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치, 약 1000만대분 삭감
삼성전자 내부와 유통단에 재고 산적
협력사들 "믿을 건 폴더블 뿐"

삼성전자 MX사업부(스마트폰)가 5월 발주 예정됐던 소재⋅부품 물량 중 절반만 구매하면서 관련 협력사 월매출이 반토막날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가 이미 보유한 소재⋅부품 재고가 막대해 이를 소진하기 위해서라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단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올해 공언했던 스마트폰 생산 목표치도 실제로는 크게 미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갤럭시S22 시리즈. /사진=삼성전자

GOS 논란에 판매량 뚝…발주 2주치 삭감

 

삼성전자가 이달들어 소재⋅부품 발주량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한 건 연초부터 쌓인 재고량 때문이다. 큰 기대를 모았던 ‘갤럭시S22’ 시리즈가 GOS(게임최적화시스템) 논란에 휘말리면서 브랜드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퇴색됐다. 플래그십 모델 뿐만 아니라 보급형인 ‘A시리즈’까지 판매량이 정체돼 유통재고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부품 협력사 관계자는 “당초 5월 주문할 예정이던 소재⋅부품 2주치, 물량으로는 약 1000만대분이 사라졌다”며 “5월 하반월 2주는 라인을 돌리지 못하고 놀리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부품 협력사 임원은 “MX사업부 내에 쌓인 재고 뿐만 아니라 유통 채널에 쌓여 있는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는 이번과 같은 주문 삭감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삼성전자 MX사업부가 협력사에 개런티(보증)하는 발주 기간은 14일이다. 14일 이내 발주한 수량은 시황이 변동되더라도 원래 계획만큼 구매해 간다. 그러나 14일 이후의 숫자는 단지 계획일 뿐, 개런티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번처럼 계획했던 발주 2주치가 통째로 사라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협력사들 사이에서 “2022년은 52주가 아니라 50주라고 생각하자”는 자조도 나온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갤럭시S 22는 연초 GOS(게임최적화시스템) 논란이 일면서 브랜드 전체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 갤럭시S 22는 연초 GOS(게임최적화시스템) 논란이 일면서 브랜드 전체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삼성전자

연초부터 판매량이 정체를 보이면서 올해 삼성전자가 생산⋅판매키로 했던 목표치는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MX사업부가 지난해 경영계획 수립 후 협력사에 하달했던 완제품 판매량(스마트폰⋅스마트워치⋅태블릿PC 등 전체)은 3억3000만대다. 이는 매우 공격적인 수치였는데, 보수적으로 봐도 3억1000만대는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현재 판매량 추이로는 2억7000만대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2분기가 아무리 비수기라 하지만 생산을 삭감해야 할 만큼 판매 추이가 좋지 않고, 하반기에도 외부 환경에 큰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특히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스마트폰처럼 고가 전자기기 수요를 크게 저해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연초 올 한해 스마트폰 총 생산량을 13억8000만 대로 전망했지만 지난 3월 13억6600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최근에는 13억3330만 대까지 재차 내려 잡았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상반기는 중국의 봉쇄가 스마트폰 시장 축소에 기인했다면,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영향이 클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라 개인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스마트폰 기기 구매 예산이 감소해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다음달 차기작에 대한 생산이 시작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다음달 차기작에 대한 생산이 시작된다. /사진=삼성전자

협력사들이 믿을 건 폴더블 뿐

 

그나마 협력사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건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 증가다. 삼성전자가 3분기 내놓을 폴더블 시리즈 ‘갤럭시Z’가 6월 생산에 들어간다. 

지난해 ‘폴드(북오픈 타입)’와 ‘플립(클램쉘 타입)’을 합쳐 800만대 가량 판매했는데, 올해는 두배 가까이로 판매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조립 수율이 좋지 않고 리워크(재작업)가 불가능한 소재⋅부품에 한해 최대 2000만개까지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이 정도면 단종된 ‘갤럭시노트’가 한참 잘팔리던 시기 판매량(약 1200만대)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특히 폴더블용 소재⋅부품은 일반 모델 대비 단가가 높다. 5월 삭감됐던 매출이 6월 들어서는 지난 4월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물론 이는 폴더블 시리즈에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에 한해서다.

한 스마트폰 소재 업체 대표는 “지난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를 제대로 수급하지 못해 생산이 지체됐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생산해도 팔리지 않는 문제에 봉착했다”며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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