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포토레지스트 사용량 줄여가는 트랙 장비
"이론상 0.1cc로도 가능"

반도체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규모는 반도체 설비투자 크기에 비례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트랙 장비 개발 속도에 반비례한다. 트랙 장비는 반도체 포토레지스트를 웨이퍼에 도포하고 현상하는 설비다. 

도쿄일렉트론은 이 분야 시장점유율 90%로, 사실상 독점력을 구가하고 있다.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사진=인프리아
인프리아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제품. /사진=인프리아

 

TEL, EUV 공정 위한 신규 트랙 장비 개발

 

도쿄일렉트론은 최근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용으로 단 0.3cc의 포토레지스트로 300㎜ 웨이퍼 한 장을 커버하는 트랙 장비를 개발했다.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EUV 공정을 도입한 회사들은 도쿄일렉트론의 신규 트랙 장비 신뢰성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EUV 노광공정 1회에 웨이퍼 1장당 소모되는 포토레지스트의 양은 0.8cc로 표준화됐다. 포토레지스트는 1갤런(약 3785cc) 단위로 공급된다. 따라서 포토레지스트 1갤런으로 EUV 노광을 최대 4700회, 공정 과정에서 손실을 감안해 대략 4000회 정도 실행할 수 있다. 

도쿄일렉트론의 신규 트랙 장비가 0.3cc의 포토레지스트만 쓴다는 것은 앞으로는 그 횟수를 최대 1만2000회, 손실을 감안해도 1만회까지 쓰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EUV 라인에 투입되는 포토레지스트 소모량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포토레지스트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손쓸 새 없이 시장이 반토막 나는 것이다. 

도쿄일렉트론 평택기술지원센터. /사진=도쿄일렉트론
도쿄일렉트론 평택기술지원센터. /사진=도쿄일렉트론

도쿄일렉트론의 새 장비가 절반 이하의 용량으로도 300㎜ 웨이퍼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건 트랙 장비의 구동 원리 때문이다.

트랙 장비는 실리콘 웨이퍼 한가운데 포토레지스트를 떨어뜨린 뒤, 고속으로 회전시켜 300㎜ 직경 전체에 코팅하는 방식이다. 원심력에 의해 포토레지스트가 웨이퍼 가운데서 가장 자리로 확산하는데, 중간에 특정 알고리즘을 통해 회전 주기에 변화를 줌으로써 코팅 속도와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회전이 끝난 뒤, 실제 웨이퍼 상에 남아 있는 포토레지스트의 양은 10%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웨이퍼 바깥으로 흩어진다. 실제 노광장비 안으로 들어가서 EUV 빛에 반응하는데는 이 정도의 포토레지스트만으로 충분하다. 

한 반도체 노광공정 전문가는 “10nm 크기의 패턴을 만든다면 웨이퍼 위에 올라오는 포토레지스트의 높이는 20nm 정도, 부피로는 최저 0.1cc면 된다”며 “현재 0.8cc를 사용하는 건 코팅 신뢰성과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트랙 장비의 회전 알고리즘을 개선해 코팅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 더 적은 양의 포토레지스트만으로 웨이퍼 전체를 커버하는 게 가능해진다.

 

포토레지스트 단가는 떨어지고, 양은 줄고

 

이 같은 트랙 장비의 포토레지스트 소모량 절감은 갈수록 낮아지는 포토레지스트 공급 단가와 함께 소재 업체 성장성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지난 2019년 EUV 공정이 시작될 때만 해도 1갤런에 1만6000달러(약 2000만원) 하던 포토레지스트 가격(삼성전자 향 JSR 제품 기준)은 현재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KIPOST 2023년 2월 21일자 <EUV 양산 4년...포토레지스트 단가,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참조). 

만약 여기서 도쿄일렉트론의 신규 트랙 장비까지 양산에 도입되면 단가와 함께 웨이퍼 당 사용량까지 줄어들게 된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웨이퍼. /사진=SK하이닉스

물론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인텔까지 EUV 라인 투자를 늘리고 있고, D램 역시 EUV 적용 레이어 수를 늘려 가고 있다. D램 생산에 처음 EUV 기술을 도입했던 삼성전자는 10나노급 3세대(D1z)에는 1개 레이어에, 4세대(D1a) 제품에는 3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했다. 

따라서 포토레지스트의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낮다. 그래도 이처럼 1개 레이어 당 사용량이 줄어가는 추세는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관련 시장 성장을 유의미하게 제약하게 된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셋(Techcet)은 지난 2021년 통계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 시장이 2020년 이후 연평균 53%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4만5000리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4만5000리터는 3만8300갤런쯤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포토레지스트 업체들은 고객사 설비 투자 못지 않게 도쿄일렉트론의 트랙 장비 개발 로드맵을 신경 써서 보고 있다”며 “도쿄일렉트론이 포토레지스트 산업 수익성을 좌우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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