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노스와 갤럭시 전용 AP 모두 개발하는 건 무리
자체 코어 개발 프로젝트 '몽구스' 부활할까

삼성전자 MX사업부가 갤럭시 스마트폰용 자체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시스템LSI 사업부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엑시노스’ 개발 프로젝트와 갤럭시 전용 AP 과제를 동시에 끌고가기는 불가능한 탓이다.

반도체 업계는 갤럭시 전용 AP가 나오면 엑시노스 브랜드는 폐기되거나 새로운 칩이 계승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브랜드 '엑시노스'./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의 브랜드 '엑시노스'./삼성전자

노태문 사장 “갤럭시 전용 AP 적용 검토”

 

노태문 MX사업부장은 지난 3월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갤럭시 전용 AP 도입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타운홀 미팅은 삼성전자 ‘갤럭시S22’의 GOS(게임최적화서비스)의 성능저하 문제가 불거진 직후 열렸다. 한 직원이 GOS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에 대해 묻자 노 사장이 이 같이 대답한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가 MX사업부가 어떤 방식으로 갤럭시 전용 AP를 개발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현재 시스템LSI 사업부와 퀄컴⋅미디어텍으로 부터 제각각 구매하는 칩을 자체설계해 좀 더 최적화된 스마트폰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구상 정도만 나와있다. 

퀄컴⋅미디어텍의 AP는 갤럭시 뿐만 아니라 화웨이⋅소니⋅비보⋅오포 등 세계 모든 스마트폰에 적용될 수 있게 설계돼 범용성이 크다. 시스템LSI의 엑시노스 역시 삼성전자 MX사업부 외에 쓰는 회사가 거의 없지만 외판 시장을 감안해 설계한 범용칩이다. 이처럼 범용성을 갖춘 칩들도 성능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애플 ‘A시리즈’처럼 내부 물량만을 타킷팅해 설계한 칩에는 성능이 미치지 못한다.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 S22 울트라'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따라서 갤럭시 전용 AP를 만든다면 아예 삼성전자는 코어 디자인부터 다시 설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Arm이 제공하는 코어 디자인(코어텍스)을 그대로 가져다가 칩을 구성하면 퀄컴⋅미디어텍 등 기존 범용칩들과의 차별점을 만들기 쉽지 않아서다. 애플처럼 ISA(명령어집합구조)만을 라이선스해 코어 디자인을 새로 구성하면 아예 새로운 AP를 설계할 수 있다.

애플의 방식이 재단부터 관여한 맞춤 정장이라면, 퀄컴⋅미디어텍 방식은 기성복을 가져다가 몸에 맞게 골라 입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9년 이전까지 ‘몽구스’라는 이름의 자체 CPU 코어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바 있다. 이후 Arm이 맞춤형 코어 제공 서비스인 ‘코어텍스-X 커스텀’을 내놓으면서 몽구스 프로젝트는 폐기됐다. 관련 팀도 해체됐다. 

코어텍스-X 커스텀 역시 주요 성능 옵션을 칩 업체가 선택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처음부터 자체 설계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번에 MX사업팀이 갤럭시 전용 AP를 만들겠다는 것은 몽구스 프로젝트의 부활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코어텍스-X 커스텀은 칩 업체가 주요 성능 옵션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자료=Arm
코어텍스-X 커스텀은 칩 업체가 주요 성능 옵션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자료=Arm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출신의 한 설계 엔지니어는 “코어 디자인부터 새로 설계하는 게 아니라면 갤럭시 전용 AP라는 이름을 붙이기 무색하다”며 “당시 해체한 몽구스 개발팀 규모의 인력을 어떻게 다시 끌어모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엑시노스와 함께 가기는 무리

 

다만 삼성전자가 갤럭시 전용 AP 개발을 위해서는 시스템LSI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은 2008년 팔로알토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이후 반도체 설계 인력을 지속적으로 영입하면서 설계 역량을 축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일부 모뎀(통신칩) 기술 외에 반도체 설계는 전적으로 시스템LSI에 의존해왔다. 

따라서 향후 어떤 형태로든 갤럭시 전용 AP와 기존 엑시노스 간에 사업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엑시노스가 삼성전자 MX사업부 외에 외판을 목표로 론칭한 브랜드이긴 하지만, 실제 타 업체에 판매되는 비중은 극히 적다. 차제에 엑시노스 브랜드를 폐기하고 갤럭시 전용 AP 사업만 영위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한 반도체 설계업체 대표는 “시스템LSI 인력 구조상 엑시노스와 갤럭시 전용 AP 프로젝트를 병행해서 가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AP 개발 기능이 아예 MX사업부만을 위한 구조로 개편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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