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년은 대차량통신(V2X) 관련 기업이 시장의 주도적 사업자가 될 것인가 후발 주자로 남을 것인가를 결정할 기회이자 기로다.
이유는 △5G의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 완성형 규격인 ‘5G NR C-V2X’ 칩셋을 퀄컴이 상용화 하기까지 남은 기간이 약 3~5년 남았고 △기존 대차량 규격인 DSRC(WAVE 진영)과 이동통신 업계가 주도하는 C-V2X 진영간 로드맵이 거의 정리 됐으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무료 대역 주파수를 내년부터 C-V2X 규격에 전부 할당키로 발표하면서 사용 주파수도 확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DSRC와 5G C-V2X 규격을 모두 지원하는 SDR(소프트웨어 기반 무선통신) 시스템을 에티포스가 세계에서 첫 개발해 공급하고 있어 5G V2X가 본격 상용화될 때까지 서비스를 개발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필요 기술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열렸다.
퀄컴 Rel.16 칩셋, 차량 적재까지 3~5년 걸린다
통신을 비롯한 기술 표준은 학계와 산업계의 기술 개발 속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완성된다. 4G 이동통신 역시 2008년 이동통신 표준화 단체 3GPP가 Rel(Release).8에서 LTE(롱텀에볼루션) 규격을 도입한 이래 2011년 LTE-A(LTE 어드밴스드, Rel.11), LTE-A Pro(Rel.13) 등으로 발전해왔다. 주로 속도에 주안점을 둔 통신 표준으로, 최고 업로드 속도 5Mbps, 다운로드 속도 10Mbps부터 시작, Rel.14에 이르면 각각 300Mbps와 1.4Gbps 속도까지 발전했다.
5G는 최고 다운로드 속도 20Gbps(초고속), 전송지연 1ms 이하(초저지연), 100만대 이상 기기 동시 연결(초연결) 등 기술 구현을 기본 목표로 하는데, 올해 7월 확정된 Rel.16에서 초연결, 초저지연 규격이 확정됐다.
그동안 칩 개발 추이를 보면, 규격이 확정된 이듬해 퀄컴이 칩셋을 출시하고 약 1~2년 후에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된다. 말하자면 초저지연, 초연결을 포함해 실제 차량과 네트워크 또는 사물간 통신 규격을 모두 활용한 서비스를 약 3년 후에 시작할 것이라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퀄컴이 내년 출시할 Rel.16 규격 칩셋은 셀룰러용으로, 차량에 내장되는 OBU(차량단말기)용이나 도로에 부착하는 RSU(노변단말기) 상용화는 지금부터 약 5년의 시차를 두고 상용화될 전망이다. 그 기간이 서비스 발굴, 고도화의 기회다.
퀄컴은 지난 2018년 Rel.14 규격 칩 Qualcomm 9150을 출시했고, 내년부터 이 칩을 활용한 모듈이 일단 출시된다. 이 칩을 사용하기 위한 SDK(소프트웨어 개발 툴킷) 가격만 15000달러(약 1700만원)에 달해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대기업에만 샘플 공급됐다.
LG이노텍 관계자는 “Rel.14 규격을 지원하는 C-V2X 통신 모듈이 내년말 상용화 예정이고, Rel.16은 칩셋 출시부터 상용화까지 시간이 2~3년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승수 에티포스 이사는 “에티포스가 내놓은 SDR(소프트웨어 기반 무선통신) 모듈은 물리계층과 MAC 계층에 모두 접근할 수 있어 칩이 없는 상황에서 데이터 수집, 서비스 개발을 하기에 최적화 돼 있다”고 설명했다.
ITS 기술 개발, DSRC vs C-V2X?
현재 DSRC와 C-V2X 진영간 경쟁하는 부분은 C-ITS(지능형 교통체계) 주도권이다. 특히 이동통신사 네트워크망을 통하지 않는 직접 통신(Direct) 시장에서의 주도권이다.
C-V2X 진영이 5.9GHz 대역에서 우선 구현하려는 게 안전(Safety) 영역이기 때문이다. C-V2X 진영 규격 협의체인 5GAA가 올해 내놓은 로드맵을 보면 응급 제동 등은 초저지연, 초연결 구현이 유리한 사물간 직접(Direct) 통신으로 구현하고, 편의 기능이나 인포테인먼트 등 서비스는 유료 주파수인 5G 네트워크망과 연동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쪽으로 설계하고 있다.
EU에서는 DSRC 기반 C-ITS(지능형 교통 체계)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지난해 부결돼 아직 표준 확정은 진행형이고, 미국은 FCC(연방통신위원회)가 지난 18일 비면허 ISM(산업・ 과학・의료용) 대역인 5.9GHz 주파수의 75MHz 대역 중 35MHz는 와이파이에, 45MHz는 C-V2X 규격에 할당키로 결정하면서 통신 업계와 퀄컴 생태계가 시장 헤게모니를 쥐게 됐다.
한국은 ISM용으로 5.8GHz를 사용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는 비어 있는 ‘5G플러스 스펙트럼 플랜’에서 내년까지 비어있는 5.9GHz 주파수 통신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서 내년 DSRC 방식 중심의 C-ITS 시범 사업에 3334억원, 지자체 430억원 등을 투입해 실증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실증 사업으로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고, 양 표준의 추이에 따라 5.9GHz 대역폭 할당을 결정하면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표준 논쟁보다 실증 데이터 수집이 중요
정부가 글로벌 표준 추이에 따라 유연한 대응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양 기술을 모두 검토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9월 표준 논쟁을 대신 DSRC와 C-V2X 하이브리드 실증을 위한 ‘COSMO’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각 규격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각 규격에 맞는 서비스를 발굴한다는 취지다.
주파수 운용 여부에 따라 직접적인 안전 관련 기술은 오랜 기간 검증된 DSRC 방식을, 편의성 강화 측면은 이동통신망과 연동되는 C-V2X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칩이 나온지 1년 남짓 된 시점에서 아직은 C-V2X 진영의 실증 데이터가 풍부하지 않아 앞으로 실증을 해가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통신사들이 C-V2X 관련 실증사업을 속속 시작하고 있다. 이씨스, 켐트로닉스 등 중소 모듈 업체들도 DSRC(WAVE)와 LTE 하이브리드형 통신 모듈을 출시하고, 후속 규격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