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앞서 주문 받는 파운드리, 가수요 낄 수 밖에 없어
"전방 수요 감소하며 파운드리 수요 줄어들 것"
자동차용 130nm⋅40nm 수급난은 더 갈 것

최근 스마트폰⋅PC 등 IT 제조업 전방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자 2020년 이후 줄곧 공급부족 국면이던 파운드리 수급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에 경쟁적인 파운드리 발주를 촉발한 산업이 스마트폰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2020년 이후 산업이 호황에 따라 다수의 파운드리 설비 투자가 이뤄졌고, 이들 라인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시장 큰손 스마트폰, 생산 줄인다

 

최근 IT 제조업 분야에서 가장 크게 수요가 꺾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전망치는 13억1000만대다. 이는 작년 대비 3.5% 줄어든 것으로, 2020년 이후 2년만에 시장이 역성장 한다는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스마트폰 생산을 위해 발주할 예정이던 소재⋅부품 물량 2주치를 삭감했다(KIPOST 2022년 5월 30일자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물량 삭감, 소재⋅부품 5월 매출 반토막> 참조). 물량으로는 약 1000만대분이다. 사내 재고 외에 유통단에 팔리지 않고 대기 중인 스마트폰 재고가 산적한 탓에 더 이상 생산라인을 돌릴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스마트폰 업계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샤오미는 최근 협력사들에게 올해 연간 생산량 전망치를 2억대에서 1억6000만~1억8000만대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비보⋅오포도 2~3분기 소재⋅부품 발주량을 20% 가량 줄이겠다고 하달한 상태다. 

PC 수요 전망. /자료=IDC
PC 수요 전망. /자료=IDC

PC 수요도 작년 대비 감소가 확실시된다. IDC는 올해 완제품 PC 출하량이 작년(3억4880만대) 대비 8.2% 줄어든 3억212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정부의 봉쇄조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으로 PC와 태블릿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방 수요가 계속 나빠지자 업계 시선은 파운드리 수급으로 쏠리고 있다. 이는 2020년 초 파운드리 산업의 극심한 공급 부족 사태를 촉발한 장본인이 중국 스마트폰 3사라는 점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2019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제재에 나서자, 비보⋅오포⋅샤오미 3사는 화웨이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대대적인 반도체 선주문에 나섰다. 당시 각 브랜드들은 경쟁사를 의식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반도체를 주문했고, 이는 파운드리 산업의 전례 없는 공급부족을 불러 왔다. 

특히 팹리스들이 2022년~2024년까지 발주해 놓은 반도체 중에는 부족한 공급을 우려, 필요한 물량을 초과한 주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요가 끼어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파운드리 업계의 독특한 발주 관례도 작용한다.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중국 스마트폰 3사는 화웨이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2020년 초 대규모 반도체를 발주했다. /사진=샤오미
샤오미 스마트폰 '미9'. 중국 스마트폰 3사는 화웨이 시장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2020년 초 대규모 반도체를 발주했다. /사진=샤오미

대만 TSMC의 경우, 실제 생산에 2년 앞서 팹리스들로부터 주문을 받는다. 현 시점에서 2024년 가을에 필요한 반도체를 주문해야 하는데, 요즘처럼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이 발주를 내놓는 게 안전하다. 이 같은 가수요가 모여 거대한 오버부킹(Overbooking)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부터 2년 전인 2020년 2~3분기를 기점으로 생각해보면, 당시 팹리스들이 필요 이상으로 반도체를 주문했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2년 전에 미리 대규모로 발주해 놓지 않으면, 실제 필요한 시점이 되었을때 턱없이 적은 물량 밖에 보장받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미리 많은 물량을 주문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업계도 2024년 공급과잉 우려

 

따라서 요즘처럼 전방 수요가 잦아드는 시점에는 앞서 발주해 놓은 초과 물량부터 발주 취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성수기 수요가 쌓이는 속도만큼, 비수기 수요가 취소되는 속도도 빠른 것이다. 

이 때문에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파운드리 업계 안팎에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024년 파운드리 업황이 공급과잉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투자리서치회사 모닝스타 분석을 인용, 2024년 세계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2020년 말 대비 40~5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리사 수 AMD CEO도 공개석상에서 2022년 하반기 파운드리 공급난 해소를 예상한 바 있다. /사진=AMD
리사 수 AMD CEO도 공개석상에서 2022년 하반기 파운드리 공급난 해소를 예상한 바 있다. /사진=AMD

통상 파운드리 공장 하나를 짓고 양산하는데는 2년 정도가 걸린다. 이를 감안하면 2020년 초 착공한 파운드리 라인이 올해 연말을 기해 양산에 들어간다. 올 들어 반도체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파운드리 생산능력이 산입되면, 수급 균형추가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삼성전자 소속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 업체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생산하는 반도체 중 절반이 시스템LSI 및 MX사업부를 위한 것”이라며 “이번 발주 취소로 파운드리 생산 슬롯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 탓에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자동차 산업은 수급 균형에 도달하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수요가 줄고 있는 반도체는 스마트폰용 하이엔드 제품 중심인데, 자동차용 반도체는 130nm⋅40nm 등 레거시 공정에 몰려 있어서다. 이 분야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신규 설비투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특히 TSMC⋅삼성전자는 10nm대 이하 선단공정 투자에 올인했으며, 레거시 공정은 중국 내 일부 업체들이 투자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스마트폰에도 AP를 제외하면 일부 레거시 공정을 쓰는 반도체가 많다”며 “이들에 대한 수요가 줄어 자동차용 반도체로 생산할당이 이뤄져야 수급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분석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