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S, 50μm 두께 ZRG 파일럿 라인 구축
접히는 부분에만 음각 패턴 만드는 방식
그동안 디스플레이 업계는 UTG(초박막유리)를 얇게 만드는 데 집중해왔다. UTG가 얇을수록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곡률반경을 얇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얇게 만들수록 강도가 약해지는 탓에 대면적화가 어렵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UTG 두께를 비교적 두껍게 유지하면서 곡률을 구현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APS, 50μm 두께 유리로 ZRG 개발
APS는 최근 50μm 두께 유리를 이용한 ‘ZRG(Zero Radius Glass)’ 파일럿 생산 라인을 구축했다. 현재 월 5만장(클램쉘 사이즈 기준) 정도의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향후 고객사들과의 협의가 진전되면 설비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업계가 양산에 적용한 UTG는 두께 30μm가 주류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삼성전자가 ‘갤럭시 Z' 시리즈에 적용한 곡률반경을 구현할 수 있다.
APS는 유리 전체 두께를 50μm로 60% 이상 두껍게 만든 대신 접히는 부분에 음각 패턴을 만드는 방식으로 곡률을 구현했다. 음각 패턴은 유리 표면에서부터 약 20μm의 일정한 깊이로 뚫려 있는 구멍이다. 유리가 안쪽으로 접힐 때, 표면에는 압축응력(Compression Stress)이 가해지는데 음각 패턴이 이를 해소해 크리스(접힘자국)가 생기는 걸 방지한다.
두꺼운 마분지에 칼집을 미리 그어 놓으면 쉽게 접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음각 패턴은 습식⋅건식 식각 기술로 만든다. APS는 자회사인 제니스월드 충북 진천 공장 내에 습식 식각 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APS머티리얼즈 천안사업장 내 일부 공간을 활용해 건식(레이저) 식각 공정을 진행한다.
건식 식각은 기존 APS머티리얼즈가 개발해오던 OLED용 FMM(파인메탈마스크) 스틱 생산 기술 및 설비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FMM도 최저 수μm 크기의 일정한 패턴을 만드는 공정이 주류인 만큼, ZRG 음각 패턴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FMM 가공에는 IR(적외선) 레이저가 사용되며 ZRG 음각 패턴 역시 IR 레이저로 만든다.
APS 관계자는 “습식, 혹은 건식 기술만 활용해서는 완벽한 패턴을 만들기가 어렵다”며 “APS 자회사에 건⋅습식 식각 설비를 갖추고 있어 비교적 손쉽게 관련 라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음각 패턴을 뜬 자리를 비워두면 화면에 잔상이 생길 수 있기에 빈 공간을 유연한 소재로 충진해야 한다. 충진 재료는 굴절률 등 광학적 특성이 유리와 완벽하게 일치해야 함은 물론이고, 반복된 굽힘에도 탈락하지 않을 만큼 강성도 높아야 한다.
폴리머 특성상 온도 변화에 따라 탄성이 변화할 수 있는데, 급격한 온도 등락에 버틸 정도의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APS는 충진 재료 개발을 위해 한 글로벌 화학소재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변화하는 UTG 패러다임
APS의 ZRG처럼 유리가 접히는 부분만 얇게 만드는 대신, 나머지 부분을 두껍게 유지해 강도를 높이는 방식은 최근들어 기존 UTG를 대체하는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도우인시스로 대표되는 UTG는 양산화에 성공했지만 유리 전반의 두께(30μm)가 얇은 탓에 강도가 약하고 대면적화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화면이 밖으로 접히는 ‘아웃폴딩' 디스플레이를 만들거나 태블릿PC 처럼 대화면 폴더블 기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UTG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접히는 부분에만 탄성을 주는 방식이 부각되는 것이다.
글래스 전문업체 유티아이 역시 미국 코닝과 공동으로 UFG(Ultra Flexible Glass)를 개발했으며, UFG도 식각을 통해 화면이 접히는 부분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이미 지난 2020년 전후부터 음각 패터닝 방식의 폴더블 글래스를 개발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 국내 레이저 장비 회사인 필옵틱스로부터 레이저 장비를 구매, 베트남 내작 라인에서 평가한 바 있다(KIPOST 2021년 9월 30일자 <삼성전자, UTG 단가 낮출 레이저 패터닝 기술 개발> 참조).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미국 코닝, 독일 쇼트 등이 공급하는 원장 유리는 얇을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데, 두꺼운 유리를 접히는 부분만 가공하면 재료 수급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