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펙스 투자 HBM에 집중
HBM 생산 늘릴수록 일반 D램 생산능력 크게 감소
수급상 일반 D램 가격 인상 압박 요인 커
D램 수요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일반 D램의 수익성이 HBM(고대역메모리) 수익성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D램 업계 투자가 HBM에 집중된 탓에 상대적으로 일반 D램 생산능력이 수요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간 가격⋅물량이 고정된 HBM에 비해 시장 가격을 빨리 반영하는 일반 D램의 특성도 수익성 역전 현상에 기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D램 업계가 투자를 최소화 했고, 그나마도 대부분 HBM에 집중됐다”며 “이 때문에 일반 D램의 출하는 감산 당시 수준에서 크게 늘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D램과 낸드플래시 설비투자액 전망치 합계를 전년(260억달러, 약 35조원) 대비 5.8%가량 감소한 245억달러(약 32조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특히 HBM 세대 경쟁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 낸드플래시 팹인 M15에 HBM 조립 라인을 구축하는 등 HBM 생산에 올인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공급이 달리는 일반 D램 수급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HBM을 구성하는 개별 다이는 동일 용량의 일반 DDR 램 대비 35~40% 정도 면적이 넓다. 8층, 혹은 12층으로 구성된 다이를 연결해주는 TSV(실리콘관통전극)용 공간을 따로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HBM3E에는 다이 마다 1024개씩의 TSV 구멍이 뚫려 있다. 일반 DDR 램이라면 정보를 저장하는 ‘셀'이 위치했겠지만 TSV를 배치하다 보니 같은 용량 구현을 위해 다이 사이즈가 커지는 셈이다.
따라서 HBM 생산량을 늘리면 늘릴수록 일반 D램 생산능력은 빠르게 감소한다. 일부 D램 생산능력 확장에도 불구하고 일반 D램 출하가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유지되면 내년쯤 일반 D램의 수익성이 HBM 수익성을 역전할 수도 있다. HBM은 연간 가격⋅물량이 고정된 데 비해 일반 D램은 스폿시장이 따로 존재한다. 공급단가를 실시간 반영할 여지가 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4분기를 목표로 HBM3E 12단 제품에 대한 양산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회사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3E는 8단이다. SK하이닉스측은 “내년 상반기 중에 HBM3E 12단 제품 출하량이 8단 제품을 능가할 것”이라며 “이미 HBM3에서 12단을 양산해 봤기 때문에 수율 안정화에 문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2분기 영업이익이 5조468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손실 2조8821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5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건 6년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16조423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4.8% 증가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으로, 기존 기록인 2022년 2분기 13조8110억원을 크게 뛰어넘었다.
SK하이닉스측은 “D램 대비 낸드플래시는 엔터프라이즈용을 제외하면 PC⋅모바일 향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철저하게 수익성을 기반으로 투자를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