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결제 관행에 원자재값 상승
코로나19 확산 이후 파견 인력 교대 어려워

최근 전 세계적인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 활황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장비 공급사들은 3중고를 토로하고 있다. 서보모터 등 부품 가격은 오르는데 결제 조건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해외에 파견한 엔지니어들의 로테이션(교대)이 막히면서 인력 관리 어려움도 가중됐다.

배터리 전극용 슬러리(Slurry). /사진=Erich Machines
배터리 전극용 슬러리(Slurry). /사진=Erich Machines

현장 엔지니어 로테이션 불가능, 퇴사하기도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3분기까지 전면 중단하다시피 했던 신규 설비투자는 4분기부터 봇물처럼 터졌다. 만 1년 이상이 지난 현재 배터리용 장비 업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인력 운용이다. 

배터리 설비투자가 국내 보다는 미국⋅중국⋅유럽 등 해외에서 이뤄지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보니 국내서 파견을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코로나19 탓에 인력 교대가 어려워졌다. 엔지니어 한 명을 국내 인력과 맞교대하기 위해서는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최장 2주씩 자가격리 해야 한다. 가뜩이나 숙련된 엔지니어가 부족한데, 2주간 자가격리는 인력 운용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

그나마 국내 입국은 백신 접종자의 자가 격리가 면제되지만, 해외는 국가에 따라 아직 자가 격리 조치를 유지한 곳이 많다. 특히 중국은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14일간 자가격리 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미 현지에 파견 나간 인력이 교대 없이 현지 고객사를 대응해야 자가격리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도 1년 이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계에 다달았다. 

배터리 장비 시장 전망. /자료=SNE
배터리 장비 시장 전망. /자료=SNE

한 배터리 장비업체 대표는 “중국에 나간 엔지니어는 1년 가까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일손이 부족한데 자가격리 기간을 감안하면서 교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해외 파견된 인력들에게 체류 수당을 인상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일부 직원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복귀하는 사례도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 장비업체 대표도 “미국⋅중국⋅유럽 공장들이 현지에서도 외따로 떨어진 지역이 많다 보니 특별히 더 향수병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며 “인센티브로 파견 직원들을 달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재값 오르는데 후진적 결제는 여전

 

배터리를 비롯해 반도체⋅PCB(인쇄회로기판) 등 장치산업 투자가 집중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는 점도 설비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첨단 설비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서보모터 품귀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KIPOST 2021년 10월 8일자 <첨단 장비용 서보모터 품귀 "가격은 두 배, 납기는 세 배"> 참조).

이처럼 비용 증가 요인은 산적한데, 협력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대금 결제 방식은 여전하다. 배터리 업체들 중 일부는 설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후에 잔금을 지급하는 ‘AT(Acceptance Test) 30%’ 룰을 고수하고 있다(KIPOST 2021년 3월 22일자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에 불리한 결제 관행 고수에 장비업체 몸살> 참조).

서보모터.  /사진=KEBA
서보모터. /사진=KEBA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통상 10% 정도인 AT를 30%씩 묶어 놓다 보니 수주량이 늘어날수록 자금이 마르게 된다. AT가 양산 가동 후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실제 수령까지는 1년까지 소요된다. 그 기간 재무적 부담은 장비업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용 설비를 모두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는 “수주금액이 늘어서 좋기는 한데 AT로 묶이는 현금이 갈수록 커지고,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회사들은 수주를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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