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공급 소재⋅부품 이원화 강력 추진
협력사 희비 엇갈릴 수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전사 비용 절감과 구매 원가 혁신을 추구하는 ‘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올해 경기 불황이 상수로 예정된 가운데,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구매 전략에 포커스가 맞춰진 해당 프로젝트의 향방에 따라 협력사들 역시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에 서플라이체인 전체가 긴장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허리띠 졸라매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게놈 프로젝트를 구성한 건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 전후다. 사상 유례 없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에서는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2023년은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위기감이 프로젝트 출범시켰다. 

게놈(Genome⋅DNA 집합체)이라는 프로젝트 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상을 체질부터 바꾸라는 강력한 주문이 녹아 있다. 특히 구매 부문에서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들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게 요체다. 

한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대표는 “기본적으로 구매에 집중된 프로젝트지만 지원조직을 비롯해 영업⋅마케팅 등 여타 부문에서도 비용 절감할 요소가 없는지 삼성디스플레이가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상 패널 업체와 벤더들의 소재⋅부품 CR(단가인하)은 원래 매 분기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게놈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 올해는 그 강도가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독점 공급 체제가 굳어진 품목들에 대해 이원화 작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강도 높은 원가 혁신을 주문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해 인텔 행사장에서 늘어나는 PC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인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게놈 프로젝트를 통해 강도 높은 원가 혁신을 주문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해 인텔 행사장에서 늘어나는 PC용 디스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인텔

LCD 시절만 해도 액정(머크, 이하 공급사), DBEF(3M)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특정 회사가 독점 공급하는 품목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OLED로 넘어오면서는 특허장벽이 높아지고 기업들 R&D 부담이 커지면서 독점 품목이 늘었다. 

특히 후공정 보다는 전공정, 그 중에서도 증착 라인 내에 독점 품목이 수두룩하다. 유기물을 코팅하는 증착설비(캐논도키), 적⋅녹색 도판트(UDC), p도판트(노발레드), 섀도마스크(DNP), 인바시트(히타치메탈) 등이 대표적이다. TFT(박막트랜지스터) 공정에 쓰이는 ELA 광원(코히어런트)과 모듈 공정의 OCA(3M) 역시 독점 품목이다. 

그동안 이들 소재⋅부품은 특허 장벽이 높다는 이유에서, 혹은 기술적 대안을 찾기 어려운 탓에 이원화 칼날을 피해왔다. 게놈 프로젝트는 이번에 이들 공급사에 대한 이원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목표다. 

또 다른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 대표는 “게놈 프로젝트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CR에 비해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돼 추진 동력이 크다”며 “매번 이원화에 실패했던 품목들 중 일부가 이번에 이원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OLED 매출 전망(분야별). /자료=DSCC
글로벌 OLED 매출 전망(분야별). /자료=DSCC

 

DSCC “2023년 OLED 2% 성장”

 

최근 디스플레이 업황 급락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다른 패널 업체들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찌감치 LCD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OLED에 ‘올 인’한 덕분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신규 아이폰용 OLED 패널을 전 모델에 모두 공급하는 유일한 패널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올해 OLED 산업 전망을 감안하면 허리띠 졸라 매기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OLED 시장은 지난해 대비 2%(매출 기준) 성장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연초부터 경제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연간 2% 역성장한걸 감안하면 올해는 시장 파이가 2년 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고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노트북용 90Hz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노트북용 90Hz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그나마 모니터용 패널 시장이 152%, 자동차용 시장이 86% 올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들 애플리케이션은 전체 OLED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하다. 결국 스마트폰 시장이 살아나 줘야 하는데 이는 장담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될수록 LCD에서 OLED로의 침투 속도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또 다른 대형 고객사인 삼성전자 MX사업부 측면에서는 물량은 줄고, 경쟁은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라며 “작년 실적이 좋았던 삼성디스플레이라도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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