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출시에도 클럭 속도 공개 안 해
벤치마크 평가에서 퀄컴 대비 다수 열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신규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2200’이 정식 데뷔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벤치마크 점수에서 퀄컴 스냅드래곤 대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탓에 칩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진작부터 제기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200 공개 날짜를 뚜렷한 이유 없이 연기해 회사 안팎의 의구심이 높아졌다. 

 

“시스템LSI, 엑시노스 출하량 100만개 삭감”

 

삼성전자가 출시한 엑시노스2200.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출시한 엑시노스2200. /사진=삼성전자

21일 삼성전자 시스템LSI 관계자는 “1분기 공급키로 한 엑시노스2200 공급물량이 100만개 가량 삭감됐다”며 “이 때문에 ‘갤럭시S22’ 내 AP 점유율 측면에서 퀄컴 대비 시스템LSI 수치가 내려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갤럭시S21’의 작년 상반기 판매량은 1350만대다. 100만개면 상반기 출하량의 7%에 달하는 물량이다. 원래 삼성전자 MX사업부(옛 무선사업부)는 국내와 유럽 출시판 갤럭시S22에 엑시노스2200을, 북미 등 그 외 지역에 퀄컴 ‘스냅드래곤898’ 칩을 탑재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량이 삭감됨에 따라 국내외 유럽 일부 지역에서 엑시노스2200이 아닌 스냅드래곤898이 탑재된 제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엑시노스2200 성능과 수율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중 제기됐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엑시노스 AP의 그래픽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 AMD ‘RDNA2’를 기반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설계했다. 이전까지는 Arm이 제공하는 ‘말리(Mali)’를 기반으로 설계했던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엑시노스2200은 스냅드래곤898 대비 상대적으로 저조한 벤치마크 성적표가 공개되고 있다. 벤치마크는 새로 개발된 반도체 칩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툴이다. 워낙 다양한 벤치 툴이 활용되기 때문에 일관된 기준으로 설정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벤치마크 점수 상으로는 스냅드래곤898 점수가 앞서는 사례가 더 많다.

이처럼 성능이 경쟁사에 열위인 상황에서 수율 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출햐량이 삭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과 퀄컴 스냅드래곤898은 모두 4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된다.

왼쪽이 엑시노스2200의 스펙. 동작 클럭이 공개되지 않았다. 오른쪽은 지난해 출시된 엑시노스2100 스펙. /자료=삼성전자
왼쪽이 엑시노스2200의 스펙. 동작 클럭이 공개되지 않았다. 오른쪽은 지난해 출시된 엑시노스2100 스펙. /자료=삼성전자

이에 시스템LSI 사업부는 최근 엑시노스2200의 클럭 속도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럭은 AP가 작동하는 주파수를 나타내는 용어다. 클럭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성능이 개선되는 대신 소비전력이 늘어난다. 클럭을 낮추면 성능면에서 다소 손해가 발생하지만 소비전력이 줄고, 양산 초기 수율을 제고할 수 있다.

통상 한 장의 웨이퍼 위에서 만들어진 반도체 칩이라도 클럭 수치가 조금씩 다른데, 기준 클럭을 낮춘다는 건 그만큼 ‘굿 다이(Die)’ 비중을 높이는 조치다. 한 반도체 팹리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수율 90%에서 클럭 기준을 낮추는 건 크게 의미가 없지만, 양산 초기 수율이 20~30% 정도인 상태에서 클럭 기준을 낮추는 건 수율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된다”며 “반도체 양품 합격선을 그 만큼 낮추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엑시노스2200 발표와 함께 클럭 속도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이 같은 주장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앞서 지난해 초 발표한 ‘엑시노스2100’은 싱글코어에서 2.9GHz, 트리플코어에서 2.8GHz, 쿼드코어에서 2.2GHz가 정식 스펙이었다. 이번에 엑시노스2200 출시에도 불구하고 클럭 속도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건 아직 스펙을 확정하기가 섣부르다는 의미다. 

갤럭시S22 모델별 AP 점유 전망. 엑시노스2200 수율이 조기에 안정화되지 않으면 일부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자료=KIPOST
갤럭시S22 모델별 AP 점유 전망. 엑시노스2200 수율이 조기에 안정화되지 않으면 일부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자료=KIPOST

물론 클럭 하향 조정의 목적이 소비전력 때문일 수도 있다. 클럭이 낮아지면 소비전력은 통상 그 제곱만큼 절감할 수 있다. 또 다른 반도체 팹리스 임원은 “결국 성능과 소비전력은 ‘트레이드오프’ 관계인데 성능에서 다소 열위라면 소비전력에서 확연하게 우위를 점하는 전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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