUV(극자외선) 공정 적용이 가능한 17라인 건설 전까지 삼성전자의 가장 최신 D램 생산되던 곳이다. 이번 건은 삼성전자가 직접 검찰에 형사고발한 뒤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국정원은 국내 한 반도체 설계회사 A사에서 D램 기술이 유출된 정황을 잡고 내사를 진행 중이다. 국정원은 A사 대표 및 임직원 등이 올해 1월을 전후해 CHJS 본사가 있는 중국 청두로 여러번 출국한 기록을 확인했다. 

검찰⋅국정원 외에 경찰 역시 국내 D램 설계⋅공정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CHJS 전현직 관계자 여러명을 수사 중이다. 일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들의 경우, 경업금지의무 위반 혐의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국정원⋅경찰이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CHJS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현직 임직원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CHJS, 18nm D램 샘플 생산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CHJS 동향을 예의주시한 건 이 회사가 비교적 빠른 시간에 18nm급 D램 샘플 생산에 착수해서다. 이 회사 D램 디자인은 정확하게는 18.8nm로 파악되며,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5000장이다. 아직은 파일럿 단계다. 

18nm D램은 세대로 보면 D1x, 즉 10nm급 1세대 제품에 속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 양산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0nm급 5세대(D1b) 양산을 시작했다. CHJS는 D램 선두 업체와는 세대로는 4개 세대, 시간으로는 약 7년 이상의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양산으로 조기 이행하려던 CHJS의 계획은 최근 좌초된 상태다. 파일럿 단계에서 ‘워킹다이(양품)’가 제대로 출하되지 못하면서 추가 펀딩을 받지 못한 탓이다. 이 때문에 올들어 3개월여 급여가 지급되지 못한 상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한때 200여명에 달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 직원들 중 상당수가 지금은 퇴사하거나 휴직 중”이라며 “CHJS의 D램 양산 프로젝트가 현 상태에서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관건은 좌초된 CHJS의 처리 방향이다. 국내 D램 기술 보호를 위해서는 법인이 공중분해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청두시 정부 관리 체제로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 CHJS는 당초 청두시 60%, 최진석 사장측의 진세미 지분 40%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후 증자 과정에서 진세미측이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해 현재는 20%대 중반까지 지분이 희석됐다. 오는 9월 30일로 예정된 기일까지 추가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진세미측 지분은 18%까지 재차 떨어질 예정이다. 

특히 청두시 정부가 진세미측에 양산 기술 확보 실패를 명분 삼아 지분 및 경영권을 내려 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청두시가 100% CHJS를 장악하는 건 시간 문제다. 

이러한 과정은 칭화유니그룹 등 여타 중국 민관 합작 프로젝트의 실패 후 처리 과정과도 유사하다(KIPOST 2022년 7월 26일자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 회장 연행, 채무불이행은 축출 위한 작전이었다> 참조).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던 칭화유니그룹은 자오웨이궈 회장의 지앤쿤그룹이 지분 49%까지 보유한 민관 합작 형태였다. 그러다 2021년 칭화유니그룹 채무불이행 사태가 터졌고, 지앤쿤그룹 지분이 배제된 100% 관체제로 전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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