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능성 타진 수준일 듯
광학계⋅광원⋅듀얼스테이지 등 협력사 진용은 갖춰

중국 반도체 산업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설계와 제조 경쟁력의 불일치다. 설계 분야서 하이실리콘⋅유니SoC 등 세계 수준의 회사를 보유한 반면, 제조 부문은 여전히 열세다. 첨단 공정을 생산한다는 SMIC도 14nm 제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를 풀지 않는 한 SMIC의 공정 수준은 14nm에서 멈춰설 수 밖에 없으며, 생산능력에 대한 투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중국 정부가 자국 노광장비 생산업체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에 전폭적 지원을 하는 이유다.

/사진=SMIC
/사진=SMIC

연말연초 ArF 이머전 설비 출하 전망

 

SMEE는 그동안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과 MEMS(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LED(발광다이오드) 분야에 쓰이는 노광장비를 주로 공급해왔다. 두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나 첨단 파운드리 전공정에 비하면 공정 미세화가 더디다. 대부분 나노급도 아닌 마이크로미터급 패턴을 구현하는 노광장비를 쓴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SMEE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패키지 분야만 놓고 보면 80%에 달한다. 해외 시장을 합쳐도 40%의 점유율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MEMS⋅LED 산업에서 글로벌 점유율은 20% 안팎으로 집계됐다.

SMEE의 반도체 전공정용 노광장비. /사진=SMEE
SMEE의 반도체 전공정용 노광장비. /사진=SMEE

그동안 후공정과 MEMS⋅LED 분야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냈던 SMEE를 반도체 업계가 주목하기 시작한 건 이 회사가 ArF(불화아르곤) 이머전 장비를 올 연말 출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다. ArF 이머전은 EUV(극자외선) 설비가 나오기 전 가장 미세한 반도체 패터닝을 위해 사용하던 장비다. 통상 28nm, 멀티패터닝 기법을 이용하면 14nm 칩까지 만들 수 있다.

아직 SMEE는 ArF 이머전 장비 출하 시기를 2021~2022년으로 대략적으로만 밝히고 있다. 다만 SMEE의 핵심 협력사인 유프리시전은 최근 IPO(기업공개) 투자설명서에서 2021년 내에 ArF 이머전용 듀얼스테이지 설비를 공급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프리시전이 SMEE에 공급하는 듀얼스테이지는 노광 장비 내에서 웨이퍼를 얹어 빛이 조사되는 위치로 웨이퍼를 미세 컨트롤하는 설비다. 기존에는 웨이퍼가 투입되면 계측이 이뤄진 뒤에 노광이 진행됐는데, 듀얼스테이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부터는 두 장의 웨이퍼가 동시에 투입된다. 웨이퍼 한 장에 노광하는 동안, 다른 한 장은 사전에 계측을 실시해 생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ASML은 듀얼스테이지 시스템을 2010년 처음 도입했는데, 유프리시전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EUV 장비 내부 모습. 웨이퍼 한 장(사진 가운데쪽 아래)이 노광을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 한 장(사진 왼쪽 아래)은 계측 과정을 진행하는 듀얼스테이지 시스템이다. /사진=ASML
EUV 장비 내부 모습. 웨이퍼 한 장(사진 가운데쪽 아래)이 노광을 진행하는 동안 나머지 한 장(사진 왼쪽 아래)은 계측 과정을 진행하는 듀얼스테이지 시스템이다. /사진=ASML

유프리시전은 지난 2016년 칭화대와 공동으로 듀얼스테이지를 개발했다. 유프리시전은 올해 중 어느 회사에 ArF 이머전용 듀얼스테이지를 출하할 지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동안 이 회사는 SMEE와 밀접하게 노광장비를 개발해 왔고, 중국 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노광장비 회사는 SMEE가 유일하다. SMEE가 타깃 고객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다만 SMEE의 ArF 이머전 설비가 실제 올해 안에 출하된다 하더라도 양산 라인, 혹은 파일럿 라인으로 출하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잘해야 연구실 수준에서 평가를 위해 설치될 가능성이 높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대표는 “기존에 SMEE가 i라인(365nm) 설비를 공급한 SMIC⋅화홍반도체도 메인 양산 공장에는 SMEE 설비를 쓰지 않고 있다”며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전공정 기술로는 자국 업체의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학계⋅광원⋅듀얼스테이지 등 협력사 진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SMEE를 주시하는 이유는 SMEE 주변에 노광 기술 개발에 필요한 각종 원부자재 개발 회사들의 진용이 잘 갖춰졌기 때문이다. 앞선 예로든 듀얼스테이지 공급사 유프리시전 외에도 SMEE는 노광용 광원을 RL레이저옵토로부터 공급받는다. RL레이저옵토는 중국과학원 산하 마이크로전자연구소와 이타운(E-town) 캐피탈이 보유한 회사다.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 회사인 셈이다. 

RL레이저옵토가 최근 공급한 ArF 이머전용 광원의 출력은 40W(와트) 정도로, 네덜란드 ASML의 ‘트윈스캔 NXTL1980Di(60W)’에는 못미친다.

노광장비의 핵심설비 중 하나의 광학계는 상하이광학미세기계연구소(SIOM)가 공급한다. SIOM 역시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소다. 광학계와 관련해 2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다.

장쑤나타옵토일렉트로닉스 본사 전경. 현재 연산 25톤 규모의 ArF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사진=나타
장쑤나타옵토일렉트로닉스 본사 전경. 현재 연산 25톤 규모의 ArF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사진=나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도 아직은 노광공정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하며 국산화가 일부 진행 중이다. 현재 장쑤나타옵토일렉트로닉스(이하 나타)가 연산 25톤 규모의 ArF용 포토레지스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아직 나타 제품의 양산 라인에서의 품질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는 없지만, 회사측은 ASML의 ArF 이머전 설비에서 자사 포토레지스트가 성공적으로 평가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나타 역시 SMEE의 핵심 협력사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광학계⋅광원⋅듀얼스테이지⋅포토레지스트 등의 소재⋅부품이 당장 양산에 투입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진용이 갖춰졌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시간과 돈이 투입되면 조금씩 선두 업체와의 격차를 줄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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