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Arm, 앞으로 타사 GPU⋅NPU 허용 안 해”
아직은 법정 주장...Arm 공식 입장 안 나와

반도체 IP(설계자산) 업체 Arm의 라이선스 정책이 폐쇄적으로 전환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최근 Arm과의 라이선스 권리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퀄컴을 통해서다.

퀄컴은 법정에서 Arm이 앞으로는 자사 IP를 쓰는 회사들이 타사 GPU(그래픽처리장치)⋅NPU(신경망처리장치) IP를 쓰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반도체 회사 대신 완제품 회사들과만 라이선스를 맺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Arm
/사진=Arm

퀄컴 “Arm, 앞으로 타사 GPU⋅NPU 허용 안 해”

 

퀄컴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Arm이 자사 CPU IP를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Arm이 모바일 SoC(시스템온칩)용으로 공급하는 IP는 CPU 외에 GPU⋅NPU⋅ISP(이미지처리장치) 등 다양하다. 퀄컴은 앞으로 Arm이 자사 CPU와 GPU⋅NPU⋅ISP를 연계해 반드시 묶음으로 쓰게 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딜란 파텔 세미애널리시스 연구원은 “Arm의 이 같은 라이선스 정책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가 AMD의 GPU IP를 쓴다거나 미디어텍이 이매지네이션의 GPU IP를 쓰는 것은 불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Arm CPU를 쓰는 회사는 반드시 GPU로 Arm이 제공하는 ‘말리’ IP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퀄컴은 또 Arm이 앞으로는 반도체 회사와는 라이선스를 하지 않고 OEM, 즉 완제품 업체들과만 라이선스를 하도록 정책을 변경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반도체를 설계하는 퀄컴⋅미디어텍⋅엔비디아에 라이선스를 주는 게 아니라 이들로부터 반도체를 사다 쓰는 삼성전자(MX사업부)⋅화웨이⋅샤오미⋅비보 등과 따로 라이선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퀄컴은 Arm이 이 같은 라이선스 정책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이처럼 OEM을 통해 과금하는 정책은 존재한다. 반도체는 출하량을 일일이 추적하는 게 쉽지 않은 반면, 세트는 완제품 출하량 정보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된다. 

ARM 기반 반도체 출하량 추이. /자료=ARM
ARM 기반 반도체 출하량 추이. /자료=ARM

Arm은 이미 이러한 OEM 과금정책을 일본에서 일부 실시하고 있다. 파나소닉이 소시오넥스트로부터 ASIC(주문형반도체)을 구매하는데, 관련 Arm IP는 파나소닉이 직접 라이선스하는 방식이다. 이는 Arm이 일본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모델이 확산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후자보다는 전자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는 부족한 GPU 성능을 보완하기 위해 AMD IP를 차용해왔지만, 앞으로 이러한 전략 구사가 불가능해진다. GPU⋅NPU IP를 제공하는 전문업체들의 입지도 좁아질 수 있다.

파텔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경우 20년간의 라이선스 덕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애플도 Arm 창립 멤버인 만큼 유리한 조건의 라이선스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rm의 라이선스 정책 변경 내용은 퀄컴이 법정에서 자신들의 논지를 설득하기 위해 부연한 것으로 Arm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이에 대한 Arm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RISC-V 저변 확대 부채질 할 것 

 

따라서 Arm이 실제 라이선스 정책 변경에 나서게 될 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최소한 Arm이 법정에서 퀄컴의 주장에 대해 어떤 반박을 할 건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Arm이 IP 묶음판매 등 폐쇄적 라이선스 정책을 관철한다면, 이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RISC-V 진영에 자양분이 될 수 있다. RISC-V는 2010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개발하기 시작한 오픈소스 CPU 아키텍처다. IP를 쓰기 위해 막대한 라이선스 피(Fee)와 러닝 로열티를 내야 하는 Arm과 달리 RISC-V IP는 무료다. Arm과 마찬가지로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기반 IP인 만큼 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특화돼 있다. 중국에서는 RISC-V로 모바일 기기는 물론, 서버용 칩을 개발하는 회사도 나왔다.

RISC-V는 Arm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기반 CPU IP다. /자료=지멘스
RISC-V는 Arm에 대항하는 오픈소스 기반 CPU IP다. /자료=지멘스

 

최근 구글⋅NASA 같은 칩리스 회사들과 함께, 애플 역시 일부 비(非) 핵심 반도체 설계를 RISC-V 기반 IP로 설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RISC-V는 높은 접근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설계를 위한 생태계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만약 Arm이 폐쇄적인 라이선스 정책으로 돌아선다면 이를 계기로 RISC-V 진영이 성장할 빌미를 줄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타사 GPU⋅NPU⋅ISP 사용을 금지한다면 당장은 자사 매출 성장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반도체 업계의 RISC-V로의 탈출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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