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T⋅램리서치⋅KLA, 싱가포르⋅말레이로 인력 이동
국내 장비 업계도 시차두고 영향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그동안 중국에 집중됐던 아시아 인력을 중국 외 지역으로 재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기술 봉쇄에 나서면서 더 이상 이 지역에서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난 2020~2021년 반도체 장비 업계서 가장 큰 손이었다. 미국 봉쇄가 강화되면서 관련 수요가 미국 내로 컴백하거나 아시아 여타 지역으로 분산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사진=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중국서 인력 빼는 반도체 장비사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등이 중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비(非) 중국인 직원들을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으로 전환배치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증착, 램리서치는 식각, KLA는 검사⋅계측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다. 3개 회사의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35%에 이른다. 

램리서치 협력사 관계자는 “비 중국계 직원들의 지역 재배치는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됐다”며 “고객사(램리서치) 측에서 동남아지역 생산능력을 늘려줄 것을 요청했으며, 고객사 인력 역시 동남아 지역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 장비사들의 이 같은 인력 재배치는 지난해 연말 미국 상무부의 중국 제재가 강화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의 3D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생산에 쓰일 수 있는 미국산 장비에 대해 중국으로의 수출을 제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중국 내 생산라인을 보유한 해외 기업들의 경우, 1년간 유예기간을 받았지만 SMIC⋅YMTC⋅CXMT 등은 곧바로 장비 반입이 금지된 상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 때문에 장비 업체들로서는 중국 내 인력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레거시 장비들과, 현지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불필요하다”며 “장비사들이 미중 반도체 분쟁이 단기에 종식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장비 업체들도 타격…국내도 영향 받을 것

 

그러나 중국의 반도체 독립을 봉쇄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조치는 자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에도 타격을 가하고 있다. 원래 이들 업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20%, 램리서치는 24%, KLA는 23%로 비중이 줄었다. 램리서치는 지난달 25일 전체 직원의 7%에 달하는 200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고 대상 2000명 중 700명은 대만 내 계약직 직원들인데, 이들은 중국 현지 팹 지원 인력들이다. 

미국 기업들의 탈 중국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장비 회사들에게도 시간차를 두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KLA의 검사장비. /사진=KLA
KLA의 검사장비. /사진=KLA

SMIC⋅YMTC⋅CXMT 등 그동안 활발게 투자를 이어온 회사들이 더 이상 미국 장비를 수급하지 못하면 설비 투자 계획 자체가 지연되거나 취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비 미국산 장비들을 도입하는데 집중하겠지만, 최근 일본⋅네덜란드까지 중국 봉쇄에 동참키로 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가 아예 취소될 경우 국내 장비업체들의 수주도 줄어들 수 있다.

대만 반도체 산업 컨설턴트 레슬리 우는 "미국·네덜란드·일본 간 합의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 2년간 생존을 위해 의존해온 비 미국산 장비를 향한 문은 공식적으로 닫혀버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