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첫 16nm HV 공정 제공"
삼성, 14nm HV 공정 투자 주저하는 이유는

대만 TSMC가 DDI(디스플레이구동칩) 생산을 위한 16nm(나노미터) HV(고전압) 공정 적용을 공식화했다. 이전 공정 대비 높은 전력 효율을 앞세워 스마트폰은 물론, AR⋅VR 등 차세대 디바이스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TSMC “16nm, 28nm 공정 대비 28% 전력 절감”

 

TSMC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테크심포지엄’을 통해 16nm HV 공정으로의 DDI 테크 마이그레이션을 발표했다. 그동안 최신 스마트폰용 OLED에 탑재되는 DDI는 28nm HV 공정에서 생산됐는데, 앞으로는 한 단계 진보된 공정을 적용한다는 뜻이다.(<시스템LSI가 설계한 아이폰용 DDI, TSMC가 생산한다>참조). 16nm(삼성전자는 14nm)는 파운드리 업계가 게이트 구조를 2D에서 3D(핀펫)로 전환한 첫 공정이다. 

Yuh-Jier Mii TSMC 수석부사장이 16nm HV 공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Yuh-Jier Mii TSMC 수석부사장이 16nm HV 공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TSMC에 따르면 16nm HV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DDI 소비전력을 28% 절감할 수 있고, 칩 밀도를 41% 높일 수 있다. 칩 밀도가 높다는 건, 동일한 성능의 DDI를 생산 했을때 그만큼 좁은 면적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소비전력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모바일 기기에 요구되는 특성이지만, 칩 밀도는 특히 AR⋅VR 처럼 공간 집약적인 디바이스에 더 절실하다. AR⋅VR은 안경처럼 쓰거나 헬멧처럼 머리에 장착하는 방식이어서 부피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DDI 외에도 배터리⋅디스플레이⋅스피커 등 모든 부품에 극단적인 경박단소화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TSMC의 16nm HV 공정은 최대 고객사인 애플 아이폰 향 물량 수주가 포석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AR⋅VR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파운드리 업계가 제공하는 HV 공정은 28nm까지였는데 이번에 TSMC가 처음으로 16nm에서 HV 공정을 제공하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TSMC의 파운드리 노드. /자료=TSMC
TSMC의 파운드리 노드. /자료=TSMC

 

삼성 파운드리, HV 공정 투자 주저하는 이유는

 

다만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를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14nm에서 HV 공정을 지원하지 않는다. 모바일 DDI는 게이트 드라이버IC, 소스 드라이버IC, T-con(타이밍컨트롤러)가 일체형으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높은 전압이 필요하다. 게이트 드라이버IC가 각 서브픽셀을 온⋅오프 하는 과정에서 고전압을 쓰기 때문이다. 

이를 칩 단위에서 구현하려면 파운드리 공정상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아직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모든 역량을 선단공정에 투입해 TSMC를 추격한다는 전략이어서 레거시 공정에는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 전후 레거시 노드 쇼티지가 극심할때도 거의 투자를 하지 않았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는 극단화 되어 가는 파운드리 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고려할 때 타당한 측면이 있다. 

TSMC 2025년 1분기 노드별 매출 비중. /자료=TSMC
TSMC 2025년 1분기 노드별 매출 비중. /자료=TSMC

TSMC만 해도 백화점식으로 거의 모든 노드를 서비스하지만, 매출 4분의 3을 3⋅5⋅7nm 단 3개 노드를 통해 벌어들인다(올해 1분기 기준).

나머지 16nm부터 0.25μm(마이크로미터) 공정까지 10여개를 다 합쳐도 4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TSMC에 비해 생산능력⋅투자규모⋅인력규모까지 모든 게 열세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TSMC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선단공정에서 승부를 내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이에 따른 레거시 공정에서의 고객 이탈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가 14nm에서 HV 공정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오는 2027년 애플이 아이폰에 첫 적용하는 16nm DDI 물량은 TSMC가 100% 전담하는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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