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획된 라인들 내년에 생산 돌입"
중국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파운드리 수요에 연쇄작용

세계 2위 CPU 공급사 AMD의 리사 수 CEO(최고경영자)가 내년 하반기 반도체 칩 부족 현상이 완화될 거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해 투자에 들어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들이 내년 하반기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감소가 파운드리 수급 완화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리사 수 AMD CEO. /사진=AMD

리사 수 CEO “지난해 기획된 라인들, 내년에 생산 돌입”

 

리사 수 AMD CEO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코드컨퍼런스’에서 “최근 반도체 공급 이슈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AMD는 인텔에 이은 세계 2위 CPU 공급사다. 자체 생산라인 없이 대만 TSMC 선단공정 파운드리를 이용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AMD는 인텔과 달리 외장 GPU(그래픽처리장치)도 공급하는데, 최근 높은 GPU 수요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충분한 물량을 풀지 못하고 있다. TSMC 선단공정이 이미 애플⋅퀄컴⋅엔비디아 물량으로 가득 찬 탓이다.

따라서 AMD로서는 파운드리, 특히 TSMC의 생산 수급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데, 그런 AMD의 CEO가 내년 하반기 파운드리 쇼티지 해소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수 CEO는 “통상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완공되는데 18~24개월 정도가 걸린다”며 “지난해 기획된 라인들은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공장 내부 전경. /사진=TSMC
파운드리 공장 내부 전경. /사진=TSMC

실제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와 올해 선단공정을 중심으로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왔다. 파운드리 공급부족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는데, 당시 짓기 시작한 공장도 내년 하반기에는 생산에 돌입할 수 있다. 특히 10nm(나노미터) 이하 선단공정은 고객사 개수가 10여개로 한정적이다. 최근의 집중 투자로 즉각적인 수급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발 스마트폰 수요 감소가 칩 수급에 연쇄효과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 감소가 내년 파운드리 수급 완화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파운드리 수요 급증이 중국 비보⋅오포⋅샤오미 등 스마트폰 업체들의 ‘오버 부킹(Over booking)’ 탓이라는 이유에서다. 

작년에 이미 화웨이가 미국 상무부 제재 탓에 올해 스마트폰 시장 퇴출이 유력해졌고, 이에 지난해 하반기 비보⋅오포⋅샤오미가 앞다퉈 칩을 계약하는 바람에 파운드리 수급이 꼬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비보⋅오포⋅샤오미는 화웨이 퇴출에 따른 반사효과를 누리기 위해 지난해 대규모 칩을 선발주했으며, 특히 샤오미가 공격적인 구매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반사이익은 올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줄면서 한풀 꺾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7490만대로, 1년 전보다 17% 감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펜트업’ 효과 덕에 지속 증가했던 시장 규모가 처음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자료=카날리스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자료=카날리스

이는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리 예약해 놓은 반도체 구매 일정을 조정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 통상 파운드리 계약은 연단위 장기로 이뤄지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협의에 의해 구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예컨대 비보⋅오포⋅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줄면, 이들 회사가 퀄컴이나 미디어텍에 주는 AP(애플리케이션프로센서) 주문량이 감소하고, 이는 곧 파운드리 수급에도 숨통을 틜 수 있다.

TSMC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2023년까지 위탁 계약이 끝난 상태지만, 이 중에는 일부 가수요(假需要)도 섞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수요가 잦아드는 시그널이 보이면, 이 같은 가수요는 제일 먼저 취소되거나 생산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협력사 임원은 “현 시점에서는 선단공정은 물론 레거시 공정까지 주문이 꽉 차 있으나 내년 하반기에는 일부 가수요가 걷힐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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