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필름, PID와 함께 이원화 필요한 품목
"GL급 빌드업필름 개발이 목표"

ACF(이방성전도필름) 전문업체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이 반도체 패키지 기판용 빌드업필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등 고밀도 회로 형성에 필요한 빌드업필름은 일본 아지노모토사가 100% 독점한 소재다. 

최근 빌드업필름과 함께 첨단 패키지 공정에서 절연재로 쓰이는 PID(감광성절연소재) 양산을 추진하는 소재 회사도 늘고 있다.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 /사진=아지노모토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 /사진=아지노모토

 

에이치엔에스하이텍 “이미 GX급 성능은 구현”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이 개발하는 빌드업필름은 FC-BGA 처럼 고밀도 회로 패터닝이 필요한 기판에서 절연층을 형성하는 재료다. CCL(동박적층판) 위에 빌드업필름을 깔고, 구리 도금 공정을 이용해 미세 회로를 만든다. 

하이엔드급 FC-BGA 기판은 빌드업필름이 10~20층 안팎까지 적층된다. 따라서 빌드업필름과 구리 전극, 가운데 코어를 이루는 FR4 소재 간의 CTE(열팽창계수) 차이에 의해 열변형이 일어나기 쉽다. CTE가 상이한 소재들이 여러층 적층되다 보니 열이 가해질 때 휨(Warpage)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빌드업필름은 CTE가 낮으면서 유전손실률을 낮추는 게 관건이다. 유전손실률이 낮을수록 데이터 전송손실이 적어 고속 신호전달에 유리하다. 에이치엔에스하이텍 관계자는 “현재 OSAT(반도체후공정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GX’급 제품까지 구현하는데는 성공했다”며 “앞으로 ‘GL급’ 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지노모토가 독점한 ABF(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는 제품 특성에 따라 GX⋅GY⋅GZ⋅GL급으로 나뉜다. GX는 CTE 값이 낮은 ABF 라인업이고, GY⋅GZ는 유전손실률이 낮은 게 특징이다. 가장 최근 개발된 GL 시리즈는 CTE⋅유전손실률이 모두 낮다. 

ABF 표면에 구멍을 뚫고 구리 전극으로 채우면, 각 레이어가 전력 및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노란색 부분이 ABF./자료=아지노모토
ABF 표면에 구멍을 뚫고 구리 전극으로 채우면, 각 레이어가 전력 및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노란색 부분이 ABF./자료=아지노모토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1~2년 내 빌드업필름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95년 설립된 에이치엔에스하이텍은 2000년부터 ACF를 제조해 국내외 주요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2012년 이그잭스 ACF 사업부 인수에 이어 2013년에는 LG이노텍 ACF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ACF는 전자부품을 합착할 때 쓰이는 소재다. 

 

LG화학⋅이녹스⋅동진쎄미켐, BF⋅PID 개발 나서는 이유는

 

에이치엔에스하이텍에 앞서 LG화학⋅이녹스첨단소재 역시 빌드업필름 개발에 착수한 바 있으며, LG화학⋅동진쎄미켐은 반도체용 PID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PID도 빌드업필름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패키지 내에서 절연소재로 쓰이는 소재다. 빌드업필름이 기판 레벨에 쓰인다면, PID는 팬아웃 패키지 공정에서 RDL(재배선층)을 패터닝하는데 쓰인다. 훨씬 미세한 회로 패터닝이 가능하다.

PID도 아사히카세이⋅HD마이크로⋅EFEM⋅스미토모 등 일본 기업들이 100%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올 초부터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전방산업 공급망 불안을 가중하는 소재다. 빌드업필름⋅PID는 유전율⋅흡습성을 낮추기 위해 불소를 첨가하는데, 일본이 워낙 불소 분야 연구 수준이 독보적으로 높다보니 이원화가 잘 되지 않는다. 

엔비디아 '블랙웰' GPU. /사진=엔비디아
엔비디아 '블랙웰' GPU. /사진=엔비디아

특히나 패키지 레벨에서 사용하는 소재 공급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판 제조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칩 제조사까지 SCM(서플라이체인) 전영역에 걸친 재승인 작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웬만큼 원가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서는 이원화 작업이 이뤄지기 어렵다. 닛토보사가 독점한 ‘T-글래스’ 유리섬유처럼 조달 자체에 문제가 생겨야 공급망 전체가 이원화에 매달린다(<"2.5D 패키지 직격탄" 공급난 가중되는 패키지 기판용 유리섬유> 참조).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1장당 수만달러에 달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내에서 패키지 기판, 이를 구성하는 빌드업필름의 원가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며 “조달이 되는 한 원가를 위해 이원화를 추진할 유인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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