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판 빠지면 25% 소비전력 절감
TV용 OLED는 픽셀 내부 반사 해결해야

지난 2020년 LG화학은 편광판 사업을 중국 샨샨에 매각하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용 편광판 생산라인(충북 오창)은 사내에 잔류시켰다. LCD 사업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다 넘어갔지만, OLED 산업은 국내 패널 업체 성장세가 견고했기 때문이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한 ‘폴리스(POL-less, 편광판 없는)’ 디자인을 적용하면 TV용 OLED에서도 편광판이 빠질 수 있을지 주목한다.

OLED에서 편광판이 빠지면 단순에 소비전력을 개선할 수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OLED에서 편광판이 빠지면 단순에 소비전력을 개선할 수 있다. /사진=LG디스플레이

 

꼭 필요하지만 비효율적인 편광판

 

편광판은 OLED 구성에 반드시 필요하면서 비효율적인 소재의 대명사다. 편광판은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빛을 걸러 줌으로써 외광 반사를 차단한다. 동시에 OLED에서 생성된 빛을 절반 이상 흡수해버린다. 애써 만든 빛을 흡수함으로써 TV의 밝기를 저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편광판을 TV에서 빼버릴 수는 없다. 패널 내부 금속 전극이 빛을 시청자에게 직접 반사하면 TV가 거울처럼 보인다. 디스플레이로서의 기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편광판 없이도 외광 반사를 차단하는 방법을 다방면으로 연구해 왔다. 편광판이 없다면 디스플레이가 훨씬 적은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유기재료 수명을 연장할 수도 있다(KIPOST 2020년 4월 29일자 <COE가 편광판 대체한다...OLED, 드디어 편광판과 이별할까> 참조). 유기재료가 열화되는 ‘번인(Burn-in)’으로부터도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OLED 수직구조. 전극 위를 덮고 있는 PDL(노란색 층)을 검게 만들면, 외광 반사를 막을 수 있다. 다만 발광층(EML) 뒷면에서 반사되는 빛까지는 막을 수 없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OLED 수직구조. 전극 위를 덮고 있는 PDL(노란색 층)을 검게 만들면, 외광 반사를 막을 수 있다. 다만 발광층(EML) 뒷면에서 반사되는 빛까지는 막을 수 없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 폴드3’ 패널에 첫 적용한 ‘에코스퀘어’는 이 같은 구상을 상용화 한 첫 사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편광판을 빼는 대신 외광 차단 기능을 ‘블랙 PDL(격벽층, Pixel Defining Layer)’이 대신하게 했다. 화면 바깥의 빛, 예컨대 형광등 불빛이 OLED 내부 전극과 만나는 접점인 PDL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외광 반사를 막는다는 아이디어다. 

에코스퀘어 패널은 이를 통해 OLED 패널의 소비 전력을 25% 절감했다. OLED 유기재료 성능⋅효율을 한 자릿수 개선하기 위해 수많은 회사들이 연구개발에 쏟아 붓는 노력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과를 달성한 셈이다.

한 OLED 소재 업계 전문가는 “그동안 투명했던 PDL을 검은색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와 덕산네오룩스의 공동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며 “이 때문에 블랙 PDL은 삼성디스플레이 향(向)으로만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TV용 OLED, 픽셀 내부 반사 해결해야

 

따라서 LG디스플레이가 에코스퀘어와 동일한 폴리스 OLED 디자인을 TV용 OLED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블랙 PDL부터 개발해야 한다. 덕산네오룩스는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인데다 블랙 PDL을 양사가 공동 개발한 탓에 당분간 타사로의 공급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블랙 PDL 기술 확보보다 더 넘기 어려운 허들은 픽셀(화소) 내부 반사다. OLED 전극은 픽셀과 픽셀 사이에도 있지만, 픽셀 하단에도 위치한다. 픽셀 사이의 외광 반사는 블랙 PDL로 막을 수 있다 치더라도, 픽셀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픽셀 위를 블랙 PDL이 덮으면 디스플레이 화면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에코스퀘어 패널은 이처럼 픽셀 내부에서 반사된 빛을 막아내기 위해 OLED 앞에 컬러필터(COE, Color on Encapsulation)를 적용했다. 패널 내부에서 반사된 빛이 시청자 눈에 도달하기 전에 컬러필터에서 밝기를 떨어뜨리고, 색전환을 시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는 중소형 OLED에만 쓸 수 있다는 게 디스플레이 업계 판단이다. 중소형 OLED는 픽셀 사이즈가 워낙 작아 픽셀 내부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도 적은데, TV용 OLED는 패널 크기가 큰 만큼 픽셀 사이즈도 크다. 픽셀 내부 빛 반사량도 많을 수 밖에 없다. 

/자료=IMEC
/자료=IMEC

벨기에 종합 반도체연구소 아이멕(IMEC)에 따르면 동일한 8K 해상도를 비교했을 때 TV(55인치 기준)는 1인치 당 160개의 픽셀이, 스마트폰(5.5인치)은 1600개의 픽셀이 들어가야 한다. 같은 넓이 안에 픽셀 수가 10분기 1이라는 것은 그 만큼 개별 픽셀 사이즈는 크는 걸 의미한다. 

LG디스플레이 출신의 한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은 픽셀 내부 반사량이 크지 않기에 컬러필터를 덧대는 정도로 해결할 수 있지만, TV 정도의 픽셀 사이즈에서는 컬러필터만으로 해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모바일은 몰라도 TV용 OLED 산업에서 만큼은 편광판과 완전히 결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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