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EE, 장비업체로는 처음 제재 명단에
ArF 개발 추진이 美 심기 건드린듯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SMEE(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큅먼트)가 포함됐다. 그동안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는 JHICC(푸젠진화반도체)⋅유니SoC처럼 반도체 칩 설계⋅제조 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SMEE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노광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로, 중국의 노광장비 국산화 노력을 싹부터 자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는 웨이퍼 스테이션 위에 얹혀 이동한다. /자료=ASML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는 웨이퍼 스테이션 위에 얹혀 이동한다. /자료=ASML

 

SMEE, 장비업체로는 처음 제재 명단에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수출관리규정(EAR)을 개정해 36개 중국 기업을 오는 16일부로 수출통제 명단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제재 명단에 오른 주요 기업은 3D 낸드플래시 제조사인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 AI(인공지능) 칩 개발사 캄브리콘,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중국 컴퓨터기술연구소, SMEE 등이다. 

이 중에 SMEE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미 미국 상무부 제재를 강하게 받아온 반도체 칩 설계⋅제조 업체들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내려진 조치로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두달 전 미국은 18nm(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이상의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특별 허가를 받도록했다. 

YMTC⋅CXMT(창신메모리) 등 반도체 제조사들이 팹 투자를 못하도록 광범위한 허들을 세운 셈이다. 이번에 YMTC를 특정해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해서 추가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SMEE의 반도체 전공정용 노광장비. /사진=SMEE
SMEE의 반도체 전공정용 노광장비. /사진=SMEE

그러나 SMEE처럼 장비 제조사가 미국 상무부 제재 대상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MEE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양산용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주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과 MEMS(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LED(발광다이오드) 분야에 쓰이는 노광장비를 공급한다. 

이들 산업군은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EUV(극자외선)⋅ArF(불화아르곤)⋅KrF(불화크립톤)처럼 단파장 자외선이 필요치 않다. 나노급 보다는 주로 마이크로급 패턴을 형성하는 노광장비가 주로 쓰인다. 상대적으로 기술 수준이 낮다 보니 SMEE처럼 후발 업체도 비교적 용이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중국 패키지 시장만 놓고 보면 SMEE의 노광장비 점유율은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ArF 개발 추진이 美 심기 건드린듯

 

미국이 SMEE를 이례적으로 제재 대상에 올린 건 이 회사가 ArF 노광장비 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ArF 노광장비는 193nm(나노미터) 엑시머 레이저를 광원으로 쓰는 설비다. 이를 활용하면 28nm, 멀티패터닝 기법까지 동원하면 14nm 공정 칩까지 만들 수 있다. EUV를 도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최고 단계의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 ArF 노광이다. 지난해 SMEE는 2022년 내에 ArF용 노광장비를 출하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양산공급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발표하지 않았다. 

한 반도체 장비 업계 전문가는 “ArF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SMEE는 아직 I라인(365nm) 설비도 제대로 양산 라인에서 검증된 바가 없다”며 “미국은 최근 협력사 진영을 갖춰가는 SMEE의 노광장비 국산화 의지를 꺾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YMTC의 우한 공장 외관 건설 당시(2019년) 사진. /사진=YMTC
YMTC의 우한 공장 외관 건설 당시(2019년) 사진. /사진=YMTC

실제 SMEE는 노광장비의 핵심 모듈인 광학계⋅광원⋅듀얼스테이지 부문에서 다양한 협력사 진용을 갖추고 있다.

노광용 광원은 RL레이저옵토, 광학계는 상하이광학미세기계연구소로부터 공급 받는다. RL레이저옵토는 중국과학원 산하 마이크로전자연구소와 이타운(E-town) 캐피탈이 보유한 회사다. 사실상 중국 정부 소유 회사다. 

상하이광학미세기계연구소 역시 중국과학원 산하 연구소다. 광학계와 관련해 2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다. 노광용 포토레지스트는 장쑤나타옵토일렉트로닉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유비프리시젼은 SMEE에 노광장비용 듀얼스테이지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YMTC⋅CXMT⋅SMIC가 네덜란드 ASML과 거래가 막히면 이제 믿을 곳은 SMEE 밖에 남지 않게 된다”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제조 경쟁력의 가장 약한 고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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