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드비젼 등 양산 프로젝트 진행… 반도체 업계도 양산 돌입

완성차(OEM) 업계의 ‘탈(脫) 모빌아이’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 팬텀AI 등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비전(Vision) 인식 알고리즘 스타트업들이 양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픽셀플러스, 넥스트칩 등 국내 이미지 처리 분야 팹리스들도 올해부터 자동차용 카메라 영상 처리 솔루션을 본격적으로 양산한다.

 

자동차 업계, 비전 인식 SW·HW 교체 붐

스트라드비젼(StradVision)은 국내외 완성차(OEM) 업체와 수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양산 시점은 이르면 2020년이다. 이 회사는 AI를 활용한 비전 인식 SW를 개발하는 업체로, LG전자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약 14억원, 80억원의 투자를 받아 화제에 올랐었다.

스트라드비젼의 영상 인식 알고리즘은 원거리에 있는 차량과 보행자, 자전거, 빈 공간은 물론 겹쳐 있는 물체까지 정확히 식별해낸다. 심층학습(DL)을 기반으로 카메라를 어디에 붙여도 알고리즘이 동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트라드비젼의 비전 인식 소프트웨어 'SVNet' 시연 모습./유튜브 캡처
▲스트라드비젼의 비전 인식 소프트웨어 'SVNet' 시연 모습./유튜브 캡처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팬텀AI(Phantom AI)’는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등을 통해 수집된 영상 정보를 처리하는 비전 솔루션을 개발했다.

테슬라 출신의 한국인 엔지니어 조형기 대표와 현대차에서 ADAS를 개발했던 이찬규 대표가 이끌고 있는 이 회사도 글로벌 OEM 업체로부터 솔루션을 검증받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팹리스 업체들도 하나 둘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차량용 ISP 사업을 시작한 넥스트칩(대표 김경수)은 올해부터 ISP가 내장된 후방카메라용 SoC를 비포 마켓(Before Market)용으로 양산하기 시작한다. 일본 1차 부품업체 클라리온에 고해상도 영상전송 SoC ‘AHD’도 공급하기로 했다.

픽셀플러스(대표 이서규)는 오는 6월부터 서라운드뷰모니터링(SVM) 카메라 플랫폼 ‘새레보’를 양산한다.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CIS) 4개에 이미지처리장치(ISP)를 결합한 솔루션으로, 중국 내수 자동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 차기 양산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새레보’ 솔루션의 강점은 가격으로, 타사 솔루션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디어텍, 르네사스, NXP반도체, 마벨 등 글로벌 업체들도 모빌아이의 솔루션을 대체할 ADAS SoC를 개발하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에 적용될 자율주행 3단계 이후부터는 모빌아이와 대적해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탈 모빌아이’ 바람에 자율주행 3단계의 벽까지… 다시 열리는 기회

 

▲모빌아이는 세계 ADAS용 시스템온칩(SoC)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모빌아이 홈페이지
▲모빌아이는 세계 ADAS용 시스템온칩(SoC)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모빌아이 홈페이지

비전 인식 기술은 ADAS 알고리즘의 핵심이다. 운전자가 주행 시 주변을 살펴보는 것처럼, 비전 인식 기술은 카메라와 라이다, 레이더 등으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근방의 상황을 판단한다.

모빌아이가 세계 차량용 ADAS 시스템온칩(SoC) 시장의 70%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비전 인식 기술 덕이다. 모빌아이는 기계학습(DL) 기반 비전 인식 알고리즘에서 출발해 이에 최적화된 SoC까지 내놓으며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모빌아이의 솔루션을 쓰려면 핵심 부품 업체는 물론, 조립부터 부착 위치, 부착 방법까지 일일이 모빌아이가 지정한대로 따라야 한다. 뿐만 아니다. 부품, 모듈 업체의 경우 개발 단계부터 각 과정에 대한 데이터를 모빌아이에게 넘겨줘야한다. 완성차 업계가 ‘탈 모빌아이’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량용 비전인식 SW 업체 관계자는 “모빌아이는 시장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도 어쩌지 못하는 ‘절대 갑’”이라며 “‘탈 모빌아이’를 원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예상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운전자의 개입 없이 시스템이 주행의 판단을 내리는 자율주행 3단계가 상용화되고 있지 못하는 것도 모빌아이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빌아이의 솔루션은 운전자를 돕는 역할을 하는 ADAS에는 최적화돼있지만 시스템이 스스로 주행을 할 정도의 성능은 가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모빌아이는 모회사인 인텔의 프로세서(CPU)나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를 결합해 이를 구현할 계획이지만, CPU나 FPGA는 대용량 멀티미디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2017년 12월 12일 KIPOST <인공지능(AI) 시대, 프로세서 시장 지형 바뀔까> 참고)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3단계는 ADAS에서 자율주행으로 기술이 고도화되는 첫 단계”라며 “모빌아이의 최신 ‘EyeQ4’로도 자율주행 3단계는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성능 측면에서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솔루션 ‘드라이브 PX2’가 최적이지만 발열과 가격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엔비디아의 자율머신 플랫폼 중 가장 저렴한 ‘젯슨 자비에’ 모듈은 개당 1099달러(약 125만원, 1000개 이상 구매시)에 달한다. 이 비용을 각 차량 가격에 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에 3단계부터는 각 센서의 데이터가 바로 ADAS용 SoC로 가는 기존 설계구조(Architecture)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각 센서마다 ISP 같은 반도체를 달고 ADAS용 SoC로 보내거나, 센서와 ADAS용 SoC 사이 각 센서의 데이터를 취합해 처리해주는 센서 허브(Sensor hub)를 추가하는 식이다.

차량용 반도체 IP 업체 관계자는 “각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의 데이터에 기반한 AI 알고리즘으로 자율주행을 구현하고 싶어한다”며 “ADAS 시절 모빌아이에 의존했던 것처럼 단일 업체에 이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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