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X 표준 경쟁 치열해진다… 차량내 서비스 시장 선점 속내

대차량통신(V2X) 표준을 두고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진영과 C-V2X(Cellular V2X) 진영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V2X 표준 경쟁은 단순히 기술력 싸움이 아니다. 방대한 차량내 서비스 시장을 누가 선점하는 지가 달려있다.
 

DSRC vs C-V2X, 과연 기술 경쟁일까?

▲V2X 기술 범위./퀄컴
▲V2X 기술 범위./퀄컴

V2X는 차량과 인프라, 자동차, 보행자의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등 주변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V2X를 구현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은 국제전기전자학회(IEEE)가 정한 DSRC(801.11p)와 세계이동통신표준기구 3GPP의 C-V2X(Rel 14, 15), 5G V2X(Rel 16)로 나뉜다.

셋 중 유일하게 상용화된 건 DSRC다. 차량과 인프라 간 통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DSRC는 20여년의 상용화 기간과 이보다 더 긴 시간의 연구개발(R&D)로 기술 완성도가 높다. 비면허 대역인 5.8~5.9㎓만 활용한다.

DSRC 진영에는 공급망(SCM) 내 업체들 외에도 DSRC 기반 지능형교통체계(ITS)를 구축한 미국, EU, 한국, 일본 등이 있다. 완성차(OEM) 업체 중에서는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폴크스바겐(Volkswagen)이 DSRC 진영에 속한다.

 

▲DSRC 진영과 C-V2X 진영. 미국은 DSRC로 V2X 표준을 정하려 했지만 의회에 발목을 잡히면서 기술 중립성을 선언했고, EU는 17일 다시 안건을 논의한다./KIPOST
▲DSRC 진영과 C-V2X 진영. 미국은 DSRC로 V2X 표준을 정하려 했지만 의회에 발목을 잡히면서 기술 중립성을 선언했고, EU는 17일 다시 안건을 논의한다./KIPOST

C-V2X는 LTE 이동통신망과 비면허 5.9㎓ 대역을 모두 활용하는 V2X 기술이다. LTE 망에서 차량네트워크(V2N) 서비스를, 5.9㎓ 대역에서는 나머지 안전(Safety) 관련 기능을 구현한다. 이동속도, 전송속도, 커버리지 등은 DSRC와 비슷하거나 소폭 낫다.

이 진영에는 이동통신표준화기구인 3GPP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모바일 기기 및 칩셋 제조사 등이 있고,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다임러와 포드, PSA그룹, BMW가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최우선 조건으로 꼽히는 신뢰성·안정성 측면을 보자면 DSRC가 V2X 표준으로 제정돼야한다. 하지만 표준이 정립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C-V2X 진영의 힘에 밀렸다.

DSRC 기반 V2X 표준을 정립하려던 미국교통부(DoT)는 ‘기술 중립성’을 선언했고, 유럽집행위원회(EC)의 DSRC 기반 V2X 표준안도 의회에서 부결됐다. 유일하게 V2X 표준을 못박은 중국이 선택한 것도 DSRC가 아닌 C-V2X다.

 

첨예한 대립의 이면에는…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이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기가 된다./현대엠앤소프트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이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기가 된다./현대엠앤소프트

C-V2X 진영과 DSRC 진영의 경쟁 뒤에는 V2X로 인해 구현되는 차량내 서비스 시장이 있다.

자율주행 시대, 자동차는 운송수단의 역할에서 벗어난다. 차량을 운전할 필요가 없는 승객들은 자동차 내에서 동영상을 볼 수도 있고, 게임을 할 수도,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스마트폰처럼 온갖 애플리케이션(앱)이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기가 되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앱애니(App annie)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모바일 앱 시장은 817억달러(약 93조155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DSRC로 이를 구현하기란 쉽지 않다. 20여년 전 만들어진 이 규격은 차량-교통 인프라간 통신(V2I), 차량간통신(V2V) 등 안전(Safety) 기능으로 한정된 V2X에 최적화돼있다. 데이터 전송량이 늘어나면 통신 속도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점도 한계다.

C-V2X 진영은 이 점을 공략했다.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LTE에서 V2N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C-V2X 진영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V2I, V2V, 여기에 차량과 보행자간(V2P)까지는 비면허 대역인 5.9㎓에서 무료로 제공되지만 LTE망을 이용하는 V2N은 망 이용료를 내야한다고 설명한다. 휴대폰 요금제처럼 자동차 요금제를 책정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C-V2X를 택하면 이미 DSRC로 교통 인프라를 구축한 미국과 EU, 한국, 일본 등은 지능형교통체계(ITS)의 통신 기술을 죄다 바꿔야한다.

기존에 구축된 DSRC와 C-V2X는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쓰기 때문에 두 모듈이 가까이 붙어있으면 주파수 간섭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C-V2X 기술의 신뢰성이 아직 상용화될만큼 높지 않다는 점도 한계다.

가장 이상적인 건 안전과 관련된 기능을 DSRC로 제공하고, V2N만 C-V2X로 하는 것이지만 자동차와 교통 인프라 등에 두 개의 기술이 모두 적용돼야한다. 인프라 구축 비용과 자동차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C-V2X 진영도 DSRC와의 공존을 마땅치 않아 한다.
 

대립의 끝에는?… 5G V2X

C-V2X 진영과 DSRC 진영 모두 V2X 기술은 궁극적으로 5G V2X로 수렴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성능 측면에서 5G 이동통신 기술은 LTE나 DSRC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3GPP의 5G, C-V2X 상용화 일정./3GPP
▲3GPP의 5G, C-V2X 상용화 일정./5G 포럼

5G V2X 표준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3GPP가 연내 5G V2X 표준이 포함된 ‘릴리즈 16(Rel. 16)’을 발표할 계획이다. 목표는 단대단 지연시간 10ms 내 달성, 이동성 최대 500km/h 확보, 기존 C-V2X 및 DSRC와의 호환성 등이다.

표준화를 돕는 단체도 생겨났다. 주요 차량 제조사와 IT 업체가 모여 만든 ‘5G자동차협회(5GAA)’다. 5GAA는 다양한 사례에 5G를 적용하는 방법,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5GAA에서 보는 표준화 완료 시점은 내년으로, 상용화는 이르면 2022년이다.

 

▲5GAA의 C-V2X 표준화 계획./5GAA
▲5GAA의 C-V2X 표준화 계획./5GAA

각국의 V2X 표준 제정이 지지부진해지자 각 진영에서는 5G V2X까지 지원하는 칩셋과 프로토콜 스택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C-V2X 진영의 퀄컴은 ‘MWC 2019’에서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4G·5G 플랫폼’을 선보였고, DSRC 진영에 있는 에티포스는 5G V2X와 DSRC를 모두 지원하는 프로토콜 스택을 개발했다.

5G V2X가 상용화되기 전인 2022년까지 각국과 소비자는 두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부담을 안아야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단계를 고도화하려면 V2X 기술이 필수”라며 “C-V2X나 DSRC 둘 중 하나를 택하지 못하면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현 상태로 멈추게 되고, 5G V2X가 상용화되고 나서야 단계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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