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홀딩스 2021년 엔씨켐 인수, 자회사 편입
동진쎄미켐 고위 임원이 경쟁사 이직하며 자사 엔지니어 영입

엔씨켐을 인수하며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사업에 진출한 삼양홀딩스가 뜻하지 않은 경쟁사 등장에 속을 끓이고 있다. 엔씨켐의 주요 고객사는 동진쎄미켐인데, 동진쎄미켐 고위 임원이 경쟁사로 이직하면서 엔씨켐 임직원 일부를 영입해갔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 직원이 KrF용 포토레지스트 출하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진쎄미켐
동진쎄미켐 직원이 KrF용 포토레지스트 출하를 앞두고 최종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동진쎄미켐

 

권병남 동진쎄미켐 전무, 켐트로스로

 

의약품 중간체, 원료의약품 공급사 켐트로스는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사업 진출을 위해 동진쎄미켐 출신의 권병남 전무를 최근 영입했다. 권 전무는 동진쎄미켐에서 발안공장 경영지원, 전재재료 구매를 담당했던 인사다. 

켐트로스는 폴리머사업부를 두고 있으나, 주로 광학용⋅실리콘 접착제 정도를 공급해왔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사업에 진출한 바는 없다. 이번에 권 전무 영입을 통해 반도체용 폴리머 분야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권 전무는 켐트로스로 이직하면서 엔씨켐에서 엔지니어들도 일부 영입했다. 이 중에는 엔씨켐에서 폴리머 개발⋅생산을 담당했던 핵심 임원 J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1년 엔씨켐 인수로 전자재료 사업에 힘을 실으려던 삼양홀딩스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등장한 경쟁사가 엔지니어들까지 영입해가자 속을 끓이고 있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삼양홀딩스가 켐트로스를 상대로 법정 소송 등 대응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자사(엔씨켐) 엔지니어들을 영입해가는 과정에서 폴리머 기술도 유출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삼양홀딩스는 지난 2021년 엔씨켐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자료=엔씨켐
삼양홀딩스는 지난 2021년 엔씨켐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자료=엔씨켐

 

3파전 된 동진쎄미켐 폴리머 물량, 4파전으로

 

폴리머는 PAG(감광성 화합물), 퀜처 등과 함께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구성하는 3대 요소 중 하나다. 포토레지스트의 뼈대 역할을 하는 소재다. DUV(심자외선) 노광 공정에서 광자가 PAG를 때리면 화학 반응으로 인해 산(Acid)이 발생하고, 이 산이 폴리머를 연속적으로 분해하며 반도체 패턴이 형성되는 원리다. 

ArF(불화아르곤) 이머전 공정에서 쓰이는 포토레지스트 1병(1갤런)이 300만원이라면, 폴리머는 10만원어치 정도 투입된다. 

그동안 포토레지스트용 폴리머 시장은 소수의 고객사와 공급사가 안정적으로 물량을 주고 받으며 성장해왔다. 폴리머 레시피를 만들고 실제 양산하는 난이도가 높아 좀처럼 경쟁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동진쎄미켐은 엔씨켐⋅미원상사 두 군데서 주로 폴리머를 공급받아 왔다. 공급량은 엔씨켐이 미원상사보다 더 많으며, 금액으로 연간 500억~600억원어치를 공급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ArF용 포토레지스트 1갤런에는 폴리머 10만원어치가 투입된다. /사진=인프리아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ArF용 포토레지스트 1갤런에는 폴리머 10만원어치가 투입된다. /사진=인프리아

여기에 최근 동진쎄미켐이 동진홀딩스 그룹 계열사인 아이노스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늘리면서 폴리머 시장에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이노스 모회사인 동진홀딩스는 동진쎄미켐 창업자 이부섭⋅준혁 부자가 보유한 지주사다. 엔씨켐⋅미원상사 같은 폴리머 전문업체와 아이노스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동진쎄미켐 출신 임원을 영입해 간 켐트로스까지 시장에 가세하면 향후 폴리머 시장 경쟁 양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폴리머 업계는 켐트로스가 빠르면 1년 남짓, 늦어도 2년 안에는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별도의 PCN(변경점 관리)이 필요 없는 신규 디바이스용 폴리머부터 진입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폴리머 자체의 레시피는 크게 복잡하지 않지만 이를 구성하는 기술들이 대부분 특허로 묶여 있어 신규 레시피를 개발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켐트로스가 이들 특허를 어떻게 회피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