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광판 대비 광투과도 높고, 경박단소화 가능
UPC 및 폴더블 OLED에 최적 기술
OLED용 편광판 산업 축소 불가피

삼성디스플레이가 편광판 대신 컬러필터를 적용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내놓는다. 원래 컬러필터는 LCD 안에서 발색을 담당하는 역할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컬러필터의 외광차단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OLED의 발광효율을 높이고, 언더패널카메라(UPC, Under Panel Camera) 구현에 필요한 광투과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HIAA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왼쪽)과 UPC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삼성디스플레이가 COE를 구현하려는 이유는 UPC와 관련이 있다. /사진=샤오미
HIAA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왼쪽)과 UPC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 삼성디스플레이가 COE를 구현하려는 이유는 UPC와 관련이 있다. /사진=샤오미

LCD에 사용되던 컬러필터, 다시 부활

 

컬러필터는 LCD 시대 전유물이다. LCD는 백라이트유닛(BLU)에서 만든 백색광을 각각 적색⋅녹색⋅청색으로 변환해주기 위해 컬러필터가 필요했다(대형 화이트 OLED에 사용되는 컬러필터는 논외로 한다). 

그러나 BLU 없이 각 화소가 고유의 빛과 색을 내는 OLED는 발색을 담당하는 레이어가 따로 필요치 않다. 현재 상용화된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는 모두 컬러필터가 생략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시 OLED 생산을 위해 컬러필터를 꺼내든 것은 컬러필터의 외광차단 기능 때문이다. 외광차단이란 OLED 화면 바깥의 조명 불빛이 OLED 안에 있는 전극에 맞고 다시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을 막아준다는 뜻이다. 외광차단이 안 된 OLED는 반사광 때문에 마치 거울처럼 보인다(KIPOST 2020년 4월 7일자 <OLED 효율 단숨에 올려줄 블랙 PDL "양산 적용은 요원"> 참조).

LCD에서 컬러필터는 발색 기능을 하는데, 자체발광하는 OLED는 따로 컬러필터가 필요 없다. /자료=LG디스플레이
LCD에서 컬러필터는 발색 기능을 하는데, 자체발광하는 OLED는 따로 컬러필터가 필요 없다. /자료=LG디스플레이

현재는 이 외광차단 기능을 편광판(Circular POL)이 담당하고 있는데, 편광판을 빼는 대신 컬러필터를 집어 넣는 게 골자다. 컬러필터의 위치가 OLED의 봉지층 바로 위에 온다고 해서 이를 ‘COE(Color on Encapsulation)’라고 명명한다.

그렇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외광차단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는 편광판 대신 왜 컬러필터로 대체하려 할까.

 

① UPC 위한 광투과도 확보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에 편광판 대신 컬러필터를 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광투과도 때문이다. 그리고 광투과도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올 연말 스마트폰에 도입할 UPC 기술과 관련이 있다. UPC는 OLED 화면 위에 구멍을 뚫지 않고, OLED 아래에 카메라를 배치하는 기술이다. 카메라가 OLED 전극과 유기층⋅봉지층⋅커버유리까지 모두 통과해 빛을 흡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카메라 앞에 놓이는 소재들의 광투과도가 매우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OLED 셀의 광투과도가 최소 30%는 되어야 전면 카메라가 ‘셀피(Selfie)’를 찍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 ‘갤럭시S’ 시리즈 등에 구현된 ‘홀인액티브에어리어(HIAA, Hole in Active Area)’는 화면 내에 직접 구멍을 뚫어 카메라를 배치한다는 점에서 광투과도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UPC는 OLED를 통과한 빛을 카메라가 인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투과도가 전면 카메라 성능을 좌우한다.

COE가 외광을 차단하는 원리. /자료=DSCC
COE가 외광을 차단하는 원리. /자료=DSCC

이 같은 이유로 광투과율을 크게 저해하는 편광판은 UPC 구현에 적합하지 않은 소재로 판명됐다. 컬러필터 역시 빛을 절삭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 광투과도가 높지 않은데, 구조 변경을 통해 편광판의 광투과도(약 40% 후반) 보다는 높은 수준을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일본 지바시에서 열린 ‘파인테크 재팬’에서 BOE는 COE로 편광판을 대체한 OLED의 광효율이 20% 개선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광효율이 개선됐다는 것은 OLED 상부에 위치한 레이어들의 광투과도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한 국책연구원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컬러필터도 광투과도가 높은 부품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설계하기에 따라서 편광판보다 빛을 더 잘 통과시킬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의 광투과도를 높이기 위해 COE 기술 외에 하판으로 쓰이는 유색 폴리이미드(PI)의 색상을 투명에 가깝게 개선하는 기술 등도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② 얇은 두께...폴더블 OLED 내구성 UP

 

UPC와 관계는 없지만 편광판을 컬러필터로 교체할 경우, 폴더블 OLED의 내구성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폴더블 OLED의 내구성은 곡률반경과 패널의 두께에 좌우되는데, 컬러필터가 편광판에 비해 훨씬 얇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용 패널에 사용된 편광판 두께는 31마이크로미터(μm)였다. 편광판을 합착하기 위해 앞뒤로 50μm씩, 총100μm의 접착제가 사용됐다. 도합 131μm가 편광판에 할애된 것이다. 

만약 이를 컬러필터로 대체한다면 수μm 정도의 두께만이 필요하다. 컬러필터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사진식각(Photolithography) 공정으로 형성한다. 사실상 기재(器材)는 없고, 기능만 남긴 형태라는 점에서 패널 두께를 줄이는 데 최적이다.

갤럭시 폴드의 OLED 패널 두께는 589μm였는데, 편광판 하나를 빼는 것으로 400μm대까지 얇아질 수 있다.

폴더블 OLED의 내구성은 패널 두께에 크게 좌우된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폴더블 OLED의 내구성은 패널 두께에 크게 좌우된다. /사진=아이픽스잇(iFixit)

③ 소재⋅부품을 공정으로 내재화

 

소재가 하나 빠진다는 것은 그 만큼 외부 의존도를 낮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애플향으로 사용하는 OLED용 편광판은 니또⋅스미토모화학이 공급한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회사다. 편광판은 지난해 일본 정부가 단행한 소재⋅부품 수출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성은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이후 모든 소재⋅부품에 대한 수급망 다변화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일본 회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품목은 다변화 1순위다.

컬러필터는 OLED의 봉지층 위에 놓이는데, OLED 셀 제조 공정 중에 일괄 형성하기 때문에 따로 소재⋅부품 수급이 필요치 않다. 마치 OLED 일체형 터치센서(일명 와이옥타) 기술이 터치스크린 산업을 몰락시킨 것 처럼, COE가 OLED용 편광판 산업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와이옥타의 등장은 터치스크린(TSP) 산업의 몰락을 불러왔다. COE 기술 상용화는 OLED용 편광판 산업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와이옥타의 등장은 터치스크린(TSP) 산업의 몰락을 불러왔다. COE 기술 상용화는 OLED용 편광판 산업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이는 OLED 후공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라미네이션 공정 간소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라미네이션은 OLED와 편광판⋅커버유리 등을 합착하는 공정이다. 편광판이 빠진다면 라미네이션 과정이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PC를 감안해 COE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을 삼성디스플레이와 논의하고 있다”며 “이르면 연말,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COE 상용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