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초 프로젝트 '블룸' 출시
6.7인치 FHD급 패널...스펙 낮춰 기기값 내리기
화웨이는 BOE-LG디스플레이 공급 경쟁

올해가 폴더블 스마트폰 상용화 원년이었다면, 내년은 폼팩터를 다양화하면서 본격적인 대중화를 모색하는 해다. 나란히 1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놨던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는 내년에 화면이 위아래로 열리는 ‘클램쉘’ 타입의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는다.

클램쉘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스마트폰 시장을 넘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에 주는 함의도 작지 않다.

모토로라가 출시한 클램쉘 타입의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사진=모토로라
모토로라가 출시한 클램쉘 타입의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 /사진=모토로라

삼성전자, 내년 3월 ‘블룸’ 출시

 

삼성전자는 내년 3월 첫 클램쉘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젝트명 ‘블룸(Bloom)’을 출시한다. 블룸은 꽃이 피어남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닫혀있던 스마트폰이 위로 열리는 모습이 마치 꽃이 개화하는 모습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한 작명이다.

블룸은 세로로 긴 6.7인치 크기의 OLED 디스플레이가 아래위 절반으로 접히는 형태다. 올초 출시된 ‘갤럭시S10 5G’ 256기가바이트(GB) 모델이 6.66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체감상 갤럭시S10 5G가 아래위로 접힌다고 생각하면 시각화하기 쉽다. 

다만 블룸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기존 하이엔드 스마트폰 대비 낮은 2640X1080(FHD)이다. 하이엔드급인 갤럭시S10 5G의 해상도는 3040X1440(QHD+)다. 이는 디스플레이 모듈 가격을 낮춰 폴더블 스마트폰 기기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스펙이 낮아야 배터리⋅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기타 부품 스펙도 낮아질 수 있다.

업계가 추정한 블룸의 폴더블 OLED 모듈 가격은 140~150달러 안팎이다. 통상 스마트폰 기기 가격이 디스플레이 모듈의 10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블룸의 완제품 가격은 160만~170만원 정도에 출시될 전망이다. 화면이 접히지 않는 이전 하이엔드급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일부 스펙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만원 이상 비싸다.

블룸의 6.7인치 패널은 세로로 긴 형태다. 사진은 '갤럭시S10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블룸의 6.7인치 패널은 세로로 긴 형태다. 사진은 '갤럭시S10 플러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내년 3월 출시 이후 블룸을 약 200만대 정도 판매할 계획이다. 연간 1000만대 정도 팔리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단, 높은 가격, 낮은 스펙, 1세대 모델이라는 위험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판매목표다.

이제혁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이사는 “블룸은 앞서 ‘갤럭시 폴드’와 달리 울트라씬글래스(UTG)가 커버소재로 채택된다”며 “곡률반경 1.5R까지 접히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아직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논의 중

 

클램쉘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계획이 구체화 된 삼성전자와 달리 화웨이는 아직 정확한 계획을 수립하지는 않았다. ‘메이트X’를 팔기 시작한 지 한달여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내년 중 클램쉘 타입을 출시한다는 목표만을 상정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화웨이가 폴더블 스마트폰 전략에서 수세적인 이유는 삼성디스플레이만큼 확실한 폴더블 OLED 공급사가 없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기존 메이트X용 폴더블 OLED를 공급한 BOE는 물론, LG디스플레이와도 패널 수급을 논의하고 있다. BOE는 6.44인치와 7.27인치 2개 모델로, LG디스플레이는 6.47인치 패널 공급을 추진한다.

6인치대면 갤럭시S10 5G급 스마트폰, 7인치대면 갤럭시노트급 스마트폰이 아래위로 접히는 형태가 된다. 

화웨이의 '메이트X'. 화웨이는 아직 클램쉘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사진=화웨이
화웨이의 '메이트X'. 화웨이는 아직 클램쉘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사진=화웨이

화웨이의 클램쉘 폴더블 스마트폰이 커버소재로 투명 폴리이미드(PI)를 선택할 지, UTG를 선택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모토로라가 선보인 클램쉘 타입 폴더블 스마트폰 ‘레이저’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 투명 PI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 메이트X는 터치 솔루션으로 채택된 은나노와이어(AgNW)가 접히는 과정에서 크랙이 발생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폴더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기술이 적용된 OLED 패널을 수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OLED 시장에 주는 영향은

 

클램쉘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 폴드처럼 가로로 열리는 ‘북오픈’ 타입에 비하면 중소형 OLED 수요 진작치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화면 크기만 놓고 보면 종전 하이엔드급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어서 기판 잠식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앞서 KIPOST 추정에 따르면 6세대(1500㎜ X 1850㎜) OLED 기판 1장으로는 90여개(수율 70% 가정)의 갤럭시 폴드용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KIPOST 2019년 11월 14일자 <삼성디스플레이가 A5에 투자하기 위한 조건> 참조).

삼성전자의 블룸처럼 세로로 긴 6.7인치 패널은 일반 스마트폰용 OLED와 동일하게 150여개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 블룸으로는 스마트폰 패널 사이즈가 커짐으로써 기대되는 OLED 수요 진작 효과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갤럭시 폴드' 패널을 6세대 기판에서 면취하는 예시. 수율 70%를 감안하면 약 90개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KIPOST
'갤럭시 폴드' 패널을 6세대 기판에서 면취하는 예시. 수율 70%를 감안하면 약 90개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KIPOST

다만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줄어만 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회복시켜 삼성디스플레이 OLED 라인의 가동률을 끌어올릴 수는 있다. 한때 연간 4600만대 이상 팔리던 갤럭시S 시리즈는 올해 3500만대, 1200만대까지 팔리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1000만대 안팎까지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줄어든 판매량은 애플과 화웨이 등으로 쪼개졌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와 프로젝트 블룸을 통해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회복한다면,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설비 가동률 제고에 기여한다. 

홍주식 IHS마킷 이사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갤럭시S 등 하이엔드 라인업 시장을 일부 잠식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회복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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