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국 상무부 제재 후 반도체 장비 구매 제한
제 3국 장비 업체 중심

미국 상무부 제재 이후 D램 생산라인 투자가 올스톱 된 푸젠진화반도체(JHICC)가 장비 발주 작업을 재개했다. D램 생산을 포기하고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거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에 매각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JHICC는 프로젝트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핵심 공정장비라 할 수 있는 노광기와 이온임플란터⋅에처 등은 일부 물량이 들어와 있다는 점에서 추가 장비 발주를 통해 양산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JHICC가 미국 제재 후 2년 만에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이미지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보쉬
JHICC가 미국 제재 후 2년 만에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이미지는 기사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보쉬

JHICC, 2년 만에 장비 발주 재개

 

JHICC가 미국 상무부 제재를 받은 건 지난 2018년 10월이다. 상무부는 중국 국영 회사인 JHICC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의 수출 '제한(restrict)'을 시행했다. 제재 효력이 발생하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KLA텐코⋅램리서치 등 미국 업체 엔지니어들은 장비 반입 현장에서 철수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업체들과의 거래가 끊기면 반도체 양산 투자는 불가능하다. 제재 직후 JHICC의 장비 신규 발주도 끊겼다.

한동안 잊혔던 JHICC의 설비 투자가 재개된 건 올해 4월 말이다. JHICC는 우리나라와 이스라엘⋅싱가포르 업체에 일부 장비를 발주했다. 품목별로 보면 베벨인스펙터(이하 공급사 유니티세미컨덕터)⋅스파이크어닐링(AP시스템)⋅분광광도계(노바메저링인스트루먼트)⋅웨이퍼표면결함검사장비(넥스틴)⋅급속열산화(AP시스템)⋅웨이퍼저항측정장비(세미랩세미컨덕터)⋅데이터분석시스템(XDM테크놀러지) 등이다. 

아직 미국 상무부 제재가 풀리지 않은 만큼, 미국을 제외한 제 3국 장비 업체들이 수주 명단에 올랐다. AP시스템⋅넥스틴은 우리나라 업체다. 유니티세미컨덕터는 싱가포르, 세미앱세미컨덕터는 헝가리, 노바메저링인스트루먼트는 이스라엘에 본사가 있다. XDM테크놀러지는 대만 회사다. 

이번에 발주가 나온 장비들은 연말 안에 푸젠성 JHICC 공장에 반입된다. JHICC는 마이크론의 28나노미터(nm) 공정인 ‘90S’를 카피해 D램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마이크론 기술자들을 영입한 대만 UMC와의 합작을 통해 90S 공정을 베껴 갔다는 게 마이크론과 미국 상무부의 판단이다. 마이크론은 90S 공정 개발을 위해 3조~4조원을 들였다.

푸젠진화반도체 D램 라인 착공식 현장. /사진=푸젠진화 홈페이지
푸젠진화반도체 D램 라인 착공식 현장. /사진=푸젠진화 홈페이지

양산까지는 첩첩산중

 

다만 이번 장비 발주가 곧 양산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 노광기⋅이온임플란터 등 핵심장비들을 초반에 발주한 덕분에 일부 물량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장비 업체 엔지니어들 지원 없이 안정화가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JHICC는 지난 2018년 3월에 네덜란드 ASML의 노광장비, KLA텐코의 각종 검사장비, 5월에 엑셀리스의 이온임플란터 등을 발주했다(KIPOST 2018년 8월 22일자 <'D램 굴기' 中 JHICC 장비 협력사 52개 리스트> 참조). 모두 전공정 핵심장비다. 이들 중 일부는 반입 와중에 상무부 제재가 발효되면서 설치가 중단됐다.

JHICC가 D램 양산을 위해서는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장비들의 부분품을 어떻게든 구해 라인을 완비해야 한다. 아예 반입이 시작되지 않은 나머지 장비들은 미국 제재권 밖의 회사들로부터 수급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AP시스템이 수주한 급속열산화장비는 이미 2018년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공급키로 했던 품목이며, 넥스틴이 수주한 웨이퍼표면결함검사장비는 KLA텐코가 공급키로 했던 설비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KLA텐코 모두 미국 회사라는 점에서 이번에 아예 공급 업체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장비 업체 대표는 “노광기 설치를 완료한다고 해도 ASML 엔지니어들의 서포트 없이 라인을 가동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재현성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JHICC가 이번 장비 발주 재개를 통해 당장 D램 양산을 추진한다기 보다는 경험치를 쌓기 위한 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1기 라인은 반입 중단된 장비들을 긁어 모아 어떻게 가동해 본다 해도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추가 라인도 미국⋅일본⋅네덜란드 회사들 없이 진행해야 한다. 

만약 2기 라인 투자 이전에 미국 상무부 제재가 풀린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 마저도 안 된다면 1기라인 가동을 통해 경험치를 쌓고, 나머지 장비들은 중국 내 업체들의 국산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한 글로벌 장비 업체 영업 담당자는 “이미 에처(식각장비)와 이온임플란터 등은 미국 기술을 배낀 중국산이 나와 있기는 하다”며 “실제 양산 가능한 수준일지는 미지수이나 라인을 구성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JHICC가 2017년 연말부터 2018년 8월 15일까지 발주한 장비와 협력사 목록. 총 52개 업체, 92개 품목이다. 3분의 1이 미국 회사다.

/자료=KI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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