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국내 OMM 업계에 경고
재압연 통한 독점 계약 무력화 방지 차원

OLED용 하이엔드급 인바시트 시장을 독점한 일본 프로테리얼(옛 히타치메탈)이 중국 OMM(오픈메탈마스크)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자사 제품의 용도 변경과 관련해 경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OMM용 인바시트를 구매해 얇게 압연한 뒤, FMM(파인메탈마스크)으로 전용하는 관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프로테리얼은 앞서 2022년 국내 OMM 제조사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경고한 바 있다. 

/사진=프로테리얼
/사진=프로테리얼

 

프로테리얼, 중국 OMM 제조사에 경고장

 

13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프로테리얼이 최근 중국 가오광(高光)⋅투어웨이(拓维) 등 OMM 제조사들에게 인바시트를 압연해 FMM으로 제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고지하고, 적발시 향후 OMM용으로도 인바시트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는 점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OLED 산업에서 인바시트는 OMM과 FMM을 만드는 데 각각 사용된다. OMM용은 100~150μm(마이크로미터) 두께로 공급되며, FMM용은 20μm 안팎 두께로 더 얇게 가공해 공급된다.

이 가운데 최상품에 속하는 20μm 이하 제품(FMM용)은 프로테리얼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제품은 프로테리얼이 일본 DNP(다이닛폰프린팅)에만 공급하고, DNP가 이를 FMM으로 가공해 삼성디스플레이에만 독점 공급하는 구조다. 3사가 독점 공급 계약으로 묶인 것이다. 

프로테리얼이 문제 삼는 건 OMM용으로 두꺼운 인바시트를 구매한 뒤, 이를 압연해 20μm 이하 FMM용으로 재가공하는 행위다. 이럴 경우 프로테리얼-DNP-삼성디스플레이 간 독점 공급계약이 무력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프로테리얼은 지난 2022년 국내 OMM 제조사들에게도 동일한 내용을 경고한 바 있다(KIPOST 2022년 12월 8일자 <DNP, 히타치메탈에 "재압연하는 FMM 회사에는 인바 판매 중단해달라"> 참조).

FMM은 인바 시트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생산한다. 인바 두께가 얇을수록 고화질의 OLED를 만들 수 있다. /사진=풍원정밀
FMM은 인바 시트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생산한다. 인바 두께가 얇을수록 고화질의 OLED를 만들 수 있다. /사진=풍원정밀

국내 OMM 제조사들 중에는 풍원정밀만 FMM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에 당시 프로테리얼이 풍원정밀을 겨냥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이해됐다. 풍원정밀은 OMM용 인바시트를 구매한 뒤, 이를 현대비앤지스틸에서 재압연하는 방식으로 20μm 이하 FMM을 제조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프로테리얼로부터 경고를 받은 가오광⋅투어웨이 역시 OMM과 함께 FMM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투어웨이는 대만 정밀부품 업체 다윈과 공동으로 FMM 사업을 추진했는데, FMM 분야에만 8000만위안(약 1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두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개다. ▲FMM 사업을 위해 프로테리얼이 아닌 타 회사 인바시트를 수급하거나 ▲OMM 사업 보호를 위해 FMM 신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프로테리얼 외에 OLED용 인바시트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일본 신일철주금과 독일 잽(Zapp)이 있다. 다만 두 회사의 인바시트는 표면결함 측면에서 프로테리얼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일철주금⋅잽 제품을 수급해 FMM 사업을 지속할 수는 있지만 추가적인 수율저하 등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잽의 인바시트를 이용해 FMM 사업을 시작했던 중국 환차이싱(寰采星)의 경우, 비전옥스 등에 FMM을 양산공급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가오광은 FMM 사업을 거의 포기하는 단계여서 큰 영향은 없겠지만 투어웨이는 프로테리얼의 경고를 받고 크게 난처해 하고 있다”며 “OMM 사업을 위해 FMM 사업은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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